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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조이 Oct 21. 2020

책들고 리조트 입장

독서가들의 바캉스

쉬고 싶다면서 책 앞에 앉거나 눕는 사람들이 있다. 가족들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쳐다 보지만 우리끼리는 다 아는 마음 아닌가. 휴가철 여행명소를 찾아 다니며 피곤하게 드라이브를 하고 여행 후에는 여독을 푸느라 또 한 번의 에너지가 소비되는 것보다, 진정 휴가 같은 휴가. 시선은 책에 고정하고 문장을 읽어 내려가며 눈알을 굴리기만 하면 되는 휴가. 물론, 들고 있는 책이 어떤 책인지에 따라 머리의 노동도 무시 못하겠지만.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여행가들의 모든 여행계획이 멈춤이었던 2020년 여름. 경이와믿음은 올해 여름은 북캉스에서 쉬자고 했다. 마스크 쓰고 산에, 바다에, 들에 가는 것보다 마스크 벗고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 마시며 랜선으로 연결된 경이와믿음 동료들과 함께 책이나 읽자고. 


휴가철 초창기부터 떠나는 여행객이 있고, 끝날 무렵 떠나는 여행객이 있듯이. 북캉스도 1차, 2차, 3차 나누어 조금 일찍 북캉스를 누릴 이들과 여름의 끝무렵에 누릴 이들 모두를 위한 휴식이 되도록 하자고 했다.   






어서 오세요.
랜선 리조트에 체크인하시고
자유롭게 북커버를 구경하세요.




안소현 <0의 휴식> (출처 : 킴냥_원더의 블로그)



그렇게 시작된 북캉스. 북캉스 카톡방에서는 눈에 담기만 해도 시원한 휴가 연상 이미지들이 공유되었다. 얼음 가득 담긴 커피, 푸른 나무와 맑은 하늘, 가득한 열매와 식물.. 그 사진들 사이 사이로 업로드되는 원더의 리딩가이드와 참여자들의 다양한 후기들이 그야말로 랜선 북캉스의 풍광이었다. 휴가지보다 시원한 책방에서 책 읽기 좋아하는 내 맘 이해 못해주는 세상보다, 휴가철 책 읽기에 안전하고 따뜻한 커뮤니티가 경이와믿음 북캉스였다. 

 


[1차]
아침 8시 <글쓰기의 태도>로 열고
밤 10시 <지저스올웨이즈>로 닫는 하루



경이와믿음 공식 글모임 '이제, 글쓰기'의 원더가 북캉스에서도 또 한 번 글모임을 리드해 줬다. 휴가 기간이라고, 읽고 쓰는 일이 멈춰지는 행동이던가. 쉬며 충전하고 읽고 쓰기를 연습하는, 이 모든 것이 동시에 함께 가능한 모임. 글 쓰는 모든 이들이 한 번 즈음 봉착하는 문제 가령, '쓰고 싶은 나와 쓰지 못하게 하는 나', '불안과 우울 떠나보내기', '예술가적 기질과 개성 다루기' 같은 난관들에 대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삶의 나머지 시간 동안 계속해서 글을 쓸 동력을 만드는 시간이었길.



1차 북캉스 <글쓰기의 태도>와 <지저스올웨이즈>



1차 북캉스 기간의 매일 밤 10시는 <지저스올웨이즈>와 원더가 선곡한 BGM으로 편안히 잠에 드는 시간이었다. 휴가기간 중의 수면은 참 중요한 일일텐데, 스마트폰 아닌 그 분의 뜻에 마음을 두며 잠드니 진정 휴식 같았다. 읽다가 쓰고 싶어도 참고 자야했다. 취침 전 넷플릭스나 다른 독서도 자제해야 했다. 1차 북캉스에서 매일 밤을 닫는 규칙이었으니까.


태도, 마무리, 감상, 반복, 절제.

1차 북캉스에서 배운 것들.  



[2차]
아침 7시 <겸손한 뿌리>로 열고
밤 9시 <일의 기술>로 닫는 하루



한나 앤더슨의 원예일기를 겸한 묵상집 <겸손한 뿌리>는 경이와믿음이 발견한 원석이다. 원예 작업자들의 흙때 묻은 손을 연상시키는 듯 빈티지한 초록 겉표지에 유광으로 표현된 식물 그림이 2차 리조트에 입장한 북캉스 회원들을 반겼다. '교만'과 '겸손'에 대한 역동성 가득한 묵상, 삶과의 연결에 대한 생각을 읽으며 무르익는 여름 더위를 잊었다. '교만'을 설명한 부분을 읽을 때는 얼굴이 화끈거렸고, '겸손'에 대한 글을 대할 땐 빛이 마음으로 들어왔다. 식물을 관찰하며 그 분을 묵상하는 건 한나 앤더슨의 은사다. 



2차 북캉스 <일의 기술>과 <겸손한 뿌리>



2차에서도 역시 매일 밤 BTS(Bed Time Story)가 카톡방으로 배달되었다. 바로 <일의 기술> 리딩 가이드. Story라 이름이 붙여진 건, 뜻밖의 이야기들로 가득한 인생들을 말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쓰임 받고 싶은 크리스천들이 하나님 앞에서 언제나,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슈들(소명과 천직, 직업, 일, 목적, 사명, 삶의 소리 등)을 설명한다. 왜곡된 직업 인식, 목적 잃은 질주, 일에 대한 잘못된 정의 등 때문에 소명에 대해 쌓인 오해들이 풀어지는 시간. 휴가지의 파도보다 시원했다. 



[3차] 
아침 8시 <영혼의 계절들>로 열고 
낮 12시 <달과 6펜스>로 모처럼 쉬는 하루



휴가지에서의 소설. 이 로망을 아는 사람들은 3차 리조트에 합류했다. 소설을 맡은 원더의 큐레이션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가족과 직업, 일상을 탈출해 예술 세계로 뛰어들어 내적 욕망을 채우는 주인공 이야기. 새로운 세계를 향한 출발, 무언가에 붙들린 인생, 진정한 아름다움.. 크리스천들도 신앙 안에서 꼭 한 번은 다루어야할 이야기들을 소설과 함께 하는 재미를 맛봤다. 원더의 리딩 가이드에 첨부된 폴 고갱과 기타 작가들의 그림들이 갤러리에 휴가온 느낌을 선물해 줬다. 



출처 : 킴냥_원더의 블로그



3차 북캉스의 책 <영혼의 계절들> 역시 앞선 모든 책들에 뒤지지 않는 깊은 성찰의 결과물이다. 크리스천들의 지식과 행함을 넘어 '내면세계를 가꾸는 일'의 중요성을 예리하게 해석한 책.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영혼의 어두운 시절을 지날 때 어떤 태도를 견지하고 반응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경이와믿음 회원이라면 내면세계를 여행하고 그 세계의 것들을 꺼내어 고백하는 과정을 기꺼워 하는 이들. 이 책은 그 어떤 책보다 경이와믿음다웠고, 경이와믿음스러웠다.  






3차 북캉스가 후반부로 갈 무렵,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교회 현장예배는 이전보다 더 엄격히 금지되었고 여기저기서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진행되던 성경모임들도 법적 제재를 받게 되었다. 어둡고 황량한 시절을 지나는 동안 경이와믿음에서 나누어진 우리들의 이야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살게 할 힘이 되어 이 가을을 버티는 원동력이 되어줬다. 함께 읽고 쓰는 추억 자체가 중요한 이유겠다. 





@wonder_n_belief

@innerjoy_moms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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