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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앤디 Mar 26. 2024

5-1 일의 본질을 찾는 연습

2019년작 "어제보다 더 나답게 일하고 싶다"를 지금 다시 쓴다면

Q.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의 본질', 어떻게 찾지?



럭셔리 리테일, 흔히 말하는 명품 브랜드 고객들과 일한 지도 이제 5년째이다.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본사 임직원 대상의 프로그램도 운영하지만, 매장에서 근무하는 점장과 매니저들에게 코칭과 성과관리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함께 연습하는 시간이 더 많다.


밖에서 보면 화려해 보일지 모르지만, 여느 리테일 직군이 그렇듯 실적 압박에 시달린다 - 그것도 매일, 실시간으로, 하나도 아닌 십수 개의 KPI로. 나도 이들과 거의 매주 만나고 있지만, 옆에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존경스럽다.


‘명품은 알아서 팔리는 것 아닌가?’ ‘사겠다는 사람들이 정말로 오픈 전부터 줄을 서는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냥 원하는 제품만 보여주고 재고 있으면 결제만 도와주는 것, 말 그대로 ‘판매’가 전부인 것처럼 보일 것이다.


얼마 전 동생 선물 사면서 블랙카드로 결제한 아이유가 화제였다. 잔고 50억 이상만 발급.


하지만 럭셔리 리테일의 본질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스타일 제안을 하고, 선택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방해가 되는 걱정들을 해소해 주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때로는 고객의 니즈가 단순히 어떤 제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감정적인 욕구인 경우도 있어 심리상담, 가족상담까지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함께 일했던 한 브랜드에서는 자신들이 하는 일을 ‘고객에게 꿈을 선사하는 것’이라고 본질을 정의하기도 한다. 브랜드와 제품을 통해 오늘의 현실과 제약을 벗어나, 더 멋진 자신을 꿈꾸고, 다시 만날 기회를 꿈꾸게 하는 것이 바로 매장에서 고객을 만나는 모든 직원이 추구해야 하는 목적(Why)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개인의 본질(성향)도 그랬듯, Why와 더불어 How도 일의 본질을 정의하는 또 다른 요소다. 이 브랜드의 How 중 하나는 고객이 즐겁게 놀랄 수 있는 작은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었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매장 방문 및 구매 경험을 깰 수 있는 행동이라면 직원들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해도 괜찮다고 권한을 부여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고객뿐 아니라 직원 스스로도 단조로울 수 있는 업무에 도전과 재미를 더할 수 있었다. 


목표를 부여하는 것과 더불어 이를 달성해야 하는 이유/명분, 방법까지 알려주는 것은 강력한 힘을 갖는다.


책에서 소개했던 필라테스 강사가 일의 본질 찾아가는 과정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을 도입하는 조직들이 많아진 것 또한 이런 본질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OKR은 무조건 좋은 것이고 KPI(Key Performance Index)는 구시대의 산물, 낡은 조직들만 사용하는 지표는 아니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리테일 업계의 경우 KPI가 없는 성과관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KPI는 조직과 각 구성원에게 시간 단위별 목표(What)를 제시하고 상태나 경과를 측정하게 도와주는 도구이다. OKR은 상대적으로 구성원 모두가 어떤 궁극적인 목적(Why)과 방식(How)을 염두하고 일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확인하게 도와주는 도구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조직들은 KPI와 OKR을 상호보완적으로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무엇을, 왜, 어떻게 할 것인지의 3차원적인 일의 본질 정의


함께 사용할 때 여러 이득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만 알려주지 않고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균형 있게 볼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그 효과가 크다. 즉, 우리가 하는 일의 본질을 입체적으로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조직 입장에서 우리가 하는 일의 본질을 정의한다는 것은 앞만 보고 달리라고 채찍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지도와 turn-by-turn 안내까지 제공해 주는 친절한 내비게이터를 직원에게 붙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정의한 일의 본질이 허황된 슬로건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일하는 방식과 정렬될 수만 있다면 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2024년 3월 27일

박앤디


랠리 경기에는 항상 인간 내비게이터(경로 안내자)가 붙어 2인 1조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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