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도송이 Jun 18. 2024

엄마, 제가 공항장애라서요.

"이번 가을 휴가는 제주도 어때?"

"일본이 오히려 싸다는데, 오사카?"

작년에도 비싼 성수기를 지나 10월 초에나 휴가를 짰다. 역시 휴가는 떠나는 날보다, 계획을 짜는 순간이 더 설렌다.


둘째는 친구들이 많이 간다며 일본에 가고 싶다고 하고, 나는 가을 제주 특히 하얀 메밀밭을 꼭 보고 싶었다. 남편과 첫째는 다 좋단다.

물론, 장애가 있는 큰 아이와 장거리 여행을 한다는 것은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많다. 비행기 탑승에서부터 도착해서 입국심사를 거쳐 짐을 찾는 과정이 쉽게 쉽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외국에 나갈 때도 영문 장애인증명서는 필수다. 물론, 그냥 딱 봐도 알겠지만.

그래도 여행 계획에 즐겁게 동참하던 첫째가 느닷없이 청천벽력 같은 한마디를 내뱉는다.


"엄마 내가 공항장애가 있잖아".


"공황장애? 네가 왜?"

"공항에만 가면 떨려서 가슴이 두근두근거리잖아"


일단 다행. 공황장애가 아니라 공항장애란다

우리 딸이 아가씨인 줄 만 알았는데, 이미 아재가 되었나 보다. 이런 가슴이 철렁하고도 신선한 아재 개그는 처음이다. 왜 우리 큰 애는 자기가 공항 장애라고 생각했을까? 하도 장애인 장애인 소리를 많이 들어서 그랬나?


생각해 보니, 유튜브 때문이다.

최근 연예인이나 일반인들의 공황장애 고백과 증상은 유튜브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매일 유튜브로 세상과 소통하는 큰 애에게 공황장애가 공항장애로 들리는 순간 죽을 것 같이 숨 막히는 두근거림은, 간지럽고 설레는 두근거림이 되었던 것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비장애인들도 공항에 가면, 진짜 떨리지 않은가?  맥박도 가슴도 빨리 뛰지 않는가?

우리 모두는 진짜 어쩌면 공항장애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장애는 함께 이겨나가는 것

엄마아빠 손 꼭 잡고 함께 이겨내면 되지.

안 그래? 딸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자유의 여신상'을 받을 상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