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우리가 믿어온 이유가 아니다
밤 11시. 냉장고 앞에 선다. 라면 한 봉지가 손에 잡힌다. 그리고 한순간 망설인다.
"밤에 먹으면 살찐다는데."
이 문장은 한국에서 거의 격언이다. 어머니들이 아이에게, 다이어트 중인 친구에게, 자기 자신에게 반복하는 말이다. 이 믿음은 어디서 왔을까. 어느 논문이나 어느 의사의 발언이 아니다. 이것은 일상의 관찰에서 직접 자라난 믿음이다.
그래서 이 편은 다른 편들과 출발점이 다르다.
지금까지 이 시리즈에서 다룬 홀수 편들의 글들은 모두 외부에 출처가 있었다. 1편 MSG는 1968년 NEJM의 편지 한 통이 출처였다. 3편 소금은 루이스 달의 쥐 실험이 출처였다. 5편 달걀은 설탕 업계의 5만 달러가 출처였다. 7편 유기농은 거꾸로 분명한 메타분석이 출처였다.
그런데 "밤에 먹으면 살찐다"의 출처는 어디에도 없다. 정확히 말하면, 출처가 너무 많아서 어디에도 없다고 해야 한다. 살찐 사람들 중에 야식을 먹는 사람이 많더라. 다이어트를 시작한 사람이 가장 먼저 끊은 것이 야식이더라. 늦게 먹고 잤더니 다음 날 부었더라. 이런 관찰들이 모여 하나의 격언이 되었다.
이런 종류의 믿음은 통계학자에게 익숙한 패턴이다. 상관(correlation)에서 인과(causation)로 점프한 것이다.
야식을 먹는 사람이 평균적으로 더 살이 찐다는 것은 사실이다. 여러 관찰 연구가 이를 보여준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후원한 한 연구에서, 117명의 피마 인디언과 43명의 백인을 대상으로 식사 시간을 추적했다. 밤 11시에서 새벽 5시 사이에 한 번이라도 음식을 먹은 사람을 "야식 섭취자"로 분류했다. 36%가 여기에 해당했다. 그리고 야식 섭취자들은 비섭취자들보다 추적 기간 동안 체중이 유의미하게 더 늘었다.
자, 그렇다면 야식이 체중 증가의 원인인가?
여기서 통계학자의 시선이 멈춘다. 같은 연구에서 한 가지 결정적인 사실이 함께 보고되었다. 야식 섭취자들은 하루 평균 4,758kcal를 먹었고, 비섭취자들은 4,244kcal를 먹었다. 그 차이가 약 514kcal이다. 그런데 야식 시간대에 섭취한 칼로리를 빼고 다시 계산하면, 두 그룹의 칼로리 섭취량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사라진다.
다시 풀어 쓰면 이렇다. 야식 섭취자들이 살이 더 찐 이유는, 그들이 밤에 먹어서가 아니라 하루 전체에 더 많이 먹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야식이 그 추가 칼로리의 도달 경로였을 뿐이다. 시간이 원인이 아니라, 양이 원인이었다는 뜻이다.
이것이 상관과 인과 사이에 놓인 거리다. 두 변수가 함께 움직인다고 해서, 하나가 다른 하나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야식과 비만은 분명히 함께 움직인다. 그런데 그 둘을 잇는 화살표의 방향과 메커니즘은, 직관과 다를 수 있다.
여기까지가 야식 미신의 첫 번째 층이다. "밤이라는 시간 자체가 칼로리를 살로 바꾼다"는 믿음은, 적어도 단순한 형태로는, 옳지 않다. 칼로리는 시계를 보지 않는다.
이렇게만 끝나면 깔끔하다. 하지만 이 편의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2020년,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의 천추안 구(Chenjuan Gu)와 조너선 준(Jonathan Jun) 교수팀이 미국 내분비학회지(Endocrine Society 발간)에 발표한 연구가 있다. 건강한 자원자 20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교차 임상시험이었다. 실험실에 입원시키고, 하루 두 번 다른 시간에 같은 저녁식사를 먹였다. 한 번은 저녁 6시. 한 번은 밤 10시. 잠은 둘 다 밤 11시. 식사 내용은 완전히 동일했다. 칼로리도, 영양소 비율도, 식사 후 활동량도 모두 통제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같은 음식을 같은 양 먹었는데, 늦게 먹은 날의 식후 혈당 최고치가 평균 18% 더 높았다. 그날 밤 동안 태운 지방의 양은 약 10% 더 적었다. 음식 자체에 동위원소 표지를 해서 추적한 결과였기 때문에, 정확히 측정 가능했다.
2022년에는 하버드 의과대학의 프랭크 셰어(Frank Scheer) 교수팀이 더 정교한 연구를 발표했다. 16명의 과체중·비만 자원자에게 6일씩 두 가지 식사 일정을 시켰다. 한 일정은 아침 9시, 점심 1시, 저녁 5시 30분. 다른 일정은 점심 1시, 저녁 5시 30분, 밤참 9시 30분. 두 일정의 칼로리, 영양소, 수면 시간, 활동량을 모두 같게 통제했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늦게 먹는 일정에서, 같은 사람의 공복감이 더 강해졌고, 칼로리 소모량이 더 줄었고, 지방 세포의 유전자 발현 패턴이 지방 저장 쪽으로 바뀌었다.
