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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Nov 17. 2020

서로를 인터뷰하다.밑줄 긋기-원더의 이야

경이와 믿음의 모임, 공부방을 가이드하게 되면 참여하는 모임원, 이엘들이 보낸 감사 메시지를 받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을 다 꺼내 보여줄 순 없지만, 나의 답장은 '제가 더 감사합니다-'이다.

모임에 참여하는 기쁨을 잘 알고 있다. 모임을 인도하며 누리는 기쁨은 늘 처음인 것처럼 새롭다.  


밑줄 긋기를 진행하던 중, 어느 날 도착한 경이와 믿음의 다른 원더의 메시지.

"밑줄 긋기, 너무 좋아 보여요. 갑자기 조이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밑줄 긋기를 진행하던 중 작성한 인터뷰지만, 밑줄 긋기 공부방을 마치고 나서야 원더 노트에 싣는다.


모임 초보자가 모임을 만들어가는 과정, 밑줄 긋기의 뒷 이야기, 소중한 작은 마음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는 글자들이 되기를 바라며. 며칠 전 '밑줄 긋기' 모임을 마무리하고, 모임을 그리워하는 것은 비단 이엘만이 아니라는 마음으로 짧은 인터뷰를 정리한다.



Q: 밑줄 긋기, 어떤 모임인가요?


'쓰기의 감각'은 유머러스하고 가벼운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톤의 책이지만 삶과 글을 묵직하게 담고 있어요. '글 쓰는 그리스도인'은 제목으로 모든 것을 함축해서 말해주는 책인 것 같고요. 그리스도인으로서 글을 쓴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제가 지향하는 두 개의 중심 이미지를 대표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쉽고 가볍지만 깊고, 정체성은 흔들리지 않는 그런 글을 쓰고 싶거든요. 그런 책을 함께 나누고 싶어, 이 책 두 권을 선정했고요. '글쓰기'에 관해 공부하며 밑줄을 긋고, 서로의 감상을 나누고, 밑줄에 밑줄을 그으며, 함께 읽고 쓰며 생각하는 모임입니다. 글과 삶은 '동일어'고, 제일 중요한 단어는 '함께'고요.

밑줄 긋기에서 함께 읽은 책 1. 쓰기의 감각 2. 글 쓰는 그리스도인

 

Q: 이 모임을 기획하게 된 계기나 뒷이야기가 있나요?


글쓰기 모임의 이름, 이미지가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말도 안 되는 공부방 이름들이 후보에 있었는데 어느 날 '밑줄'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멈췄어요. 그러고 나니 세상이 온통 '밑줄'로 가득하더라고요(하나님 컨펌ㅋㅋ). 밑줄을 긋는 행위는 책을 읽으며 늘 해오던 일인데, 책을 읽고 문장을 수집하는 일을 '밑줄'로 표현하고 나니 좋더라고요. 의미를 확장시켜 나가 보니, 동료 이엘들이 그어놓은 밑줄을 다시 만나면서 글과 책의 의미를 더 확정할 수 있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고요. 또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삶'을 쓴다는 것일 텐데, 밑줄이라는 단어가 내 삶에 이미 그어진 '하이라이트'를 발견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이라이트라고 여기지 않았던 매우 사사로운 일에 하이라이트를 그어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글은 삶, 삶은 글, 그래서 글쓰기 공부는 삶을 공부하는 것과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했어요.

한 단어에서 시작해, 생각이 확장되고, 밑줄긋기가 무엇을 해야하는 공부방인지 스스로 세워져 가는 것 같았어요


Q: 모임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요?


'글쓰기'에 관한 책 읽기, 밑줄 그은 문장을 공유문서에 적기, 글쓰기에 대해 배우거나 새롭게 생각한 것이 있다면 자유롭게 적어보기, 오늘의 생각 글감에 따라 최소한의 글쓰기(한 단락)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엘들은 구글 공유문서에 각자 밑줄 그은 문장을 적고 공유합니다. 함께 공부방에 참여하는 이엘들은 동료 이엘들이 밑줄 그은 문장에 다시 밑줄을 긋고(댓글) 한번 더 하이라이트를 확인할 수 있어요. 삶의 하이라이트를 발견할 수 있도록 쓰는 수요일도 진행했고요. 토요일마다 동료들의 글을 읽으며 또 한 번 복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고요. 책 1을 마감하고, 책 2를 시작하기 전, 보다 자유로운 형태의 글을 나누며 주변의 글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리고 앞으로도 글쓰기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플랫폼 '브런치'에 대한 소개도 포함했습니다. 삶에서 만나는 좋은 문장들을 서로에게 배달하는 '밑줄 배달'도 진행했고요.



Q: 모임에 성실하게 참여하려면 하루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한 시간에서 최대 두 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공부방의 리듬에 익숙해지기까지 이엘들은 예열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고요. 더 꼼꼼히 공부하려면 사실 더 많은 시간을 공부하고 싶지만, 에너지를 하루에 쏟지 않기 위해, 공부를 너그럽게 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집중하는 날에는 집중하고, 호흡하는 날엔 호흡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일정의 리듬을 조정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고요. 3주 일정을 단조롭지 않게 쪼개는 일에 신경을 쓰며 전체적인 스케줄을 만들었는데.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Q: 가장 인상적인 밑줄이나 가이드 내용, 이엘들의 기록을 소개해줄 수 있나요?

책의 문장들도 그렇고, 이엘들이 작성한 글도 그렇고. 모두 다 주옥같고 양이 너무 많아 소개하기가 쉽진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다시 한번 저널을 쓰윽 둘러보는데, 코가 찡찡해지네요. 힘든 하루의 끝에 책의 문장들을 통해 위로받았다는 이야기, 책의 문장들이 비단 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삶'에 해당되는 것 같다는 고백. 그리고 참여자 대부분이 밑줄 친 '글쓰기를 통해 얻는 보상은 글쓰기 자체'라는 문장을 보면. 도대체 '글쓰기'가 뭐길래, 글쓰기를 밀고 나가고, 문장들로 위로받는 건지. 우리의 존재들이 참 아름답고 귀한 것 같아서. 그 마음을 가장 가까이서 누리며. 행보 캅니다.


Q: 이번 모임 이후에 계획이 있나요?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이제, 글쓰기' 시즌3을 진행하면 좋겠다.. 고 생각하고 있어요.(오프 더 레코드 같지만. 조용히.. 체력이..).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고 '글쓰기'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지만, '쓰지 않고' 글쓰기를 공부할 수는 없는 것 같거든요. 단순하게 26일간 '쓰고 쓰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경험이 참 좋았었고요. 12월은 쓰기에 좋지 않은 달이라고 '앤 라모트'선생님이 말했지만 12월 중 26일을 매일 한 페이지씩 쓰며 한 해를 마감한다면 너무 '낭만적'일 것 같아요. 물론 쓰는 행위는 절대 낭만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냥 고약하게 말해본 거예요.


Q: 마지막으로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고 싶거나,

모임을 디자인하고 싶은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글쓰기 모임에 참여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속을 풀어 헤치는 일인 것 같아서 그런지, 매번 '착한 동료'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속을 풀어헤쳐 놓은 글을 서로 읽고 나누니, 사랑과 믿음이 깊어지고요. '글을 나눈다'는 것은 '짙은 우정을 나누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 내가 쓴 글을 계속 읽어준다는 것은,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아주 큰 동력이 된다는 것을 매번 확인하고 있어요. (함께 읽고, 또 읽고 싶은) 사랑하는 책이 있고, 글쓰기를 함께 해나가고 싶다면 누구든지 모임을 디자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 인사를 가장한 영원한 H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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