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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조이 Oct 16. 2020

섀도우 라이팅

손으로 묵상하는 사람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등원길은 목적대로 걷는다면 짧은 거리건만, 호기심 가득한 네 살 아이에게는 긴긴 탐험길이다. 길가에 핀 꽃들에게도 아침인사를 나눠야 하고, 비둘기 떼 앞에서 손짓도 해야 하고, 하늘에 피어난 구름꽃의 모양과 색깔을 엄마에게 설명해 줘야 하니 그렇다. 인간 피조물은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 잠시 멈추어 생각하고 표현해야 하는 존재인가 보다.


크리스천 독서가들에게도 독서 여정 가운데 그저 읽고 떠나 보내기에 아쉽고 아까운 문장들이 있다. 자꾸 책 앞을 서성이게 하고, 몇 장 안되는 책을 아껴읽게 하고, 괜히 느릿느릿 읽게 만드는 그런 문장들 말이다. 두 눈만 동원하여 읽기에 아까운 문장들은 온 감각기관을 총동원하여 다시 읽고, 나누고 싶다.



(출처 : 경이와믿음 재이_원더 인스타그램)




섀도우 리딩 (Shadow Reading) 말고
섀도우 라이팅 (Shadow Writing)





천천히 읽고, 저자가 들려주는 문장 앞에 겸손히 앉아 손으로 눌러 써보자고, 그렇게 만들어진 모임. 코로나19의 극적 확산으로 온 국민이 두려워하던 지난 5월에 열린 '5월엔, 필사'다. 우리는 문장을 따라 쓰며 손으로 묵상하는 행위를 'Shadow Writing'이라 부르기로 했다. 문장을 수놓은 그들의 흔적을 그림자 좇듯 함께 따라 쓰는 모임.



언어를 효과적으로 익히는 방법 중에 셰도우 리딩(shadow reading) 이란 것이 있어요. 귀에 들리는 내용을 입으로 그대로 따라하면서 연습하는 방법이데요. 이번 필사 모임을 셰도우 라이팅(shadow writing)이라 부르고 싶어졌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가장 소중한 책, 성경을 비롯하여 여러 좋은 선생님들의 흔적을 그림자를 좇아가듯 함께 따라 써 보려고 해요. 

Earth is crammed with heaven, and every bush is aflame with the glory of God. -Elizabeth Browning 



다른 책모임의 준비물은 큐레이션된 책이지만 필사 모임의 준비물은 노트와 펜이다. 등록신청서에 제출한 자신의 필사취향에 따라 매일 아침 필사할 본문이 카톡방으로 배달된다. 본문을 선택해서 쓰면 된다. 성경말씀일 수도 있고, 경영이나 브랜딩에 관한 텍스트일 수도, 예술과 아티스트에 관한 글일 수도 있다. 어떤 날은 주어진 5~6개 본문 모두를 쓰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마음 가는대로 모두 쓰고 카톡방에 공유해 본다.    






이 모임의 원더는 모임을 준비하면서 책탑을 쌓아놓고 문장들을 큐레이션했는데 그녀의 손길이 거쳐간 책들은 아래와 같다. 한 권 한 권 읽자면 세월 네월 부르며 엄두도 못낼 방대한 양의 책에서 특별히 선택된 문장들이여. 은혜이어라, 축복이어라!



