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맡기기
검사로 공직에 있을 때나 로펌, 스타트업 사업을 할 때나, 여러 성격의 사람을 상대하게 된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어떤 사람은 이러해서 운이 좋고, 어떤 사람은 이러해서 운이 나쁘구나 하는 생각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한상복, 연준혁의 저서 ‘보이지 않는 차이’에서는 “행운의 여신은 Should 감옥을 싫어한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에 대해서 저자는 행운의 여신은 우리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해 순수한 열정을 발휘할 때에만 나타나며, 즐거움에 완전히 몰입해 있을 때 영감의 형태로 메시지를 남기고는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야만 하는’ 상태에서는 절대로 행운을 만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큰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음부터 비우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됩니다.
장자는 이런 격언을 남겼습니다.
"궁수가 그냥 즐기려고 활을 쏠 때에는 재간이 아낌없이 발휘된다. 청동으로 된 상을 받으려고 활을 쏠 때에는 신경이 예민해진다. 그리고 금으로 된 상을 받으려고 활을 쏠을 때에는 과녁이 두 개로 보이기 시작한다."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로 6년을 근무하면서 여러 군상의 사람들을 만나 일을 해보니, 의뢰인의 성격 또는 사건에 대한 태도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법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이기는 것이다. 민사문제라면 당연히 상대방의 주장을 묵살시키고 통쾌한 승리를 얻는 것이고, 형사문제라면 무죄를 받거나 최대한 선처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비슷한 사건이라도 의뢰인의 태도에 따라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변호사가 들인 공은 비슷한데도 말이다. 물론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 검사, 판사의 개인적인 성향이 반영되기도 하나, 그것이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전제했을 때다.
변호사로서 수백 건의 사건을 하면서 느낀 결과, 그것은 ‘운’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딱히 결과가 다른 것을 설명할 길이 없다.
운이 좋은 의뢰인은 일단 변호사를 선임하면, 변호사에게 전적으로 사건을 맡긴다. ‘변호사가 알아서 잘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건을 맡은 변호사는 차분하게 사건에 대한 변론을 진행하고, 법정에서의 변론에서도 여유가 느껴진다.
물론 최선을 다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가끔씩 변호사에게 전화해서 진행상황을 체크하나 말투에 신뢰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운이 나쁜 의뢰인은 변호사를 선임한 이후에 변호인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해서 진행상황을 챙기고, 서면의 내용이나 변론 방향에 대해서도 사사건건 명령을 내린다. 말투에도 물론 항상 짜증이 묻어나는데, 이는 손이 아닌 말로 변호사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변호사는 할 수 없이 의뢰인이 하자는 대로 서면을 작성하고, 법정 변론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의뢰인에게 멱살을 안 잡히려면 결과에도 전전긍긍하게 된다.
그런 의뢰인은 그렇게 살아와서 성공했을 수도 있으나, 과연 그것이 진정한 성공일지 의문이다. 그리고 성공경험도 많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성공경험이 많다면 그렇게 빡빡하게 본인과 타인을 몰아붙일 리가 없다.
“운이란 그런 것이다. 최선을 다하나, 결과에는 초연하는 그런 마음 자세에서 운이 생기는 것이다. 80퍼센트는 사람이 하는 일이고, 나머지 20퍼센트는 운에게 맡겨 놓는 것이다. 운이란 놈이 들어올 여지를 만들어놔야 하는 것이다.”
실력으로만 성공하려는 사람은 항상 피곤하다. 그리고 항상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운이 지지리도 없어.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항상 되는 일이 없어.”
운 좋은 사람에게는 변호사도 깜짝 놀라는 결과가 일어난다. 의뢰인의 감사인사를 받은 후 변호사들끼리 이런 말을 한다.
“저 사람은 정말 운 좋은 사람이야. 이런 결과는 전국에서 1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데 말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성공보수를 많이 걸어놓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