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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앤디 Mar 20. 2024

2-1 배가 불러서 그래

2019년작 "어제보다 더 나답게 일하고 싶다"를 지금 다시 쓴다면

Q. 개인의 적성과 우리에게 맞는 조직문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나의 성향에 잘 맞는 일, 즉 적성에 맞는 일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많은 이들이 사치라고 생각할 뿐이다. 먹고살기 바쁜데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미루고 미뤄두다 나의 적성이 무엇인지 모르고 커리어를 마무리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적성은 나에게 맞는 천직, 즉 ‘하늘이 내려준 나의 역할’의 개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나의 특성을 반영한 방식과 목적을 매일 추구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당된다.


예를 들어, 완벽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탐구라면 무엇이든 했던 다빈치 (정정)


백성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했던 다산 정약용
추가로, 이 책에도 '직업'이 아닌 본질적인 적성을 탐색한 유사한 사례들이 많다.


우리에게 맞는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이 또한 많은 이들이 사치라고 생각할 뿐이다. 일단 멋져 보이는 문화를 뽐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잘 나가는 회사들의 문화를 따라 하지만, 당장 꺼야 할 불이 있고 나가야 할 월급이 있는데 언제 그 말랑말랑한, 뜬구름 잡는 소리인 ‘문화’를 실무에서 챙기고 있냐는 말이다.


개인도 극한상황에서 본성이 드러나는 것처럼, 표방하는 문화와 실제 문화가 일치하지 않는 조직은 극한상황에서 그 본모습이 드러난다. 언제 그랬냐는 듯 예외상황을 합리화하고 그동안 표방했던 문화를 내팽개친다. 그리고 우리의 진짜 조직문화를 발견할 기회도 없이 느리지만 확실한 쇠퇴의 길로 들어선다.




적성을 찾는 것이 장기적으로 개인에게 사치가 아니라 ROI(투자대비효율)가 가장 높은 투자인 것처럼, 조직도 자신에게 맞는 문화를 찾는 것은 고효율 투자이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 그 수혜는 재무제표뿐 아니라 내부와 외부 고객 모두에게 돌아온다.


그럼 우리에게 맞는 문화란 무엇일까?


CEO/창업자가 선호하는/정해놓은 일하는 방식일까?

조직의 다수가 동의하는 가치일까?

가장 높은 생산성과 효율이 나오는 체계일까?


너무나도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문제이기에 나도 아직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문화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친 지분으로 따지자면, CEO/창업자를 포함한 결정권자들이 갖고 있는 생각의 교집합, 그리고 이들이 문제나 과제에 대해 내리는 결정과 진행방식의 축적된 패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가족으로 치면 최종/최상위 결정권자인 부모, 혹은 예전 같으면 조부모의 생각과 습관에 따라 가풍이 결정되는 면이 가장 큰 것처럼 말이다 (상사가 나의 부모라는 비유가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와 책임 소재에 대한 비유이니 오해 없기를). 그야말로 명문화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보고 배우게 되는 norm(무엇이 우리 사이에서 정상인가)이라는 기준들 말이다.


현대가는 고 정주영 회장때부터 온 가족이 새벽 4:30에 아침식사하는 문화를 노현정 전 아나운서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이상적인 문화도, 혹은 시대 흐름상 이미 보편화된 문화도, 결국 결정권자가 공감하거나 동의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풀뿌리 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어렵다. 가족 안에서도 부모나 조부모가 형성한 가풍이 마음에 안 드는 구성원들은 멀어지거나 독립하게 되어 있고, 잔류한 구성원들은 그 가풍이 잘 맞거나, 싫지 않거나, 싫더라도 그래도 뭔가 얻을 게 있어서 남아 있는 사람들이다.


문화는 다른 무엇보다도 다양한 사람을 조직으로 유지되도록 모아주는 구심점, 교집합이라는 관점에서 조직의 문화 또한 모든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향을 설정하고, 결정을 내리고, 자원을 분배하는 결정권자들과 그들의 생각이 최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뿌리를 찾아서’라는 표현처럼, 우리에게 맞는 조직문화를 찾기 위해서는 밖이 아닌 가장 안쪽을 향한 탐색이 필요하다고 나는 믿는다.


창업자, CEO, 임원들이 무조건 옳다는 말이 아니라, 결국 그들이 스스로, 또 서로, 수용할 수 있는 교집합, 그리고 여기서 구성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교집합 중, 최대한 긍정적이고 생산적으로 쓰일 수 있는 요소들을 모으고 잠재 부작용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탐색 방법이라고 현시점의 나는 판단하고 있다.


위에서 설명한 조직문화의 최소 교집합을 노란색으로 표현




2017년 취준생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이었던 카카오는 가치크리에이션의 첫 B2B 고객이다. 당시 가장 앞서가는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고 평가받던 기업 중 하나였다. 2024년 현재 그 자리는 네이버가 그 차지하고 있고, 마침 가치크리에이션도 최근 네이버 임직원과 주기적으로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있다.


현재 잠재 내부고객인 취준생이 가장 일원이 되고 싶은 조직, 또 마침 블라인드 직장인 행복도 지수 1위인 기업의 행보는 대한민국 조직문화의 향후 방향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최근 2024 신입공채를 앞두고 3월 12일에 진행된 송석호 네이버 HR리더 인터뷰에 따르면, 네이버는 고정된 인재상이 없다고 한다. 


열린 태도로 시장, 소비자, 시대, 조직의 변화에 적응할 수만 있다면, 또 다양한 사람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열린 마음만 갖고 있다면, 어떤 사람이라도 괜찮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 뚜렷한 하나의 주류 조직문화가 없음 그 자체가 네이버가 표방하는 조직문화라고도 볼 수 있다.


이것이 네이버 임직원이 뿌리를 찾아보고 스스로를 돌아본 결과 도출한 최소한의 교집합이지 않을까?


2024년 3월 21일

박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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