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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조이 Nov 03. 2020

아드 폰테스를 마치며

글쓴이 : 경이와믿음 킴냥_원더



기도의 마음이 지펴준 배움 열정



빛처럼 마음에 자리 잡은 기도제목이 있다. 사촌 남동생 이야기. 부모님 속 한 번 안 썩인 착한 아이가 뜻밖에도 대학교 입학 후 사춘기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가 터뜨린 말들 중 압권은 "엄마, 나 이제 교회 안 갈래"라는 폭탄선언이었다. 엉뚱한 구석이 있었지만 참 순했던 동생은 갑자기 머리를 단발로 기르고 봇짐장수마냥 책을 싸들고 다니며 읽었다. 그 중엔 기독교에 관한 책도 있길래 내심 안도하고 있었다. 책이 신앙을 만들어 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 아이의 의지와 열망이 있으면 신앙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복음과 진리를 깨칠 때까지 책들이 동생의 삶을 견인해주겠지, 하는 안일함이었다.  


하지만 그 뒤에 들려온 소식은, 오랜 시간 나름의 공부를 마친 동생이 책을 덮으며 '종교를 갖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혔다는 것이다. 예상 밖의 모습이었다.  


가족의 말로는, 사촌 동생의 책장에는 모두 비기독교적 관점에서 쓰인 종교서적들이 꽂혀 있었다고 했다. 학문, 종교, 사상 정도로 기독교를 해석한 무신론적 관점의 도서들을 동생은 오랜 시간 읽어온 것이다. 타고난 지성과 통찰력으로 일견 분석적이고 논리적이며 합리적이기까지 한 지성인들의 비기독교적 문장을 동생은 진리처럼 받아들였을 것이다. 가슴이 아프고 답답했다. 


미디어를 전공하고 교회 밖 문화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후배가 신앙적으로 무너진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안타까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사촌 동생이나 후배처럼 내 안에서도 기독교에 대한 질문이 차오르고 있었지만 덮어놓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옳고 그름을 따뜻하게 설명해줄 힘이 없었다. 기독교를 반박하는 똑똑한 인본주의자들의 주장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몰인정하고 잔인한 종교로 비난 받는 상황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상처 받는 그 후배를 위로하기엔 역부족임을 느꼈다. 



How Should We Then Live?





그러던 중 올 가을 경이와믿음에서 공부방 모임을 맡아보기로 했다. 평생의 예배, 영원한 배움을 지향하는 크리스천이 모여 만드는 공부방. 나도, 공부방에 모이든 이들도 풍요로워질 공부방을 만들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다. 두근거리는 기획이었다. 


코로나 악재로 모두가 힘들었지만 특히 우리 크리스천에게는 신앙의 고민까지 더해져 더욱 어려운 침체의 시기였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누구의 말을 따라가야 하나’, ‘어떤 가치를 붙들어야 하나’ 등의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뿐 아니라 내 옆의 크리스천들에게 묻고 또 되물었던 한 해. 그래서인지 공부방 모임을 꾸려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성경적 세계관'이라는 키워드가 마음 속에 둥실 떠올랐다. 





이렇게 탄생한 경이와믿음XELC의 세 번째 공부방 '아드 폰테스'. 함께 공부하기로 한 네 명의 이엘과 매일 의지를 다지며 읽어 내려간 책은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책은 이 세대가 피조물을 창조주의 자리에 두는 가장 극심한 사악함에서 돌아서고 사망의 길에서 떠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것이다."
-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해 볼까. 아드 폰테스 공부방에서 길어올린 가장 큰 유익은 삶의 든든한 '기준'이 생겼다는 점이다. 무수히 많은 사건 사고와 사람의 목소리 속에 묻혀 사는 우리. 그것들의 배경과 의도, 기원을 알지도 못한 채 비판 없이 수용해 버리는 시대를 산다. 판단과 해석의 기준이 모호해, 온전치 못하고 불안한 잣대를 들고서. 그렇게 쌓여 가는 오해와 편견들로 얼마나 고통스러워 하는가. 이럴 때 만나는 '영원하고 신뢰할 만한 기준'처럼 반가운 것이 또 있을까.





공부할 내용은 방대했다. 고대 로마부터,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의 사람들 반대편에 서서 사회를 구성해 온 이들의 세계관을 조망했다. 위로는 철학 사상, 아래로는 경제와 법, 그리고 음악, 미술, 문학에 스며든 성경적 세계관과 인본주의적 세계관의 역사를 읽었다. 책장의 끝무렵에는 어느덧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인 13장 <대안>. 이 장의 소제목은 '유일한 희망, 혼돈에 이르지 않는 기독교적 기반'이었다. 제목처럼 성경적 기준으로 판단하며 살길. 갈림길에서 우물쭈물하다 잘못된 길로 빠져드는 일이 없길. 나 역시 아드 폰테스의 이엘로서 신앙을 깊이 하고 크리스천 정신력을 무장하는 시간이었다.

 


ELC#003 아드 폰테스 리딩 가이드와 책 서문



아드 폰테스, 일단은 마칩니다.



ELC가 없었다면 언제까지 미뤄두고 있을지 모를 공부, 아드 폰테스. 또 혼자 시작했더라도 절대 열 세 장의 내용들을 완전히 읽을 수 없었을 터였다. 





하지만 함께 공부하는 힘은 강했다. 원더로서 제시한 가이드에 맞춰 어렵사리 진도를 맞추려 한 이엘,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에 대한 깨우침을 나눠준 이엘, 비슷한 책을 더 추천해 달라는 이엘. 규모가 작은 모임이어서 이엘 모두가 기억에 더 남는다. 한편 만만치 않은 책으로 모임을 인도해야 하는 원더로서 운영방식에 대해서 더 고민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일단' 공부를 마친다. 아쉽고 더 욕심나지만, 공부 잘하는 사람들은 다음의 공부를 위해 지혜롭게 쉬는 시간을 갖는단다. 아드 폰테스 이엘들도 다음의 아드 폰테스를 위해 쉬어 본다. 이와믿음 ELC가 그리스도인으로서 계속 탐구하고 배워야할 마음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운영되길 소망하면서.


공부하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wonder_n_belief

@catdog_sh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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