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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뉴 Mar 30. 2019

오늘의 절망과 내일의 희망사이

칠드런 오브 맨 (2006)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자신에게 더 이상 다가올 내일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큼 절망적인 상황이 또 있을까? 모두가 마지막 오늘을 살아가는 디스토피아의 세계.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은 시한부를 선고 받은 인류가 작지만 위대한 희망을 마주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난민수용소 장면, 영화 속만의 모습은 아닌 듯 하다.

2027년, 더 이상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 인류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은 없다. 종말을 앞둔 세계에서 삶이란 무의미한 것으로 전락했다. 폭동과 테러가 비일비재하고 대부분의 국가가 무정부 상태로 무너져 내린 가운데 남아 있는 영국 정부마저 난민들을 ‘불법’이라는 이름으로 낙인 찍어 무력으로 진압하거나 수용소에 가두는 등, 비인간적 행위를 정당화한다. 그러던 중 난민인 한 흑인 소녀 ‘키’가 기적적으로 임신하게 되면서, 인류에 희망을 안겨주는 동시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위기에 처한다. 테오는 키를 보호하려다 죽은 줄리안을 대신해서, 키를 안전하게 인류의 미래를 위한 ‘인간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단체로 보내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인류의 실낱같은 희망을 ‘미래(Tomorrow)’로 보내는 데에는 많은 희생이 따랐다. 테오는 키를 돕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사랑하는 연인 줄리안을 잃어야 했으며, 절친한 친구 재스퍼도 잃었고, 같은 목표를 위해 싸웠던 동지 미리엄이 영국군에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오가 자신의 목숨마저 내놓으며 바다로 향한 이유는 마지막 세대로 여겨졌던 인류에게 있어 새로운 생명은 미래에 대한 희망 그 자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생명의 존엄에 대해, 역설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한 생명을 탄생시키고 지키기 위해 죽어나가는 장면을 계속해 보여주며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인간의 존엄성을 뺏어 가려는데…어떻게 평화로울 수가 있냐고!"


하지만 <칠드런 오브 맨>은 단순히 교훈만을 남긴 SF영화가 아니다. 오늘날의 ‘난민혐오’, ‘인구절벽’등의 문제와도 연결되는, 지극히 현실을 담고있기에 여전히 지울 수 없는 의문도 남겼다. 단지 인류의 존속과 미래세대의 보장이 과연 인류의 희망을 담보할 수 있을까? 또, 아기를 미래호에 태워 보내는 것으로 내일의 희망을 대신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그것이 영국군과 난민반란군 사이의 전쟁과 무장테러, 빈곤과 불평등 그 안에서 자라나고 있는 서로를 향한 혐오와 무기력, ‘오늘의 절망’을 해결해줄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영화 속 루크가 말했듯, 우리는 생명에 대한 존엄을 잊게 하는 모든 문제 앞에 평화는 존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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