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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조이 Oct 16. 2020

[북리뷰] 깨끗한 존경

글쓴이 : 경이와믿음 조안_원더



온통 나 뿐인 세상이다. 


삶의 이유나 명분을 찾기 보다 마음 끌리는대로 개성있는 나를 찾는 게 밀레니얼, Z세대의 트렌드라고 한다. ‘나나랜드’, ‘미코노미(me+economy)’, ‘포미족(for me)’과 같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 사회의 규범이나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나 자신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삶. 반도의 이러한 젊은이들에게 나 아닌 타인의 삶에 관심 많은 오지라퍼야말로 극혐의 대상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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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 극강의 슬픔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애써 듣고, 그 아픔에 공감하며 우는 사람이 있다. 내가 통과하면 누군가에게는 더 나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을 붙드는 사람. 최선을 다해 귀 기울여 그들의 삶을 알아 들으려고 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이 책 <깨끗한 존경>에 담겨 있다. 



이슬아 인터뷰집, <깨끗한 존경> 中

“자신한테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일 같아요. 인생에 일어난 의미 있는 수많은 일들은 ‘확장’과 관련 있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글은 확장이 있고 시선의 이동이 자유로운 글이에요. 다른 생물이 볼 때 우리는 어떻게 보일까요? 구름이 볼 때 우리는 어떻게 보일까요? 그들은 워낙 맨날 흩어지고 사라지니까 그 시선으로 보자면 우리가 죽는 게 아무 문제도 아닐 거예요, 그쵸?”  p.28 

“세상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게 나뿐이라면 곤란할 것 같아요. 내 속은 내가 알잖아요. 뻔히 아는 내가 있는데, 나의 별로인 모습을 내가 다 아는데 온 세계가 나 하나로 축소되면 안 되잖아요." p.42



세상은 날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생각, 나 자신을 향해서만 관심을 쏟는 이 시대에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귀하고 존경스럽다.  





인터뷰이 중 정혜윤 PD는 여러 글들을 통해서 책 좋아하는 라디오 PD라고만 알았는데, 세월호 유족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해왔다는 건 처음 알았다. 



이슬아 인터뷰집, <깨끗한 존경> 中

“내가 뭐 하려고 이 세상에 왔을까, 무슨 일을 일어나게 하려고 태어났을까, 항상 생각해요.” p.24



그녀가 CBS에서 일하고 있긴 하지만 크리스천인지는 확실치는 않다. 하지만 늘 자신의 소명을 생각하고 PD가 된 이유를 명확히 깨달았다고 하는 모습을 보면 하나님 그 분께 크게 쓰임받는 인생인 건 확실하다. 



이슬아 인터뷰집, <깨끗한 존경> 中

“그냥 세상에 나보다 슬픈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하자는 게 아니에요. 누군가가 나보다 더 슬픈데, 그가 엄청난 용기를 내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는 것이지요. 용기를 말하는 거예요. 저 스스로한테 얘기해요. 저 사람들이 내는 용기를 봐라. 저 사람들이 내는 저 큰 마음, 저 멀리 가는 마음을 봐라. 그러고서 생각해요. 저기로 같이 가자고. 저 방향이라고.” p.26

“저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존경심이고 감탄이에요. 그들은 슬프기는 하지만 불쌍한 사람들은 아니에요. 저보다 훨씬 괜찮고 위대한 사람들이에요. (중략) 너무 슬프지만, 사람이 저렇게까지 용감할 수 있구나, 저렇게까지 깊을 수 있구나, 하는 존경과 감탄이 저를 움직이는 거예요.” p.44




타인의 이야기를 전한다는 것



타인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우주 같은 슬픔을 뚫고 가는 사람들에게 함께 가자고 용기를 주는 것이 왜 필요한지 알았다. 내게 주어진 달란트와 기회를 나의 성공, 만족, 안위를 위해서만이 아닌 세상을 위해 쓰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이슬아 작가의 4인 인터뷰를 통해서 말이다. 





이 책에 나온 4명의 인터뷰이, 정혜윤, 김한민, 유진목, 김원영이 모두 그랬다. 


아시아의 동물과 환경을 위해 일하는 김한민 작가. 이토록 많은 고통들. 그것들을 보고도 아무 것도 안 할 수는 없다며 비거니즘을 실천한다. 


엄마를 알고 싶은 심정으로 시를 쓰고 인터뷰도 진행해 보고 싶다고 말하는 유진목 작가. 인간은 자기 스스로 신이 되었지만 결국 누구도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임을 고백한다.  


장애인으로서 자신이 중요한 존재인지에 대해 끊임 없는 의심 속에 살아온 김원영 작가.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장애인의 몸을 다르게 설명하는 언어를 구하며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인터뷰이들 모두, 세상을 향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들을 전하려 애쓰고, 삶의 본질과 방향성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힘들어?”


한 때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 적이 있었다. 내 안으로만 쏠려 있는 시선을 타인과 세상으로 확장한다면 차마 하기 힘든 말이겠다.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나 아닌 존재와 연결될수록 더 부끄러운 말이 되리라. 나를 죽기까지 사랑하신 주님의 은혜와 그 분이 날 세상에 보내신 이유를 늘 생각하며 산다면 더더욱 그럴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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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반짝이던 순간 (킴냥_원더)
깨끗한 존경 (조안_원더)



@wonder_n_bel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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