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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앤디 Mar 25. 2024

4-2 한결같다면 그것이 핵심역량

2019년작 "어제보다 더 나답게 일하고 싶다"를 지금 다시 쓴다면

Q. 애플이란 조직의 핵심역량은 무엇일까?


이전에 언급했던 Why/목적과 How/방식 중 책에서는 How를 개인의 핵심역량으로 정의하고 있다. 특정 업계, 분야, 직무에서 오래 일하면서 얻은 지식이나 경력이 아니라, 어떤 일이나 상황에서든 한결같이 적용하게 되는 나의 관점, 문제해결방식, 스타일 등을 핵심역량이라고 칭한 것이다. 


애플이란 조직도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 보면, 컴퓨터, MP3, 전화기 제조회사가 아니다. 시장, 고객, 제품이 무엇이든, 애플의 핵심역량은 Steve Jobs가 키노트에서도 발표한 적 있듯,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다. 바로 서로 다른 성격의 것들을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듯 매끄럽게 융합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 2011년 키노트


컴퓨터에서는 잡스가 대학생 때부터 관심 있던 다양한 서체를 PC에 접목했고, 아이팟도 맥 & 아이튠즈와의 찰떡궁합 덕분에 편리한 드래그 앤 드롭 방식으로 음악을 휴대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폰은 아이팟, 전화기, 인터넷 통신기기를 합친 기기라는 특성이 지금의 스마트폰과 앱 시장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예전부터 어떤 기기든,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서비스 간의 경계 없는 융합을 추구하며 강력한 생태계를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 2007년 키노트 아이폰 발표


Tim Cook의 지휘 아래에서는 제품 콘셉트뿐 아니라 부품, 생산, 조립, 판매 등에서 세계 최고의 협력사들을 모아 빈틈없는 글로벌 생산 유통망을 구축하면서 마진까지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애플은 이렇게 한 영역이나 전문성에 올인하지 않고, 그동안 시도된 적 없는 조합, 혹은 생태계 안에서 서로에게 최적화된 조합 등을 통해 꾸준히 새로운 카테고리와 시장을 만들며 진화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융합’이라는 핵심역량이 있었다. 

애플이 투자, 인수, 협력 중인 분야와 회사


그에 비해 애플카는 융합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운 사업이었다. 테슬라는 물론 Elon Musk 개인도 파산하기 직전까지 갈 정도로 올인해야만 성공할 수 있었을 정도로 자동차 산업은 생산 시설, 공정, R&D 등을 직접 구축해야 살아남을까 말까 한 사업이니 말이다.


아이폰도, 맥북도, 자체 개발한 M 시리즈 칩도, 모두 생산은 협력업체에서 한다. 융합하는 건 잘 하지만 직접 만드는 것은 애플의 핵심역량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동차 산업은 애플의 How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럼에도 10년 동안 노력한 결과, 최근 5년 사이만 해도 150조 원이 넘는 비용과 2,000명 직원의 시간을 낭비했다. 


고소해하며 애플카 프로젝트에 작별인사하는 Elon Musk


융합(자신이 직접 만들지는 않는)이라는 How/방식/핵심역량을 애플이 더 잘 살려서 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무엇이 있을까? 예를 들면, 요즘 핫한 AI 기술 그 자체보다는, 자신들의 제품 및 서비스와 최적화된 형태로 융합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에어팟에는 곧 보청기 기능이 들어가고, 개발 중이라는 반지에는 애플워치처럼 건강 관련 기능을 AI로 구현할 예정이다. 그리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웨어러블에 AI를 열심히 연동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2007년부터 취미 수준으로만 하고 있는 Apple TV 콘솔 대신 진짜 TV (물론 지금 형태의 스크린이 아닐 가능성이 높겠지만)에 집에서 사용하는 모든 미디어 및 생산성 기능을 융합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때는 지금처럼 TV 스크린, 스피커, 게임기, 업무용 컴퓨터, 아이패드, 전화기, 다 따로 사지 않고 하나의 시스템만 사면 될지도 모른다 (참고로 실제로 몇 년 전부터 애플은 작년부터 게임에 진심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전 존슨앤존슨 사례에서도 본 것처럼, 개인이든 조직이든 How나 Why 같은 본질적인 기준을 명확하게 정의하면, 시대, 시장, 고객, 무엇이 바뀌든 적응하고 피벗 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반면 피상적인 기준인 제품, 산업, 전문분야 등에 갇혀 버리면 ‘카메라’의 Kodak이나 ‘전화기’의 모토롤라처럼 조용히 관심 밖으로 밀려나 어쩌면 다시 회생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2024년 3월 26일

박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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