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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팍 Jul 25. 2018

눈높이와 눈넓이 (상)

안목의 수준은 높이고 수용의 크기는 넓히고

눈높이

어떤 사물을 보거나 상황을 인식하는 안목의 수준을 <눈높이>라고 한다.


눈넓이

영어에서 넓은 관점, 폭넓은 시야를 뜻하는 Broad Perspective, Wide View의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 ‘눈높이’처럼 이해가 쉬운 순우리말을 찾기 어려워 이 글에서는 이를 ‘눈넓이’로 칭하겠다.

즉 하나의 관점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넓은 시야를 <눈넓이>라고 하겠다.


일을 하다 보면 인터뷰, 미팅, 발표, 보고, 메일, 보고서, 제안서 등 말과 글로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내 눈높이와 눈넓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나는 남다른 안목을 가진 척, 다른 이의 의견을 잘 수용하는 척 갖은 폼을 다 잡지만, "나 좀 멋진 듯?"이라고 느끼는 건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남들이 보는 내 모습은 박스를 뒤집어쓰고 낮은 눈높이와 좁은 눈넓이를 뽐낼 뿐이다.


박스 쓰고 폼잡고 뽐내지는 말자 *출처: wallscover.com


내 눈높이가 낮고 눈넓이가 좁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 자신을 되돌아볼 피드백을 해주지 않는다. 그나마 어릴 때에는 이런저런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지위가 올라갈수록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는 걸 불편해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그렇다 보니 어느 순간 나의 못난 짓은 점점 악화되기만 한다.


현재 나의 눈높이와 눈넓이에 문제는 없는지 수시로 자기 자신을 의심해야 하고, 나 스스로 높이고 넓히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말 한마디, 글 한 줄에 내가 일하는 수준이 드러나므로 평소에 세상을 보는 눈을 높이고 넓히는 노력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살펴보는 눈, 관찰안 觀察眼


인터넷과 모바일 덕분에 온갖 정보가 흘러넘친다.


15세기, 손글씨로 한 땀 한 땀 책을 베껴 쓰느라 2개월에 책 1권 만들다가 구텐베르크 Johannes Gutenberg의 금속활자 발명으로 1주일에 책 500권을 인쇄하게 되었다는 '구텐베르크 혁명'은 애교로 보일 정도로 최근의 정보 생산속도는 살벌하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1분마다 얼마나 많은 정보가 생산되는지는 아래 인포그래픽 Infographics를 참고하기 바란다.

*출처: www.domo.com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뉴스나 정보를 접하면 전체를 보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찾아보는 ‘건너뛰며 읽기’를 하게 된다. 글이 길어서 마우스나 손가락으로 스크롤을 여러 번 하게 되면 피로감을 느껴 그 창에서 나와버린다. 모든 정보를 일일이 살펴보기에는 내 삶이 너무 바쁘다. (이 순간에도 이 글이 길어서 창을 닫는 분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뉴스 콘텐츠를 만드는 언론사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카드 뉴스' 제작에 열심이다.

또한 블로그 글에는 아예 제목에 ‘스크롤 압박 주의’라고 밝히는 경우가 많다. '스압 주의'라고 해줘야 글쓴이의 매너도 좋아 보이고, 읽는 이도 그 글을 끝까지 읽어줄 확률이 높아진다.

 

이러닝 e-Learning 분야에서는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양만큼, 즉 하나의 학습목표를 달성할 분량만큼만 짧고 굵게 학습하자는 bite-sized learning 관점에서 microlearning contents 개발에 여념이 없다.


부담되지 않게 한 입씩만 먹자! *출처: elearningindustry.com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아무리 중요한 개념이라도 강사가 10분 이상 길게 설명하면 학습자들의 눈이 게슴츠레해진다. 팀 토의도 20분이 넘어가면 잡담이 시작된다. 학습자들의 짧은 집중력을 고려해 설명도, 토의도 짧게 치고 빠지는 스타일로 바뀌고 있다. 강의 흐름을 스타카토 Staccato로 짧게 끊어서 해야 학습자들이 하루 8시간 강의가 길다고 느끼지 않는다. 옛날 식으로 강사가 20분 내내 설명하고 40분 내내 토론하는 흐름으로 가면, 교육 종료 시점에 실시하는 학습자 만족도 설문 결과가 매우 안 좋게 나오게 된다.