[겸손한 뿌리] [예술하는 습관] [사도행전] [이사야] [성령충만, 실패한 이들을 위한 은혜] [무한능력] [그 사람의 손을 보면] [시편] [교회를 찾아서] [평균의 종말] [Jesus Always] [브랜드 디자인] [천년동안 백만 마일] [Nothing to Prove] [멀고도 가까운] [평온한 죽음] [My Utmost for His Highest] [빌립보서] [수전손택의 말]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한 태도] [Sharing Wisdom] [고린도후서] [그리스도를 본받아] [여행의 조건]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 [로마서] [목적이 이끄는 삶] [Purpose Driven Life] [데살로니가전서] [우머카인드] [컬처메이킹] [Wounded by God’s People] [마태복음] [내리막 세상에 사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죽음, 가장 큰 선물] [Matthew] [호세아] [퇴사 준비생의 런던] [여성은 인간인가] [A Moment to Breathe] [요한복음] [올리브 키터리지] [땅의 것들] [Jesus Today] [요한 1서] [생각의 탄생]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The Battle belongs to the Lord] [로마서]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정서적으로 건강한 교회] [Preaching about Salvation through Jesus] [마태복음] [사적인 시차] [아직도 가야할 길] [Healing is a Choice] [베드로후서] [랩걸] [뇌, 하나님 설계의 비밀] [Becoming a woman of Exellence]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고통의 문제] [purpose driven life] [고린도전서] [무탈한 오늘] [다니엘 플랜] [Anne Frank] [요한복음] [사도행전] [남들처럼 결혼하지 않습니다] [주님은 나의 최고봉] [Shared Hope] [심미안 수업] [배움의 발견] [깨끗한 존경] [영혼을 세우는 관계의 공동체]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사귐의 기도를 위한 기도선집] [사람을 사람으로] 정갑신 [John NIV]




문장이 모이는 방



취향 따라 선택한 본문을 노트에 옮겨 적었으면 하단에는 단상을 적는다. 손으로 가만히 묵상했으니 이제 나의 언어로, 나의 문장으로 은혜와 감상을 나눌 때다. 동료 모두가 이렇게 매일 단상을 올렸으니, 단 하룻동안 우리가 얼마나 많은 문장들을 만났는지 한 번 헤아려 보자.



1) 취향에 따라 주어지는 필사 본문 5~6편
2) 각자가 필사 후 쓴 단상 10~20문장
3) 내가 쓰지 못한 본문을 쓴 동료의 필사본 



이 카톡방은 매일 '문장'이라는 보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곳이었다. 책 한 쪽도 읽을 여력이 없는 날, SNS에 접속하는 대신 이 카톡방을 열어 비밀스럽게 문장들을 훔쳐보니 참 좋았다. 같은 문장을 눌러 썼는데도 경이로울 정도로 다양한 단상들에 저절로 '아, 하나님..' 소리가 나온다. 이토록 다채로운 우리들의 마음과 뜻과 생각을 한 마음으로 돌보시는 그 은총이 너무나 놀라운 것이다. 





이렇게 문장들이 금은보화처럼 쌓이고, 어디에선가 계속 공유되고, 어떤 이의 마음을 툭- 건드려 가만히 멈추게 한 이 카톡방. 이 카톡방은 필사 모임이 끝난 후 '문장이 모이는 방'이라는 타이틀의 오픈카톡방으로 옮겨져 자유롭게 문장이 퍼날라지도록 했다.   


오픈카톡방 [문장이 모이는 방] 입장하기



꿈꾸_원더와 지나아_원더의 필사



원더가 큐레이션한 문장도 문장이지만, 한 곳으로 모인 동료의 단상도 마냥 놓아둘 수 없어 만든 낭독 영상도 나왔다. 우리가 지난 봄 나누었던 짧은 생각들은 필사한 문장들과 함께 각각의 삶을 또 한 번 풍성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각 사람 안에 문장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부어주신 그 분의 베푸심 말고는 이 은혜들을 설명할 길이 없다.   



필사 후 적은 단상 낭독하기



또 한 번, 책탑을 쌓아 문장 큐레이터의 역할을 자처하는 원더가 나타난다면 '5월엔, 필사' 모임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아니, 아마 경이와믿음 안에 쌓인 문장들만 따라 적어도 되지 않을까? 손으로 묵상하기 좋아하는 크리스천은 지금 경이와믿음 브런치와 인스타그램, 카카오채널을 구독할 것. 경이와믿음의 다양한 채널 소개는 다음 글에서. ^^





@wonder_n_belief

@innerjoy_moms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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