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업무전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팍 Jul 19. 2018

효과냐 효율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하)

효과와 효율에 대한 생각거리

앞에서 효과와 효율의 개념도 알았고, 조합하는 방법도 알았으니 이제 실제로 적용해 보면서 '내 것'으로 만들 일만 남았다. 사실, 풀어서 설명하느라 분량이 많아지긴 했으나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일에서 힘을 줄 때와 뺄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도 운동과 비슷하다. 축구로 비유해보자. 메시나 호날두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면 어떤 때에는 그 누구도 못 막을 속도로 달리다가도, 어떤 때에는 온몸에 힘을 빼고 단순한 한 두 동작으로 상대 선수를 제치기도 한다. 슈팅도 어떤 때에는 골대 그물이 찢어져라 세게 찰 때도 있지만, 어떤 때에는 톡 차서 방향만 살짝 바꾸기도 한다. 일도 마찬가지다. 힘을 줄 일은 효과적으로 하고, 힘을 뺄 일은 효율적으로 하면 된다.   


이제 효과와 효율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것들을 몇 가지 살펴보자.



생존부등식


기업이 살아남는 원리를 서울대 윤석철 교수가 수학 기호로 요약한 생존부등식은 ‘상품의 원가 Cost < 상품의 가격 Price < (고객이 느끼는) 상품의 가치 Value’로 표시된다. 기업이 시장 가격보다 원가를 낮출수록,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높일수록 생존력이 강해진다는 의미다.  


생존부등식을 내 일과 연결해 생각해 보면 효과와 효율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내 일의 비용(시간, 노력) < 내 일의 가격(월급, 연봉) < (고객, 상사, 동료가 느끼는) 내 일의 가치’라고 해보자.  


효과는 ‘내 일의 가치 Value’에 초점을 두고 일을 하는 것이다. 문서 하나를 만들더라도 퀄리티가 느껴지게, 문서를 받는 사람이 놀랄 정도로 멋지게 만들려 노력한다. 정해진 마감이 있어 시간이 부족하다면 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수준까지 도달하려 애쓴다. 주위에서 그 정도 품질이면 충분하다고 말려도 나는 만족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주의할 것은 ‘내 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내’가 노력하지만 그 가치의 크기는 ‘고객, 상사, 동료’가 판단한다는 점이다. 나 혼자서만 ‘내 일의 가치’를 훌륭하다고 인정하고 으쓱해하면 그 대가는 주위의 비웃음뿐이다.


효율은 ‘내 일의 비용 Cost’에 초점을 두고 일을 하는 것이다.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를 가장 부끄러운 것으로 생각한다. 누구보다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목표다. 문서를 작성한다면 오타가 좀 있어도 괜찮고, 내용의 앞뒤가 약간 안 맞아도 괜찮다. 주어진 시간에 그 문서를 완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돌발적 사건이나 상황 변화 때문에 내가 일할 시간이 길어지는 게 스트레스로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효율을 높여 시간을 절약해야 효과적으로 할 일에 투자할 시간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효율이 먼저이고 효과는 그다음이다.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42000159



주니어는 효과 중심,

시니어는 효율 중심


일을 할 때마다 효과와 효율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업 생활 Career 전체에서 효과와 효율을 어떻게 배분할지 고민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일하는 방식과 관련된 오랜 논쟁거리 중에 워크 하드 Work Hard와 워크 스마트 Work Smart가 있다.