같은 사람이, 같은 음식을 먹었는데, 시간만 바꿨더니 몸의 반응이 달라진 것이다.
셰어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칼로리는 칼로리지만, 그 칼로리에 대한 몸의 반응은 아침과 저녁이 다르다."
그렇다면 야식이 살찌게 한다는 것은, 결국 사실이었다는 뜻인가?
여기서 출처 추적이 이상해진다. 결론은 비슷한데, 메커니즘이 다르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밤에 먹으면 살찐다"고 말할 때, 머릿속에 떠올리는 메커니즘은 보통 이런 것이다. "밤에는 활동을 안 하니까 칼로리가 안 빠져나가고 몸에 쌓인다." 또는 "잘 때는 대사가 느려지니까 음식이 그대로 살로 간다."
이 설명들은 둘 다 정확하지 않다. 잘 때 대사가 느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음식 섭취 시간과 직접 연결된 메커니즘이 아니다. 활동을 안 한다고 칼로리가 그대로 쌓이는 것도 아니다. 인체 대사는 24시간 동안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잠자는 동안에도 기초대사량의 약 95%가 유지된다.
새 연구들이 보여주는 메커니즘은 다른 차원에 있다. 그것은 **생체시계(circadian rhythm)**다.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세포에 시계 유전자가 있다. 이 유전자들은 24시간 주기로 발현되면서, 지방 합성, 인슐린 감수성, 식욕 호르몬 분비, 체온, 에너지 소비를 조절한다. 이 시계는 빛에 의해 리셋된다. 그리고 음식 섭취 시간에도 영향을 받는다.
밤에 먹는 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활동량과 무관하다. 같은 음식이 같은 사람에게 들어갔는데, 몸의 시계가 그것을 다르게 처리하기 때문이다. 밤 시간대에는 인슐린 감수성이 떨어져 있고, 지방 산화 능력이 낮고, 같은 음식이 더 많은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킨다. 이 모든 것은 이 시간대가 원래 음식을 처리하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화적으로 우리 몸은 낮에 먹고 밤에 자도록 설계되었다. 그 설계와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 몸은 그 비용을 치른다.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밤에 먹으면 살찐다"는 결론은 부분적으로 옳다. 그러나 그 이유는 사람들이 머릿속에 그리는 이유 — 잠자는 동안 칼로리가 안 빠져나가서 — 가 아니다. 진짜 이유는 우리 몸의 24시간 시계가 음식 섭취 시간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옳은 결론과 틀린 메커니즘이 같은 문장 안에 들어 있는 셈이다.
이 편의 핵심은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다. 결론이 우연히 옳다고 해서, 그 결론에 도달한 추론이 옳은 것은 아니다.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감기는 추운 날씨 때문에 걸린다"고 믿었다. 결론은 부분적으로 옳다. 추운 날씨에 감기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메커니즘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추위 자체가 바이러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추울 때 사람들이 실내에 모이고, 환기를 안 하고, 코와 목의 점막이 건조해지고, 면역 반응이 둔해지기 때문이다. 결론은 같지만 추론은 다르다.
야식도 비슷하다. 결론(밤에 먹으면 체중 관리에 불리하다)은 새 연구들이 부분적으로 지지한다. 그러나 그 결론에 도달하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잘못된 길(잠자는 동안 칼로리가 안 빠져나가서)이다. 다른 하나는 옳은 길(생체시계가 음식 섭취 시간에 민감해서)이다. 두 길은 같은 결론에 도착하지만, 서로 다른 곳을 지나간다.
"밤에 먹으면 살찐다"라는 문장을 듣고 고개를 끄덕일 때, 우리는 이 두 길 중 어느 길로 도착했는지 알지 못한다. 보통은 첫 번째 길이다. 직관적이고, 일상의 관찰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났고, 옛날부터 들어온 길이다. 그런데 그 길은 잘못된 길이다. 결론은 같지만, 그 결론을 떠받치는 근거가 틀려 있다.
이런 종류의 믿음에는 한 가지 약점이 있다. 결론이 옳기 때문에, 그 결론을 떠받치는 잘못된 추론도 함께 살아남는다. 결론이 살아남는 한, 추론을 검증할 동기가 없다. 그래서 잘못된 추론은 옳은 결론과 함께 수십 년 동안 전해진다.
1편의 MSG는 출처가 편지 한 통이었다. 3편의 소금은 출처가 쥐 실험이었다. 5편의 달걀은 출처가 5만 달러였다. 7편의 유기농은 출처가 거대한데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9편의 야식은 다르다. 결론은 부분적으로 옳다. 그런데 그 결론에 도달하는 길이 옳은 길이 아니다. 출처를 추적하면, 같은 문장이 두 가지 다른 곳에서 자라난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하나는 일상의 관찰이고, 하나는 생체시계의 과학이다.
우리는 보통 첫 번째 출처에서 듣고, 두 번째 출처가 있는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