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육퇴 하지 않을 날들을 기록합니다.
"엄마, 오늘은 선생님이 샌드위치데이라 복지관에 오지 말래요."
복지관 주간보호를 다녀온 큰 딸이 말한다.
그냥 오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샌드위치 데이`라 오지 말라 했다고 또박또박 전한다.
무언가를 구체적인 언어로 전달해 주면 나는 팔불출 엄마가 된다. 조금은 안도하는 마음과 함께 말이다.
아이의 언어에 민감한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남편이 내 속마음을 알면 ` 또 쓸데없는 걱정 한다`고 뭐라 하겠지만, 혹시라도 안 좋은 일이 생긴다면,
우리 딸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과연 믿어줄까?
이 각박한 세상이 딸의 말에 신뢰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 싶은 것이다.
그래서 가끔씩 복지관 선생님께도 기분 좋은 피드백을 드리는 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
"혹시 요즘 설상가상이라는 고사성어를 배웠나요? 어제 집에 와서 자랑하더라고요."
"예 맞아요~ 어머니"
"에고 어제 선생님 강아지 몽이가 많이 아팠다면서요?"
"예 맞아요~ 어머니"
예, 맞아요, 어머니 그 세 마디. 그 말을 들을 때면 `거봐 맞지?` 싶은 게
마치 전교 1등 한 어머니라도 된 것처럼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런 순간을 놓칠 리 없다. 이런 구체적인 언어 전달을 할 때면, 심층 질문으로 넘어간다.
보통 아이로 치면 심화학습이다.
"OO아, 샌드위치 데이는 왜 샌드위치 데이야?"
부디, 제발 내가 원하는 그 대답을 해주기를....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이는 대답한다.
"샌드위치 만들어 먹는 날이래요"
웃프다.
이럴 때 딱 맞는 단어는 그거 하나다.
휴일과 휴일 사이에 낀 평일 하루가 샌드위치 데이라고
똑! 떨어진 설명을 해줄까 망설이다 샌드위치처럼 마음을 접어본다.
순수한 저 마음을 파괴해서 무엇하랴
심화언어학습은 여기서 끝!
오늘은 오,샌,만,날
오늘은 샌드위치나 만들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