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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조이 Feb 27. 2023

내 인생의 크림(Cream)

피투성이 아이를 살렸다


"중심이 여러 개, 아니, 때로는 무수히 있으면서 둘레를 갖지 않는 원." 노인이 이맛살을 한층 더 찌푸리면서 말했다.
"그런 원을, 자네는 떠올릴 수 있겠나?"
"어려울 것 같은데요." 내가 말했다. …
"그래도 말이야, 시간을 쏟고 공을 들여 그 간단치 않은 일을 이루어내고 나면, 그것이 고스란히 인생의 크림이 되거든."

… 아마 그것은 구체적인 도형으로서의 원이 아니라, 사람의 의식 속에만 존재하는 원일 것이다. … (무엇 무엇을) 할 때, 우리는 지극히 당연하게 그 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게 아닐까―

무라카미 하루키 『일인칭 단수』 중 '크림'



모든

이해할 수는 없

단다.


하지만 이해하길 포기

하지 않고

그러니까 그 간단치 않은 일

들을 이루어

내면 크림이 되어. 어느 노인네의 말처럼.


어느 날 내 인생

의 지극히 당연한 진리가 되

어 아름답고 달콤한 삶으로 인도해 주지. 내 인생의 크림? 지금부터 이야기해 줄께. 지난 날 너무 써서 내뱉으려고 했던 것이 이제 내 인생의 아주 단단하고 달달하고 든든하고 대단한

크림이 되었지.






그대는 내면의 치유에 에너

지를 어디까지 쏟아 보았는가. 치유 따위, 필

요 없었다고 말할 텐가.

내 인생은 조금 달랐지. 치유를 하지 않고

는 단 한 발짝도 사람들 앞으로

세상의 무대로 나아갈

수 없었단 말이지.


치유를 하지 못한 삶에

학위가 무슨 소용인가, 사랑이 웬말인가, 지식과 선행이 다 무엇이란 말인지. 내적 치유가 없다면 이 모든 것들이 모래 위에 쌓은 성일

수밖에 없음을, 난 일찍 깨달아 버린 것 같네.


말해볼까.


내 안에서 피투성이가 된 어린 아

이를 데리고 난 참 많이도 걸어 다녔지.

때로는 길에서 멈춰

피를 닦아 주기도 해야했고 어

떤 때는 딱지가 져서 가렵다고 성화

인 아이에게 연고도

발라 주어야 했다네. 그 아이에

게 집착하는 내 뒷통수가 뚫어져라 째려보는 이들의

시선과 목소리를

짓눌러야 했지. 그들이 욕할

수록 난 더욱 신이 나서 그 길을 뛰

어 다녔네.


그뿐인가.

치유에 필요한 지식과 기

술 특별히 신앙심이 필요

했는데 그것들 하나 하나 챙기다 보니

내 인생은 '치유' 그 자체가 되

었다네.


치유에 완성과 끝이 있

다고 생각하는가. 아니었다네.

치유를 돕는 절대

자가 매일 같이 새 마음을 주시

는데 그것을 받을 때마

다 난 기쁨의 눈물을 흘렸지. 자학과 자괴의 마음이 거두어지고 거울을 보며 웃음을 짓게 되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용서할 의지가 내 속에 들어차는 것, 과거의 아픔이 이제는 툭툭 털어낼 만한 먼지 정도로 작아지는 것, 급변하는 감정을 분출하지 않고 얼른 일기에 적으며 달래는 성숙한 자아가 생성된 것.


보다,

삶을 받아들인다는 것.

내 삶을 받아들이게 되

었다네!!! 넙죽

넙죽.


난 더 이상 내 생각과 감정을 상처와 과

거 안으로 매몰시

키지 않고 자유롭게 삶을

누리고 있지. 그렇다고 미래로 도망가지 않아!

현재를 누린다네.


그 분과 함께 한 치유의 여정은

내 삶을 낭만

적이고 이야기 충만한 인생, 그러니까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크림(Cream)'이

된 거야.


깔끔하게 경계짓는 원(Circle)

을 원했지만

그 분은 내게 원보다 더 경이로운 뭉

개져 보이고 중심이 없는 크림을 선물로

주셨지. 내 손 위에 원이 있는 것

보다 크림이 있는 게 지금으로서는 더 좋다네.

더 예쁘고 더 충만하지.

크림을 가만히 보다가, 중심과 경계가 정확한 원

을 한 번 쳐다보시게. 크림이 훨씬

보암직할 걸세.






난 여전히 치유의 길 가운데

서서 그 분께 새 마음을 늘 구하

며, 먼지와 찌꺼기뿐인 내 마음에 파도를

일으켜 달라 기도 드리지. 소망하

지.


다시 말해 크림을 위해

기도하는 걸세.


인생의 크림에 관해서

는,

꼭 한 번 그대만의 언어로 글을

써보렴. 따뜻한 해 아래서, 그대의

글을 기다린단다.



2023.02.27.월

이너조이의 '글 쓰는 오늘' 시즌 10

우리들의 글루스Ⅱ에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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