미래의 나,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하는 분들을 위하여
2023년 - 2022년 말 너덜거리는 몸과 마음을 추스른 후, 호기롭게 연초부터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실패도 있었지만, 21-22년 공백기 이후 거의 백지에서부터 리빌딩한 가치크리에이션이 새로운 고객과 파트너들을 만나며 되살아 난 한 해입니다.
2022년 고객사 중 한 곳에서 HR을 맡게 되었을 때, 강점을 제대로 조직에 적용해 보고 싶었다. 밖에서는 컨설턴트로서 강점이라는 도구와 사용법만 알려주는 것 이상은 어려웠기 때문에, 안에서 소속과 권한을 갖고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진도는 안에서 훨씬 더디게 나갔다. 정치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왔고, 한 가지 목적이 아닌 여러 목적, 의무, 이해관계자를 섬겨야 했으며, 내가 전문가로서 오롯이 쥐고 있던 결정권도 나눠 가져야 했다.
이 외에도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결론은 단순했다. 이전 글에 이미지로 첨부한 아담 그랜트의 말처럼, 리더들부터 변화에 올인하지 않고는 조직문화는 변화하기 어렵다. 사회에서처럼 풀뿌리 운동으로 바뀔 확률은 거의 없다. 내가 사는 사회는 이민을 가지 않는 이상 대안이 없지만, 회사는 맘에 안 들면 떠나거나 낮동안만 영혼 없이 다녀올 수 있으니까.
그래서 2022년 말부터 직원 개개인의 강점을 살리고 이를 서로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문화를 구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기 고민하기 시작했고, 두 가지 결론을 냈다.
첫째, 도구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실제 사용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주고, 그 안에서 직접 경험해야 한다.
둘째, 리더부터 올인해야 가능하다. 특히 CEO부터 완벽한 buy-in이 된 상태에서 아예 조직문화 단위에서 접근해야만 본질적인 변화가 가능하고, 그것이 지속될 수 있다.
그래서 2023년 초부터 두 가지를 시도했다.
첫 번째 시도는 상호보완적인 전문성을 갖고 있는 두 지인과 컨소시엄 형태의 회사를 새로 만든 것이다.
한 조직이 갖고 있는 DNA(강점)을 실제 업무시스템에서 구현하고, 언어와 경험으로 녹여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전시진 님, 서민규 님과 조직문화 컨설팅펌을 구성했다. 매주 2회 우리끼리 스터디도 하고, 스터디도 운영해 보고, 샘플도 만들어 봤지만, 선례가 많지 않은 상대적으로 낯선 영역이었고, 우리 스스로의 비전과 방향성도 모호했다.
그래서 약 9개월 만에 v1.0을 마무리하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어떻게 셋이 함께 이 모델을 작동하게 만들 수 있을지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지만, 가치크리에이션에서 먼저 계속 시도해 보며 초석을 쌓으려 한다.
두 번째 시도는 창업자/CEO가 조직문화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고 유튜브를 제작해 본 것이다.
‘유명한데 잘 몰라 (유잘몰)’이라는 제목으로 애플의 팀 쿡,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이렇게 잘 알려진 네 명의 성향이 각 회사의 조직문화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 내용이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창업자의 성향은 조직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직접 고객사에서 겪어보고 유튜브를 위한 조사와 심층 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체감했다.
그래서 조직문화는 창업자/CEO의 성향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가능하다면 초기에 시작할 때부터 창업자들의 성향을 반영한 조직문화를 세팅하는 것이 가장 좋고, 이미 설립한지 오래 되었어도 gap이 있다면 좁혀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둘 다 외형적으로는 직접적인 소득은 없는 시도였다. 하지만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계속 확인했던 것처럼, 언젠가는 이런 고민과 시도들이 수년 후, 어쩌면 또 10년 후, 다른 형태로 발아할 씨앗이 되리라고 믿는다. 그래서 앞으로도 될 때까지 계속 시도하고 도전하려 한다.
2023년의 교훈은,
1. 문제 인식은 현실 직시에서부터.
2. 문제 해결은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내게 있다는 믿음에서부터.
2024년 3월 16일
박앤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