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도송이 Jun 09. 2024

오늘은 오샌만날

영원히 육퇴 하지 않을 날들을 기록합니다.

"엄마, 오늘은 선생님이 샌드위치데이라 복지관에 오지 말래요."


복지관 주간보호를 다녀온 큰 딸이 말한다.

그냥 오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샌드위치 데이`라 오지 말라 했다고 또박또박 전한다.

무언가를 구체적인 언어로 전달해 주면 나는 팔불출 엄마가 된다. 조금은 안도하는 마음과 함께 말이다.

아이의 언어에 민감한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남편이 속마음을 알면 ` 쓸데없는 걱정 한다`고 뭐라 하겠지만,  혹시라도 안 좋은 일이 생긴다면,  

우리 딸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과연 믿어줄까?

이 각박한 세상이 딸의 말에 신뢰성을 부여할 있을까? 싶은 것이다.


그래서 가끔씩 복지관 선생님께도 기분 좋은 피드백을 드리는 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

"혹시 요즘 설상가상이라는 고사성어를 배웠나요? 어제 집에 와서 자랑하더라고요."

"예 맞아요~ 어머니"

"에고 어제 선생님 강아지 몽이가 많이 아팠다면서요?"

"예 맞아요~ 어머니"

예, 맞아요, 어머니 그 세 마디. 그 말을 들을 때면 `거봐 맞지?` 싶은 게

마치 전교 1등 한 어머니라도 된 것처럼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런 순간을 놓칠 리 없다. 이런 구체적인 언어 전달을 할 때면, 심층 질문으로 넘어간다.

보통 아이로 치면 심화학습이다.


"OO아, 샌드위치 데이는 왜 샌드위치 데이야?"

부디, 제발 내가 원하는 그 대답을 해주기를....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이는 대답한다.

"샌드위치 만들어 먹는 날이래요"


웃프다.

이럴 때 딱 맞는 단어는 그거 하나다.

휴일과 휴일 사이에 낀 평일 하루가 샌드위치 데이라고

똑! 떨어진 설명을 해줄까 망설이다 샌드위치처럼 마음을 접어본다.

순수한 저 마음을 파괴해서 무엇하랴


심화언어학습은 여기서 끝!

오늘은 오,샌,만,날

오늘은 샌드위치나 만들어 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악몽과 비몽사몽 사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