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원더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너조이 Oct 27. 2020

[북리뷰] 겸손한 뿌리

겸손해지면 자유로워진다는, 그 깊은 진리


이게 정말 겸손일까?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면 가장 많이 듣는 일반어휘(종교어휘가 아닌) 중 하나가 '겸손'이다. 종교어휘가 아니기에 종교 밖에서 이해하고 학습한 대로 활용한다. 겸손이라는 단어를 그렇게 몇 년을 쓰다가 어느 날부터 참 궁금해졌다. 이게 정말 겸손일까? 겸손한 모양새를 갖춘 말과 행동, 제스처를 취하면 나는 겸손한 사람이 되는 걸까? 누가 칭찬할 때 손으로 입을 가리며 과하게 나를 낮춰 말하고 '모든 것이 주님의 영광이지요.'라고 말하면 겸손이 몸에 밴 사람일까?



겸손은 단순히 기질일 수 없으며, 글귀 모음일 수도 없다. 겸손은 우리 자신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며, 세상에서 우리의 위치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74쪽. 

우리가 그분께 접목되기 전에 우리의 썩은 뿌리들, 즉 우리의 자만(self-sufficiency)과 자아(ego)를 잘라내야 한다. 우리 스스로 뿌리내릴 수 있다는 허세를 포기해야 한다. 겸손을 하나의 개념으로 믿지만, 실제로는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려 하지 않는 교만을 거부해야 한다.
- 75쪽.



아닌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성경에서 말하는 겸손이 아닌 것 같다. 몇 차례 겸손한 모양새를 의식적으로 갖추었을 때 내 안에서 '그것은 겸손이 아니야!!!'라는 외침이 있었다. 겸손이 내가 아는 겸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 불안한 생각, 이 생각 속에서 몇 년을 살다 만난 책 <겸손한 뿌리>. 





떨리는 손으로 책장을 겨우 넘길 때마다, 살아오며 내가 쌓아 온 '겸손'과 '교만'에 대한 모든 관념들을 부쉈다. 겸손치 않다고 여겼던 이들이 겸손해 보이기 시작했고, 겸손하다고 오해한 사람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선한 일을 하느라 바쁜 이의 마음에 있는 교만도 읽게 되었다. 자신이 겸손하다고 착각하는 이들이 어떤 조종을 받고 있는지도 알았다. (책 한 권이 사람의 눈을 밝히는 게 어찌나 경이로운지)


'겸손'과 '교만'에 대한 이야기는, 짐작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깊고 묵직해서 가볍게 북캉스를 즐기려고 했던 마음을 세게 짓눌렀다. 잠드려고 누웠다가 내 교만이 들킨 것처럼 새벽녘에 혼자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저자 한나 앤더슨 특유의 따뜻한 질책의 문장들이 자꾸 생각나 살림을 하다가도 잠시 멈춤의 순간을 여러번 겪었다. 깊고 깊은 이야기. 

 


출처 : 이너조이_원더의 블로그



겸손에 대한 묵상의 정수



버지니아 한 산맥에서 목사 남편과 함께 목회 사역을 하는 한나 앤더슨이 자신의 삶에서 매일 마주하는 그것, '식물을 둘러싼 자연세계'에서 건져올린 겸손 이야기. 겸손과 교만에 대해 이토록 영적이며 자애롭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이 책이 '겸손해지기 위한 기술', '겸손한 사람이 되기 위한 몇 가지 방법' 따위의 글이 아닌 점에 안도했다. 또 겸손과 동시에 자기사랑을 이룰 수 있다며 '자기 몸 사랑하기' 같은 것을 가르치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겸손한 뿌리>는 성과와 경쟁을 추종하는 현대인이 교만과 스트레스 사이에서 빼앗기는 진정한 쉼, 삶, 영성 같은 것들을 온전히 회복하도록 돕는 문장들을 선보인다. 친구의 성공을 보며 어쩐지 작아지는 자신을 느끼고, 녹초가 될 만큼 노력해도 불안한 그 원인, 그 뿌리를 '교만' 그러니까 '겸손하지 않음'에서 찾는다.  



출처 : 카리스_이엘의 인스타그램
출처 : 쏘일_이엘과 꼼씨_이엘의 블로그



복잡계를 살아가느라 지친 우리네 영혼이 겸손해질 때 우리를 얼마나 자유케 하는지 아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겸손은 어떤 행위나 단순 마음가짐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삶, 그 자체이기에 우리의 매순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몸, 마음, 인간관계, 생각하는 방식 모든 것을 바꾼다. 겸손이 삶에 가져오는 유익한 결과는 넘치도록 많지만 내 마음에 꼭 와닿은 것은 바로 '지혜'였다. 



겸손은 우리에게 항상 배울 것이 있다고 믿는 성향을 심어준다. 왜냐하면 겸손은 우리의 의존성과 유한함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중략) 겸손은 우리의 관점이 수정될 수 있는 부분, 혹은 우리의 이해가 자라날 자리가 늘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167쪽.



지혜를 구하기 전에 겸손을 구할 일이다. 이성의 한계, 생각의 제한, 마음의 오만, 의존성과 유한함. 이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한 교만한 인생이 어떻게 지혜로울 수 있다는 말인가? 이제야 알았다. 내 지혜의 성장이 왜 멈추었는지, 반복되는 생각 외에 새로운 생각이 들어올 때 왜 불편함이 먼저 작동되는지, 씩씩하고 독립적으로 잘 사는 것 같았는데 왜 매번 우울감과 무기력에 허우적대는지. 내 모든 문제의 원인이 단 하나에 있었다. 깊이 뿌리박힌 교만 때문이었던 것이다.  





<겸손한 뿌리>로 2차 북캉스의 원더를 맡아 남들보다 조금 더 먼저 이 책을 읽고, 조금 더 많이 이 책 앞에서 고민하며 가이드를 적게 된 건, 하나님이 2020 여름 내게 주신 최고로 시원한 휴가 선물이었다. 아리송하게 풀리지 않았던 인생의 질문들이 통쾌하게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함께 참여한 이들의 후기를 읽어볼까? 





하나님이 내게 주신 시간, 돈, 재능, 정보, 교육, 영향력, 가족과 같은 자원들 앞에서 더욱 겸손하게 살아가길 원한다. 살다가 또 한 번 내 모습 속에서 교만의 싹이라도 발견하는 날, 서둘러 책장 앞으로 달려와 <겸손한 뿌리> 책을 뒤적거릴 것이다. 책 속에 꾹꾹 눌러쓴 펜 자국들에 시선을 두고 겸손을 구하는 기도를 하는 내가 되길. 



"겸손은 오직 자기 하나님과 인격적으로 마주함 가운데 있으며, 이 만남을 통해 피조물이라는 자신의 조건을 완전히 자각하게 되고, 마지막 남은 자기 영광의 조각을 내던지게 된다."
- 철학자 디트리히 폰 힐데브란트



@wonder_n_belief

@innerjoy_momsdiary

매거진의 이전글 경이로운 기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