강사 시점에서 본 학습자들의 게슴츠레한 눈 *출처: 카카오톡 이모티콘


1~2초의 짧은 시간 동안 특정한 움직임이 반복되는 사진도 인기다. '움직이는 사진'이라는 의미의 '움짤'은 GIF 형식으로 제작되는데,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아 대부분의 소셜 미디어 Social Media 기업들이 GIF 파일 업로드를 지원하고, 움짤 제작 프로그램을 개발한 스타트업들은 큰 기업에 좋은 조건으로 인수되기도 했다.


사무실에서는 문서 작성 프로그램으로 Microsoft사의 PowerPoint를 많이 사용하면서, 긴 문장과 긴 글 대신 짧고 간결한 문구와 개조식 個條式 문장(앞에 글머리 기호나 번호를 붙여 가며 짧게 끊어서 중요한 요점이나 단어를 나열하는 방식, ~함/~음/~임으로 문장을 끝맺음) 그리고 내용을 그림이나 도형의 조합으로 풀이해 요약 설명하는 도해 圖解를 주로 쓰게 되었다. 내용과 표현의 단순화가 갖는 장점도 많지만 너무 많은 것을 생략해 버리면서 중요한 것을 많이 잃어버리기도 했다.  


멋진 단어 한 두개 넣으면 끝~! (하지만 내용이 너무 없다...) *출처: osel.it


읽는 것도 빨리, 쓰는 것도 짧게 하다 보니 수많은 정보 중 특정한 정보에만 집중하는 '선택적 주의 Selective Attention' 능력만 강화되고, 깊이 있는 지식도 축적이 안 되고, 치열한 고민은 증발하고, 사고는 점점 단편화된다. 짧은 콘텐츠를 무수히 많이 봤는데 기억은 잘 안 난다. 가끔 긴 글을 쓰려면 무슨 말부터 써야 할지 몰라 멘붕이 온다.


그런 면에서 '빠른 소비가 가능한 짧은 콘텐츠 제작 트렌드'에서 벗어나 '긴 호흡이 요구되는 콘텐츠인 <글>이 만들어지고 공유되는 플랫폼'인 brunch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지만 의미 있는 시도라 생각된다. brunch에 더 좋은 글, 더 좋은 작가가 모이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정보가 무한히 생산되고 소비되는 이 세상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살펴보는 눈'을 날카롭게 가다듬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정 업무가 있을 때 관련 정보만 잠깐 찾아보는 방식은 한계가 있음을 안다.

평소에 나의 업, 우리 회사와 해당 산업, 고객의 변화, 고객사 및 공급자와 해당 산업, 신기술 등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정기적으로 읽는다.
- 동아비즈니스리뷰와 같은 비즈니스 관련 잡지
- 산업 전문 잡지 또는 관련 연구기관의 뉴스레터
- 해외 유명 기관 및 컨설팅사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백서 White Paper

포털 뉴스에만 의존하지 않고, 수준 높고 정확해 믿을 만한 뉴스를 제공하는 곳을 정해 수시로 읽는다.

정보가 객관적 사실인지, 주관적 의견인지를 구분해서 본다.
특히 조심할 것은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고객은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니 1년에 한 번 이상은 고객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분야의 전문가(컨설턴트, 현장 전문가, 내공이 깊은 선배 등)에게 새로운 트렌드, 비즈니스에 대한 통찰 등에 대해 의견을 수시로 구한다.

브런치 매거진, <업무전과>에 가끔 가본다!



