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홈쇼핑을 틀면 알부민이 나온다.
"피로 회복." "면역력 강화." "기력 증진." 의사가 나와서 설명한다. 알부민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중요한 단백질이고, 나이가 들면 줄어들고, 보충해야 한다고. 한 달 분량, 약 10만 원. 2,500만 병 넘게 팔린 제품도 있다.
데이터를 보자.
시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먹는 알부민 제품의 영양성분표를 보면, 1병당 단백질 함량은 0.5g이다.
0.5g.
계란 한 알의 단백질은 약 7g이다. 계란 한 알의 14분의 1. 가격은 계란 한 알이 약 400원, 알부민 1병이 수천 원에서 만 원대.
14분의 1의 단백질에 수십 배의 가격.
이게 첫 번째 "어?"다.
두 번째 "어?"는 더 근본적이다.
알부민은 단백질이다. 우리 몸은 단백질을 먹으면 소화 과정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한다. 알부민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몸에 들어가면 아미노산 조각이 된다. 알부민을 먹는다고 혈중 알부민이 올라가지 않는다.
병원에서 알부민을 투여할 때 주사를 쓰는 이유가 이것이다. 먹으면 분해되니까 혈관에 직접 넣는 것이다. 먹는 알부민이 주사 알부민과 같은 효과를 낸다면, 병원이 왜 굳이 주사를 쓰겠는가.
대한의사협회가 공식 입장을 냈다. "먹는 알부민의 피로 개선이나 면역력 증진 효과가 임상적으로 입증된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서울대병원 교수의 표현은 더 직설적이었다. "알부민을 많이 먹으면 조미료를 퍼먹는 것과 동일한 효과."
그런데 잘 팔린다.
홈쇼핑 건강식품 방송 횟수 1위. 10회 이상 매진. 2,500만 병 이상 판매. 식약처가 단속에 나섰을 때는 이미 재고가 소진된 뒤였다.
여기서 세 번째 "어?"가 온다. 왜?
효과가 없다는 데이터는 있다. 의사협회가 공식으로 말했다.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산다. 왜 살까?
광고를 다시 보자.
의사가 나온다. 가운을 입고, 알부민의 기능을 설명한다. 알부민이 간에서 만들어지고, 체내 수분 균형을 유지하고, 물질을 운반한다고. 전부 사실이다. 알부민은 정말 중요한 단백질이다.
하지만 여기서 교묘한 도약이 일어난다.
"알부민이 중요하다" → "그러니까 먹어서 보충해야 한다."
이 화살표가 거짓이다. 알부민이 중요한 건 맞지만, 먹어서 보충되지 않는다. 두부, 고기, 생선, 계란처럼 양질의 단백질을 먹으면 간이 스스로 알부민을 합성한다. 건강한 성인의 간은 하루 10~15g을 알아서 만든다. 모자라서 보충해야 하는 사람은 간이나 신장에 심각한 질환이 있는 환자뿐이다.
"중요하다"에서 "사야 한다"로의 도약. 이 사이에 데이터가 없다.
의사만이 아니다. 한의사까지 먹는 알부민을 만들어 홈쇼핑에 나온다. 이 시리즈 4편에서 GERAC 실험을 봤다. 진짜 침과 가짜 침의 효과가 같았다. 경혈이라는 체계의 근거가 흔들린 실험이었다. 그 전통의학의 실천자가, 이번에는 전통 의학적 근거도 현대 과학적 근거도 없는 제품을 만들어 판다. 서양의학의 권위든 전통의학의 권위든, 가운을 입으면 데이터를 대체할 수 있다고 믿는 구조는 같다.
이 시리즈에서 여러 종류의 "이상한 데이터"를 봤다.
제멜바이스의 10%와 4%. 데이터가 있는데 무시당했다. 백신 논쟁. 데이터가 있는데 거부됐다.
알부민은 그 거울이다. 데이터가 없는데 수용된다.
효과가 있다는 임상 근거가 없다. 건강기능식품 인증도 없다. 일반식품, 혼합음료로 분류되어 있다. 그런데 의사가 광고에 나오고, "알부민 복합물 97%"라는 숫자가 붙고, "2,500만 병 판매"라는 실적이 따라붙으면 — 사람들은 데이터 대신 서사를 산다.
170년 전 빈의 의사들이 제멜바이스의 데이터를 거부하고 "나는 20년간 이렇게 해왔다"를 선택한 것과, 오늘 소비자가 임상 근거 대신 "의사가 추천했다"를 선택하는 것은 구조가 같다.
데이터가 있을 때 무시하는 것과, 데이터가 없을 때 믿는 것. 방향은 반대지만 메커니즘은 동일하다. 사람은 데이터보다 서사를 신뢰한다.
이 글은 알부민을 먹는 사람을 비웃으려고 쓴 게 아니다.
피로하고, 건강이 걱정되고,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그 마음을 이용하는 구조다. 과학적 사실("알부민은 중요한 단백질이다")과 상업적 주장("그러니까 이 제품을 사라") 사이의 간극을 의도적으로 감추는 구조.
그 간극을 보려면 데이터를 봐야 한다.
단백질 0.5g. 계란 한 알의 14분의 1. 임상 근거 없음. 일반식품 분류.
이 숫자들은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영양성분표는 제품에 붙어 있고, 의협 입장문은 검색하면 나온다. 데이터는 공개되어 있다.
보느냐 안 보느냐의 차이다.
이상한 데이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