‘워크 하드는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이고, 워크 스마트는 효율적으로 똑똑하게 일하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근면 성실과 불철주야로 성장해 왔지만, 이제는 선진국처럼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워크 스마트가 우세를 점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기와 기술을 활용해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겠다는 스마트 워크 Smart Work와 개념이 혼재되기까지 하면서 워크 스마트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처럼 느껴진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시행으로 이제 워크 하드는 구닥다리로 느껴질 정도이다. 아직은 좀 혼란스럽지만 주 6일 근무에서 주 5일 근무로 바뀔 때에도 '이게 정말 가능하냐'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으니, 주 52시간 근무제도 조만간 잘 정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크 스마트가 시대의 대세가 되기는 했지만, 업을 처음으로 시작하거나 일을 배워가는 주니어 Junior 때에는 워크 하드가 필수다. 주니어 시절에 수준 낮은 일을 빨리 처리하면서 근자감에 빠지고, 오후 6시에 칼퇴근해서 워라밸 Work and Life Balance 수준이 높다고 좋아하고, 고객이나 상사가 주는 일을 ‘고민거리’가 아닌 ‘처리 대상’으로만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실력 없는 시니어가 되어있는 나를 만나게 된다. 주니어에게는 일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족한 것은 공부하고, 모르는 것은 주위에 물어보는 ‘자발적 워크 하드’가 핵심이다. 그 과정을 거쳐야 실력이 생기고, 그 실력으로 일을 빠르게 효율적으로 처리할 여력도 생기게 된다. 워크 하드를 하면 할수록 역설적으로 워크 스마트하게 된다. 워크 하드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워크 스마트의 방법을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워크 하드로 단련된 시니어 Senior는 일을 할 때 어디에 힘을 주고 어디에 힘을 빼면 효과와 효율이 극대화하는지를 축적된 지식과 경험으로 알기 때문에 같은 일을 해도 주니어보다 2~3배 높은 품질로, 2~3배 빠르게 해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시니어는 효과를 더 높이겠다며 자기 일을 붙잡고 있기보다는, 효율적으로 빨리 내 일을 끝내고, 남는 시간과 에너지로 협업에서 누락되기 쉬운 것들을 챙기거나 후배 성장을 돕는 등 조직 전체 관점에서 일을 만들어 가야 한다. 나만 바라보고 일을 하기보다 전체를 조망하며 일을 해야, 이후에 리더 Leader나 그 분야의 전문가 Expert로 도약하게 된다. 시니어에게는 ‘통합적 워크 스마트’가 핵심이다.


'주니어는 효과 중심, 시니어는 효율 중심' 부분은 읽기에 따라서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보일 수도 있고, 꼰대들이 좋아할 만한 주장이라고 독자 분들이 느끼실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로 남기는 이유는 주니어 때 워크 하드로 단련된 시니어들이 '일의 고수'인 것을 여러 번 목격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니어 때 워크 스마트로 일하다가 업무 역량이 약해져 뒤늦게 일에 치여 워크 하드하는 시니어도 생각보다 많았다.


시대가 변하고 우리가 선진국이 될수록 워크 하드를 생략해도 '일의 고수'가 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날 수도 있겠다.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일의 상대에 맞추기 


내가 큰 일을 하든 작은 일을 하든 내 일의 결과물을 받는 상대가 있다. 그 상대는 고객, 상사, 동료, 부하, 담당자 등의 개인일 수도 있고 고객사, 기관, 협회, 부처, 단체, 팀 등의 그룹일 수도 있다.  

일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효과와 효율도 일의 상대에 맞추어 가면서 조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효과를 중시하는 리더와 일을 하는데 후다닥 분량만 채우고 “지시하신 업무는 완료해서 메일 드렸습니다.”라고 말하고 휘리릭 퇴근한다면 그 리더에게 나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아마도 그 리더는 내가 먼저 퇴근한 것이 괘씸한 것보다 결과물의 퀄리티가 기대 수준보다 너무 낮아서 화가 날 것이다.  


반대로 효율을 중시하는 고객과 일을 하는데 고객에게 전화해서 “고객님, 더 멋진 결과물을 보내 드리려고 지금 한 땀 한 땀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일주일만 더 기다려주세요”라고 말한다면 그 고객의 기분은 어떨까? 고객은 제시간에 원하는 걸 해낼 수 있는 곳을 다시 찾고, 나와 다시는 거래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크게는 일의 상대가 원하는 방향에 따라가되,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작은 영역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효과와 효율을 배분하는 게 현명하다.



피터 드러커가 말하는 효과와 효율 


현대 경영학을 창시한 일명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 Peter Drucker도 효과와 효율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명헌 선생님이 아주 잘 설명하셔서 관련 링크를 붙인다. 치과의사인 이명헌 선생님은 경영, 경제, 마케팅, 리눅스, Mac 등에 대해 '이명헌 경영스쿨'이라는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는데, 날카로운 분석과 통찰에 필자도 종종 방문해 한 수 배우곤 했다. 2014년 말 이후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http://www.emh.co.kr/content.pl?the_essential_drucker1


/ 직장인 업무 기본서, 업무전과




*커버 이미지 출처: 

http://braxtonconsultingllc.com/w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