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앤디 Mar 24. 2024

4-1 당신이 퇴사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19년작 "어제보다 더 나답게 일하고 싶다"를 지금 다시 쓴다면

Q. 회사가 직원의 퇴사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남자들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는 예시로 음식이 잘못 나오면 컴플레인은 안 하지만 그 식당에 다시 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골뱅이 없는 골뱅이무침도 말없이 먹고 간 세 남학생


직장인들도 비슷하다고 본다. 아무리 펄스 서베이를 돌리고, 타운홀 미팅을 열고, 1:1 면담을 해도, 심지어는 퇴사 시 독립기관에서 엑시트 인터뷰를 해도, 솔직하게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직원 스스로 판단하기에 단점이 장점을 넘어서는 순간 조용히 퇴사와 이직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쓴소리도 애정이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사실 리텐션이라는 개념은 환상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무슨 이유로, 어느 시점에 퇴사를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모른 채 조직은 구성원을 떠나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반대로 긍정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책에서도 언급했듯 아직 남아 있는 직원들은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있겠지만 여전히 그보다 큰 만족요소가 있기 때문에 퇴사하지 않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재직자 = 잔류 이유 > 퇴사 이유 상태


회사를 사랑해서, 너무 만족스러워서 남아 있는 게 아니라, 현재 재직 중인 모든 직원은 ‘아직 떠나지 않은 상태’라고 보는 게 확률적으로 더 가능성이 높다. 거의 대부분 잠시 머물다 가는 인연, 언제 떠날지 모르는 인연인 것이다. 리더들은 과연 재직 중인 직원들이 왜 퇴사하지 않고 남아 있는지, 버티고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고 있을까?




부부 사이에 감사를 전하는 표현 중에 ‘나랑 살아줘서 고맙다’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서로 그렇듯 맘에 들지 않는 것들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좋은 면을 보려고 노력하며 이해하고 참아주는 것을 스스로도 경험해 봤기 때문에, 상대도 그럴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서 하는 말이지 싶다.


누구에게나 말 못 할 아쉬움은 있다...


난 이런 '서로'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관점이 바로 많은 조직이 겉모습만 모방하고 실제로는 갖추지 못했던 수평적 문화의 근간이라고 생각한다. 


상하, 위계, 고용인-피고용인, 사용자-노동자(과거 고객사에서 HR을 맡았을 때, 노무에서는 아직도 이런 표현이 그대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같은 일방적인 관계 대신, 싫으면 언제든 서로 헤어질 수 있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 신의를 지키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려 노력하는 동등한 계약관계 - 바로 이런 관점이 어떤 형태로든 수평적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한 선행조건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런 호혜적 관계 내에서만 진정으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이렇게 이해관계가 정렬된 상태에서만 문제나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을 때 이를 각자 조용히, 극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해고, 징계, 승진누락 / 퇴사, 노동청 신고, 블라인드 비방), 대화를 시도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주주도 아닌데 자꾸 주인의식을 요구할 게 아니라, 동등한 파트너로서의 관계에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서로의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동시에 이상적이라는 생각이다.




퇴사를 막는 방법은 없다, 적어도 퇴사를 결심한 이후부터는. 퇴사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퇴사 생각이 들기 전에 주기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거나 들어보고 곪아 터지기 전에 최대한 해소해 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계적으로 매주 1:1을 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회사가 직원에게 기대하고 요구하는 만큼, 그리고 그것을 직원이 얼마나 충족시키는지 평가하는 만큼, 회사도 직원이 기대하고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고 회사는 이를 얼마나 충족시키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평가받고 서로 주기적으로 결과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공정 계약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그리고 직원들이 당연히 마음에 안 드는 것이 많고, 현실적으로 회사가, 팀이, 리더가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도 존재한다는 인정에서부터 시작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구성원이 만족을 느끼는 요소나 순간들을 진심으로 관찰하고, 대화하고, 재직 기간 동안에 극대화해 주려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동등한 계약관계에서 파트너로서 회사가 갖는 책임이다. 퇴사를 막는 것을 넘어 충성심까지 기대한다면, 당연히 해야 하는 역할이다. 이렇게 정렬된 조직은 구성원들이 주인처럼 일한다. 그 기간이 1년이든, 10년이든, 함께 하는 순간만큼은 모든 결과와 성과가 자신의 것이니까. 


2024년 3월 25일

박앤디


참고. 스타벅스가 1990년 처음으로 흑자전환 성공 후 CEO 하워드 슐츠가 보낸 'Bean Stock' 프로그램에 대한 주주서한이다. 모든 직원을 파트너라 부르고, 파트타임 알바에게까지 스타벅스 주식을 부여한 데에는 (심지어 스톡옵션도 아닌 RSU로) 직원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철학이 담겨있었다. 


실적 좋으면 주는 보너스, CEO의 기분내기 금일봉처럼 회사가 어려워지면 언제든 뒤집을 준비가 되어있는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었다. 

작가의 이전글 3-2 강점은 다름에서 나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