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intime_20211118
*감사일기를 써 보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종종 '감사'에 초점을 맞춰 기록해 보려고 한다.
# 김장김치, 수육, 막걸리
어머님표 김장 김치가 오늘 점심쯤 우체국 택배로 도착했다(꺅!).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기와 마트에 가서 수육용 삼겹살, 양파, 마늘, 청양고추, 쌈채소를 구입하고, 5시 25분부터 주물냄비에 삼겹살과 양파, 마늘, 향신료 몇 가지 등을 넣고 푹 끓였다.
남편 퇴근 후 쌈채소(당귀가 빠지면 안 된다)에 밥과 수육, 생마늘, 청양고추를 얹어 크게 한 입하고, 막걸리(이 지역 막걸리는 정말 맛있다!)를 한 잔 시원하게 들이켜니, 하루의 스트레스가 휘리릭 날아가는 기분! :)
# 산책하기 참 좋은 날씨였다
적당한 햇살, 바람은 거의 없고, 날씨도 그리 쌀쌀하지 않아 21개월 아기와 함께 산책하기 참 좋은 날씨였다.
서걱서걱 낙엽 소리를 함께 듣는 것도 좋았고, 호수에 오리들이 헤엄치는 모습이나 까치가 날아가는 모습,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보며 세상 신기한 듯한 눈망울로 감탄사를 내뱉는 아이를 보니 나도 덩달아 이 자그마한 것들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타지에서 가정보육을 하는 나에게 바깥 날씨는 꽤나 중요하다. 산책을 나갈 수 없는 날은 하루가 상대적으로 더디게 가기 때문이다. 두터운 겨울 옷 대신 비교적 가벼운 옷을 입고 산책할 수 있어 좋았던 날.
# 엄마에게는 너무 중요한 아기의 낮잠시간!
오늘은 아기가 오후에 낮잠을 50분 정도 잤다.
나도 피곤했지만 이 혼자만의 시간, 금쪽같은 시간을 도저히 놓칠 수 없어서, 드립백으로 살금살금 커피를 내리고, 요새 읽고 있는 책들(나는 서너 권의 책을 같이 읽는다. 그러니까 한 권 다 읽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식이 아니라 여러 권을 같이 진행하여 읽음.) 중 육아서를 집어 들었다.
난 아침형 인간이라 아침에 가까울수록 상태가 좋고, 점심 이후부터는 급격히 체력이 다운된다. 이럴 땐 육아서가 잘 읽히고 좋다.
오늘 읽은 부분은 엄마가 자식에게, 특히 딸에게, 왜 절대로 배우자의 험담을 지속적으로 하며 키우면 안 되는지, 그게 딸에게 살면서 얼마나 지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나의 어떤 부분을 이해하는 데 조금 도움이 되었다.
핵심은 '어머니와 딸'의 이런 일체화(딸이 아빠를 싫어하는 것)가 가장 무서운 것으로, 어린 시절부터 이런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자란 여자아이는 '자신감'이 없는 사람으로 자라기 쉽다고 한다. 아이는 불평을 늘어놓는 어머니에 대해 마음속으로 "말은 그렇게 하지만 엄마에게도 문제가 있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불쌍하니까 편을 들어줘야 된다는 생각에 자신의 마음을 억제하며 듣는 역할에 충실해지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항상 자신을 억제하고 어머니를 지원하는 쪽에만 서 온 결과, 딸은 자신을 억제하면서 살아가는 방법밖에 모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을 살 수 없게'된다는 것이다. 특히나 형제라도 있으면 자신의 속마음을 조금이나마 털어놓을 수 있지만 외동아이인 경우에는 '피할 장소'가 전혀 없어서 더 힘들 수 있다는 얘기.
어느 책에서 읽은 표현인데 '모든 걸 엄마 탓으로 돌리는 것은, 모든 걸 미디어 탓으로 돌리는 것만큼이나 어리석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세상의 어떤 일이든 단 한 가지의 이유로만 발생되는 건 아닐 것이다.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어떤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일 테니까.
다만 위의 내용을 강한 강도로 겪어 본 입장에서는 너무나... 공감이 되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이런 종류의 깨달음이 '탓'에서 끝나는 건 아니다. 다른 '덕'도 많이 보면서 자랐다는 걸 나는 알고 있고, 핵심은 쓴뿌리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의지인 것이고. 그래서 오늘 남편과 아이와 맛있는 식사를 함께 하며 이와 관련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유독 더 감사했다. 이 소소해 보이는 작은 일상이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