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작 "어제보다 더 나답게 일하고 싶다"를 지금 다시 쓴다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남들이 좋다는 회사, 많이 지원하는 회사는 보상을 많이 하거나, 본받을 수 있는 동료가 많거나, 복지혜택이 좋거나, 뭔가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인기를 기준으로 어떤 회사로 이직할지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책에서 강조했다. 이 개념을 ‘플러스 이직’과 ‘마이너스 이직’이란 개념으로 설명했다. 보편적인 조건은 더 나아지더라도 나에게 맞지 않는 업무나 환경으로 옮기는 것은 마이너스, 나에게 잘 맞는 일과 조직을 찾아가는 것은 플러스라고 정의했다. 나를 거스르는 무언가를 억지로 하는 것만큼 괴로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조직이 하는 대표적인 착각은 남들이 좋다는 조직문화가 우리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실리콘 밸리의 일하는 방식, 테헤란로와 판교에서 핫하다는 복지정책 등을 따라 도입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지고 좋은 인재를 채용하는데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유행하는 스타일에 따라 몇 년마다 바뀌는 카페 인테리어처럼 많은 기업들이 표방하는 조직문화를 휙휙 바꾼다.
하지만 개인의 정체성처럼 조직의 문화도 쉽게 변하지 않고, 나/우리에게 맞는 것이 있고, 억지로 맞추려 해도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 한동안 모든 회사의 채용 페이지에 보이던 ‘수평적 문화’라는 키워드도 그것이 우리 조직에 맞는지, 어떤 의미인지, 어떤 모습인지 검토하고 정의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고민 없이 억지로 도입한 수평적 문화에 호칭만 수평적일 뿐, 관계나 업무방식은 변한 게 없다고 느꼈던 조직도 많을 것이다.
얼마 전 이직을 준비하던 지인이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을 면접에서 받고 답변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동안 내가 봐 온 회사들을 떠올리며 나는 이런 의견을 공유했다.
“좋은 조직문화란 없는 것 같아요, 우리에게 맞는 문화와 그렇지 않은 문화만 있을 뿐.”
외부의 선진문물과 유행을 모방하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관점이 아니라, 반대로 안에서부터 우리는 어떤 사람들이고 우리의 문화는 무엇인지를 발굴해 내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노력이 부족했을 때, 외부에 알려진 ‘홍보용 조직문화’와 ‘실제 조직문화’의 괴리가 크면 클수록 지원자나 구성원들은 실망하고, 몰입도나 충성도는 하락하는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좀 심하게 말하면 거짓말, 사기이기 때문이다. 원래 그런 줄 알면 실망할 일도 없는데, 아닌 줄 알았는데 그러면 속았다는 자책과 배신감에 괴로울 수밖에 없다.
반대로 우리 안에 있는 DNA와 유산을 기반으로 우리만의 문화를 정의하고, 이를 외부에도 일관되게 소통했을 때, 우리의 팬베이스는 안팎으로 확장된다. 사람들은 언행일치 되는 모습을 진정성으로 높게 사고, 고유함에 이끌리기 때문이다.
‘조직문화 쇼핑을 멈춰라’
2024년 3월 20일
박앤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