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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조이 Nov 12. 2020

엄마, 이엘이 되다

글쓴이 : 경이와믿음 조이홉_이엘



'배움'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르는 분이 있다.


음악교육을 전공하던 대학시절, 미술교육과와 함께 쓰는 건물의 3층 연습실에서 가끔 낯선 분이 드나드는 걸 본 적 있었다. 바이올린 전공하던 친구에게 레슨을 받으러 오시는 학교 직원분이었다. 40대 즈음 되어 보이는 여자 분이셨는데 바이올린을 어깨에 메고 배우시는 모습이 꽤 인상 깊었다. 그 때 그 분을 보며 나이 들어서도 배움을 그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던 것 같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다. 마흔을 앞둔 올해 초, 코로나로 모든 것이 멈추었던 때 내 안에서는 무엇인가가 힘차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지난 9년간 반복되었던 임신과 출산, 육아의 노선에서 잠시 선로를 변경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강렬한 열망이었다.



한 손에는 국자가, 한 손에는 책이



아이들이 잠든 새벽에 말씀을 읽고 묵상노트를 쓰고 책을 읽고 영어공부를 했다. 얼마나 간절했던지, 새벽 2시, 3시에도 눈이 저절로 떠졌다. 특히 책은 하루 중 시간이 나는 대로 붙들고 읽어나갔다. 삼시세끼 밥상을 차려야 하는 엄마의 한 손에는 국자가, 한 손에는 책이 들려 있었다. 


3년 전 한국에 살 때 동네 도서관에서 모였던 그림책 모임에 대한 향수였을까, 혼자 오래 책을 읽다 보니 독서모임 생각이 불현듯 지나갔다. 미국에서도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독서모임을 찾던 중, 코로나19 시국 탓에 많은 독서모임들이 온라인 모임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는 완전 땡큐한 일이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참여하게 된 독서모임에서 12주동안 필사와 질문으로 진정한 독서를 경험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책을 읽는 법을 배우고 싶어 크리스천 독서모임을 찾았다. 





그동안 읽지 않았던 분야의 책들을 읽게 되고 책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되어 좋았다. 말씀과 기도, 독서가 이제 내 삶과 밀접한 것들이 되었고 기쁨도 점점 커졌다. 그러다가 말씀과 기도, 독서. 이 세 가지를 한데 어우른 모임을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 때 보게 된 ELC 공부방 모집 공지. 공지를 살펴본 후 하나님이 날 위해 준비하신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바로 등록했다. 


ELC 책방이된다는것1 모집공지



그렇게 나는 이엘이 되었다



영원히 배우고 커가는 크리스천을 위한 일상 공부방, ELC(Eternal Learner Circle)의 첫 번째 공부방 '책방이 된다는 것 1'의 이엘이 된 것이다. ELC에서는 원더의 가이드에 따라 이엘이 매일 읽고 쓰는 공부를 한다. 매일, 읽고 썼다.


경이와믿음 ELC의 원더와 이엘



ELC#001 책방이된다는것1에서 읽은 책



가장 낯설었던 것은 구글 공유문서 시스템을 이용해 모든 이엘들이 하나의 문서를 채워가는 일이었다. 어머, 이런 곳이 있다니!! 문명에 뒤쳐진 아줌마의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 곳은 '함께 하는 이엘들의 기록을 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확장되고 성장하는 기분이 들 거예요.'라는 원더의 말처럼 다른 이엘들의 문장수집, 영감메모, 삶의 나눔을 통해 내가 알지도, 보지도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며 충만해지는 공간이었다. 


ELC의 또 다른 매력은 줌(ZOOM) 자습실이었다. 하루 두 번 정해진 시간에 열리는 줌 화상채팅방에서 공부하는 모습만 화면에 비추어 흡사 도서관이나 독서실을 연상하며 공부할 수 있는 곳이었다. 관심사가 같은 동료들과 동시에 같은 일을 하며 연결되어 있는 느낌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힘이 되어줄 수 있음을 알게 해줬다. 


낯선 것들이 익숙해지고 처음 보는 책 속의 단어들을 정리해 가며 배워 나갔다. 특별히 3주차의 스터디가이드에는 '나의 책방'에 관한 질문들이 이어졌는데, 그간의 공부들이 자연스럽게 답을 향해가고 있었다. 그렇게 그려진 나의 책방, '헤아림'.





책방 '헤아림'은 "책을 통해 위로 받고 공감 받는 공간, 많이 울고 많이 웃는 공간,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는 공간, 그리고 마음을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 가는 공간, 그러다 어느 순간 성장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공간, 내가 책에서 받은 헤아림으로 다른 사람을 헤아릴 수 있는 공간, 헤아림의 연결 가운데 나 또한 다시 헤아림을 받는 공간, 나도 선한 영향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공간"이었다. 3주 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공간을 그려내고 있었다. 이것이 배움의 힘이리라! 


ELC의 첫 번째 공부방 '책방이 된다는 것 1'에서의 공부에 이어 '영어원서 읽기'와 '글쓰기' 공부방에 등록해 계속 이엘의 삶을 살고 있다. 이제 어쩌다 한 번 열어보던 10년 된 나의 노트북은 테이블 위에 당당히 자리하게 되었고 틈만 나면 열어젖혀져 경쾌한 자판 소리를 내 주고 있다. 그 소리가 채워지는 만큼 나는 배우며 자라고 있다. 



ELC#002 : 원서읽기와 ELC#006 : 밑줄긋기



배움에는 때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 때가 삶의 모든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영원하지 않은 세상에서 영원한 것을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영원을 배우고 영원히 배워가는 이엘이 될 수 있다. 나는 앞으로도 그 분을 배워가는 이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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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_n_belief

@joyhope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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