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데이터 #6 백신 반대는 200년째 같은 논리다

by 한경수

1847년, 제멜바이스가 동료 의사들에게 말했다. "손을 씻으면 산모가 안 죽습니다."

의사들의 반응.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손에 묻어서 사람을 죽인다고? 말도 안 돼." "그동안 우리가 산모를 죽였다는 건가? 모욕이다." "데이터? 다른 설명이 있을 수 있지." "신사의 손이 병을 옮긴다니, 상식에 어긋난다."

제멜바이스는 쫓겨났다. 정신병원에서 죽었다. 20년 후, 파스퇴르가 세균을 발견하고 나서야 그가 옳았음이 인정됐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 누구나 생각한다. "그 시대 의사들은 어리석었다." "데이터가 있는데 왜 무시했을까." "지금은 그러지 않을 텐데."

정말 그럴까?


1998년, 영국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가 논문을 발표했다. MMR 백신(홍역·볼거리·풍진)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내용이었다. 대상 아동은 12명. 표본이 극도로 작았다.

이후 벌어진 일.

전 세계에서 대규모 연구가 시작됐다. 덴마크, 65만 명. 일본, 30만 명. 미국, 수십만 명. 결과는 한결같았다. 백신과 자폐증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 0이다.

2010년, 웨이크필드의 논문은 철회됐다. 데이터 조작이 밝혀졌다. 의사 면허가 취소됐다.

12명 대 수백만 명. 조작된 논문 대 수십 편의 검증된 연구. 데이터는 명확했다.

그런데 백신 접종률은 떨어졌다.


여기서 데이터를 보자.

영국. 웨이크필드 논문 발표 전 MMR 접종률은 92%였다. 논문 이후 80% 아래로 떨어졌다. 런던 일부 지역은 60%대까지 내려갔다. 논문이 철회된 후에도 회복이 느렸다.

그 결과, 2008년 영국에서 홍역이 다시 유행했다. 사라졌던 병이 돌아온 것이다.

데이터는 세 겹이다.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은 0이라는 데이터. 접종률이 떨어졌다는 데이터. 접종률이 떨어지자 홍역이 돌아왔다는 데이터. 세 겹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그런데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이 데이터를 보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왜?

여기서 이 글의 논점을 분명히 하겠다. 나는 "백신을 맞아야 한다" 또는 "맞지 말아야 한다"를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내가 주목하는 건 거부의 논리 구조다.

1847년 의사들이 제멜바이스를 거부한 논리를 다시 보자.

"보이지 않는 것이 해를 끼친다고? 말이 안 된다." — 직관에 어긋난다. "우리가 해를 끼쳤다는 건가?" — 자존심이 걸려 있다. "다른 설명이 있을 수 있다." — 대안 가설에 집착한다. "상식에 어긋난다." — 기존 세계관과 충돌한다.

백신을 거부하는 논리를 보자.

"자연 면역이 더 낫지, 인공적인 걸 왜 넣어." — 직관에 어긋난다. "내 아이에게 해가 될 수 있는 걸 내가 주사했다고?" — 자존심이 걸려 있다. "연구가 제약회사 돈으로 된 거 아닌가." — 대안 가설에 집착한다. "그렇게 안전하면 왜 부작용 보고가 있나." — 기존 세계관과 충돌한다.

논리의 뼈대가 같다.

170년의 시차. 한쪽은 의학 엘리트, 한쪽은 일반 시민. 시대도 다르고 사람도 다르다. 그런데 데이터를 거부하는 구조는 동일하다.


이건 어느 한쪽이 멍청해서가 아니다.

사람의 뇌는 데이터보다 서사를 신뢰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백신 맞고 자폐가 생겼다"는 한 가족의 이야기가, "65만 명을 조사했더니 연관성이 없다"는 통계보다 강력하게 느껴진다. 숫자 65만은 추상이지만, 한 아이의 이야기는 구체적이다.

제멜바이스 시대도 마찬가지였다. "손을 씻었더니 사망률이 떨어졌다"는 데이터보다, "나는 20년간 이렇게 해왔고 문제없었다"는 경험이 의사들에게 더 강하게 느껴졌다.

데이터와 서사가 충돌할 때, 서사가 이기는 경향이 있다. 170년 전에도, 지금도.


이 시리즈의 첫 편에서 제멜바이스를 다뤘다. 그는 데이터 앞에서 "이상한데?"라고 물은 사람이었다. 동료들이 그를 거부한 건, 데이터를 안 봐서가 아니라 데이터가 자기 세계관과 충돌할 때 세계관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백신 논쟁은 그 거울이다. 170년 후에도 같은 선택이 반복되고 있다.

이걸 보면 질문이 바뀐다. "왜 저 사람들은 데이터를 안 믿을까?"가 아니라, "나는 데이터가 내 믿음과 충돌할 때 어떻게 하는가?"

이게 더 어려운 질문이다. 남의 편향은 잘 보인다. 내 편향은 안 보인다. 제멜바이스 시대의 의사들도 자기가 편향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역사를 모르면 되풀이하게 된다. 하지만 역사를 알아도, 자기 차례가 오면 되풀이할 수 있다.

데이터를 보자. 불편해도.


이상한 데이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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