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들의 출처] 번외: 감자탕의 감자는 무엇인가

by 한경수


14편 동안 나폴레옹, 디즈니, 드비어스를 추적했다. 스케일이 컸다.

그런데 출처가 불분명한 "당연한 것"은 식탁 위에도 있다. 감자탕. 돼지 등뼈가 주재료인 음식의 이름이 왜 "감자"탕인가. 정확하게 말하면 "돼지등뼈감자우거지탕"이라 해야 맞는 음식을, 우리는 감자탕이라 부른다. 한 번도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 없다면, 이미 당연한 것이 된 것이다.


가장 널리 퍼진 설명은 이렇다.

"감자탕의 감자는 감자(potato)가 아니라, 돼지 등뼈의 '감자뼈'라는 부위에서 온 이름이다."


TV 예능에서 소개됐고, 프랜차이즈 감자탕집에서 설명했고, 해외 유튜버들까지 반복했다. "너 그거 몰랐지?"라는 말투와 함께. 모르는 사람에게 알려주는 형식이니, 듣는 쪽은 "아,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인다.

그런데 이 설을 검증한 기자들과 전문가들의 답은 일관적이다. 양돈협회, 축산 전문가, 정육업계 모두 같은 말을 한다. "돼지에 감자뼈라는 부위는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없다. 정육점에서 "감자뼈"라고 적어 파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이것은 "감자탕용 등뼈"라는 뜻이지 해부학적 부위 이름이 아니다. 감자탕이 먼저 유명해진 뒤에, 등뼈에 "감자"라는 이름이 역으로 붙은 것이다.


원인과 결과가 뒤집혀 있다. 1편에서 아침식사가 건강을 만든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이 아침을 먹은 것이었듯이, 감자뼈가 감자탕을 만든 것이 아니라 감자탕이 감자뼈를 만든 것이다.

가장 그럴듯하게 퍼진 설이, 가장 근거가 없다.


나머지 설도 확정된 것이 없다.

감저(甘猪)설. 돼지 등뼈를 "단맛이 나는 돼지고기"라는 뜻의 감저(甘猪)라 불렀고, 감저탕이 감자탕이 됐다는 설이다. 그럴듯하다. 감자의 원래 한자어도 감저(甘藷)이니 발음이 겹친다. 다만 "감저"라는 한자어가 돼지 등뼈를 지칭한 문헌 기록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갈자탕(蝎子湯)설. 청나라에서 양의 등뼈를 전갈(蝎子)처럼 생겼다고 해서 만든 "양갈자" 요리가 조선에 들어와 "갈자탕"이 됐고, 발음이 변해 "감자탕"이 됐다는 설이다. 양 등뼈와 돼지 등뼈라는 형태적 유사성이 있고, 양을 구하기 어려운 조선에서 돼지로 대체했다는 논리다. 매력적이지만 역사적 근거가 빈약하다.


감자(potato)설. 원래 감자가 주재료였는데, 1970년대 양돈업 육성 정책으로 돼지 등뼈가 대량 공급되면서 주재료가 뒤바뀌었다는 설이다. 이름만 남고 주인공이 바뀐 것이다. 닭갈비에 갈비가 없는 것과 같은 구조다.


향수설.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추론이 인상적이다. 서울로 올라온 사람들이 돼지 뼈다귀탕을 먹으면서, "뼈다귀탕"이라는 이름이 자신의 가난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았을 것이다. 고향에서 흔히 먹던 감자. 그 이름을 붙이면, 낯선 도시의 하층민 음식이 고향 음식이 된다. 감자 한두 알 넣은 돼지등뼈탕에 감자라는 이름을 입힌 것은, 향수가 만든 이름일 수 있다.


감자탕의 어원을 둘러싼 상황은 이 시리즈 전체의 축소판이다.

가장 근거 없는 설이 가장 널리 퍼져 있다. 그럴듯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TV와 프랜차이즈가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자탕집이 감자 가격 폭등 시기에 감자를 빼면서 "원래 감자뼈에서 온 이름이니 감자는 필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는 의혹까지 있다. 어원이 마케팅에 동원된 것이다.


어느 설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모두가 하나의 답을 알고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당연한 것"의 구조다.

황교익은 이렇게 말했다. "명확하지 않은 어원설을 임의로 정리하지 말고, 둘러앉아 감자탕을 함께 먹는 사람들이 각자 알고 있는 어원설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출처를 추적한 끝에 답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추적하는 행위 자체가 "당연한 것"을 "흥미로운 것"으로 바꾼다.


감자탕은 출처를 몰라도 맛있다. 그러나 출처를 물으면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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