선택하는 눈, 선구안 選球眼


일할 때 정보를 수집하는 이유는 상황 파악, 문제 분석, 대안 탐색, 의사결정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인데 이상하게도 정보 구하기가 쉬워질수록, 수집하는 정보량이 많아질수록 그 활용이 어려워진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트렌드 Trend가 아닌데 트렌드라고 우긴다

팩트 Fact가 아닌데 팩트라고 우긴다

소수 의견 Minority Opinion인데 다수 의견이니 따르라고 우긴다

1명이 옳은 말을 하는데 99명이 그건 틀리다고 우긴다

잘 알지도 못 하면서 내가 제일 전문가라고 우긴다

나에게 유리한 정보를 퍼뜨리고 그게 진짜라고 우긴다


이렇게 우기는 가짜 뉴스 Fake News가 진짜를 압도하면서, 수많은 정보들 가운데 옥석을 가리기가 어려워졌다. 내가 질 낮은 정보를 쉽게 선택할수록 내 눈높이도 그만큼 낮아진다. 내가 가짜 뉴스를 쉽게 믿을수록 편향된 관점에 갇혀 내 눈넓이도 그만큼 좁아진다.


올바른 정보를 제대로 선택하면 내 눈높이가 올라가고 눈넓이가 넓어진다. TV로 비유하면 디스플레이가 QLED나 OLED라서 화질이 좋아지고, 광시야각 패널을 탑재해 어느 각도에서 화면을 보더라도 깨끗하고 선명해진다. 이렇게 될 수 있는 이유는 올바른 정보를 선택하면 선택할수록 어떤 정보를 걸러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나만의 확고한 평가기준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이 시대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수집하느냐’ 보다 ‘얼마나 올바른 정보를 선택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지혜로운 눈, 혜안 慧眼


어느 순간 '조각난 지식'만 가득하고 '조각모음된 지혜'는 사라져 버렸다. 지혜로운 눈을 갖는 최고의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다. 지름길은 없다. 멀리 돌아가더라도 이 길이 가장 빨리 가는 길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의 말 한마디, 글 한 줄의 수준이 확연히 달라진다. 그렇다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내가 회사의 혁신과 관련된 업무를 맡았다고 생각해 보자. 다음 사항들을 고려해 책을 읽으면 된다.

기업 혁신 분야에서 Global Top 5에 들어갈 만한 최고의 전문가를 찾는다.
ex) 게리 해멀 Gary Hamel

Top 5의 저서를 1권만 읽지 말고, 원서의 발간 순으로 한글 번역본을 2~3권 읽는다.
발간 순으로 읽어야 저자의 생각이 어떻게 발전되는지를 알 수 있다.
ex) 게리 해멀이 쓴 꿀벌과 게릴라(2002년), 경영의 미래(2007년),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2012년)

번역본이 가진 한계로 인해 혁신 분야에 대한 이해가 어렵다면, 실력 있는 분이 쓴 국내 서적을 찾아 읽는다.

이런 방식으로 10~20권을 정독하다 보면 용어, 메시지, 맥락 등이 반복되면서 ‘왜 같은 이야기를 저자마다 약간씩 다르게 말하는 걸까?’라는 묘한 지겨움이 느껴진다. 이런 지겨움이 느껴졌다는 것은 그 분야에 내가 익숙해졌다는 신호이다. 이 시점부터는 인터넷에서 최근 이론과 사례가 담긴 아티클 Article을 찾아 읽으면 된다.

책이든 아티클이든 매일 1시간 이상 읽는다. 졸려도 읽고, 무슨 말인지 몰라도 읽고,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읽는다. 매일 꾸준히 읽어 나가야 내 눈높이를 1cm씩 올리고 눈넓이의 시야각을 1도씩 넓힐 수 있다.

얼굴책도 좋지만 진짜책은 더 좋다 *출처: wallpapersafari.com


/ 직장인 업무 기본서, 업무전과




*커버 이미지 출처:

https://www.wallpapervortex.com/wallpaper-48549_3d_space_scene_galaxy_view_in_the_sky.html#.W1W2N2irT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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