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의 옥석 가리며 읽기
효율적으로 읽기
우리는 일을 하며 자료의 수집과 분석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자료는 문서 작성의 근거 확보, 리더의 의사결정 지원, 누군가를 설득하는 수단 등에 활용된다. 인풋을 생각하면 비효율적이지만 아웃풋을 생각하면 효과적이라 자료 수집 및 분석 활동을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자료를 빠르게 모으고, 그중에 괜찮은 자료와 정보를 신속하게 고르는 '인풋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뿐이다.
많은 자료를 읽고 검토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왜 이걸 읽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읽기에는 관성이 있어 읽으면 읽을수록 자료의 내용에 내가 빨려 들어간다. 본래의 목적을 잊고 무작정 읽게 되는 것이다. 자료를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읽는 목적>이다.
앞에서 “나의 눈높이를 올리고 눈넓이를 넓히기 위해서는 최고의 전문가가 쓴 저서를 발간 순으로 읽는 게 좋다”라고 한 바 있다. 이 경우는 ‘읽는 목적’이 ‘나의 눈높이와 눈넓이의 업그레이드’이기 때문에 천천히 내용을 곱씹으며 읽어야 한다.
이와 반대로 '읽는 목적'이 '인풋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면 천천히 내용을 곱씹으며 읽으면 안 된다. 만약 내가 ‘고령화 사회에 따라 실버 마켓 Silver Market을 공략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획안을 쓰고 있다고 해보자. 이 경우는 ‘읽는 목적’이 ‘관련 근거 확보’이기 때문에 통계청에서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고령 인구의 구매력 및 소비 패턴 등에 대한 자료를 빨리 찾아 읽고, 기획안과 연결할 수 있는 정보를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료를 검색하다가 노후 대비 관련 자료를 거쳐 ‘국민연금 고갈’ 뉴스에 내가 확 꽂혔다고 해보자. ‘읽는 목적’을 까먹고 이런저런 뉴스들을 읽는 순간, 시간은 증발해 버린다. 또한 주관적인 정보 선호에 빠져 기획안도 엉망이 될 확률이 높다. 목적에서 벗어나 샛길로 빠지는 경우가 잦다면 ‘읽는 목적’을 포스트잇에 한 줄로 써서 모니터 옆에 붙여 두자.
자료의 수집 및 분석, 특히 많은 양의 자료를 모아서 읽고 필요한 정보를 고르는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 3단계로 나누어 살펴보자.
10개 중에 1개가 좋은 자료라면 100개를 모으면 10개가 좋은 자료이다.
가능한 한 많은 양의 자료를 검색하고 수집한다.
블로그나 지식인 등 누군가 개인적으로 작성한 내용은 팩트 체크가 안 되어 있어 자료로 쓰기 위험하다.
신뢰할 만한 기관(정부기관, 연구원, 언론사, 유명 컨설팅사 등)을 미리 알아두고, 자료가 필요할 때마다 홈페이지에 방문해 검색한다.
국내 포털에서 국내 자료만 검색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Google에서 영문 자료도 검색한다.
특히 ‘PDF 검색’을 하면 좋은 자료를 찾을 확률이 높다.
‘검색어 노트’를 따로 기록하고 관리한다.
자료를 읽다가 좋은 검색어를 발견하면 노트에 적어 두었다가 검색해 본다.
노하우 Know-how 시대에서 노웨어 Know-where 시대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노웨어의 핵심은 좋은 검색어이다.
중요한 검색어라면 한 단어로만 검색하지 말고, 연관된 여러 단어로 검색한다.
ex) 노년층, 고령층, 실버 세대, 네오 실버, 노노족, 통크족, 액티브 시니어 등
정독하며 꼼꼼히 읽기보다 속독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빨리 찾는 게 목적이다.
자료를 빠르게 읽으려면 1) 본문보다는 제목, 부제, 소제목 중심으로 읽고 2) 본문을 읽는다면 ‘대각선 읽기’와 같은 속독법으로 읽고 3) 그래프, 표, 도해 위주로 보고 4) 최대 5분 안에 아티클 하나를 읽겠다는 느낌으로 한다.
책이라면 사전에 책 소개, 요약본을 미리 읽어 검토 시간을 줄인다.
자료를 검토하는 속도는 핵심을 파악하는 훈련이 될수록 점점 빨라진다.
컴퓨터 파일의 경우 자료를 읽은 후 1) 쓸모없는 자료는 과감히 삭제하고 2) 놔두면 언젠가는 볼 것 같은 자료는 놔두고 3) 다시 읽을 필요가 있으면 파일명 가장 앞에 ★이나 ■와 같은 특수문자를 붙여 인덱스를 표시한다.
자료의 일부 정보만 스크랩하고 싶다면 Microsoft사의 OneNote와 같은 프로그램에 모아둔다.
책과 같은 인쇄본의 경우 인덱스 스티커로 필요 정보를 표시한다.
인덱스가 붙은 컴퓨터 파일과 책을 다시 읽는다. 다시 읽는 목적은 ‘최종 결과물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이므로 머리 속으로 결과물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가며 정보를 선택한다.
선택한 정보를 '날 것' 그대로 결과물에 반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선택한 정보를 가공하기 전에 ‘가공 인풋을 줄이면서도 그 의미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본다.
1단계. 왕창 모으기, 2단계. 빨리 고르기, 3단계. 고리 만들기로 자료의 옥석을 가리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여기에서 유의할 것은 ‘각 단계별로 일을 몰아서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10개의 자료에 대해 자료 단위로 1단계, 2단계, 3단계를 밟았다고 해보자. 1번 자료에 대해 1, 2, 3단계를 거치고, 다음 2번 자료에 대해 또 1, 2, 3단계를 거치는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일하면 총 30개의 작은 단계를 마쳐야 일이 끝난다. 반대로 단계 단위로 1단계에서 10개 자료, 2단계에서 10개 자료, 3단계에서 10개 자료를 처리하면 총 3개의 큰 단계를 마쳐야 일이 끝난다.
일의 어떤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새로운 단계 수행에 필요한 환경을 다시 설정하는 문맥 전환 Context Switching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계의 수가 많아질수록 수행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또한 하나의 단계를 반복해서 하다 보면 학습효과 Studying Effect 때문에 특정 작업을 처리하는 시간은 뒤로 갈수록 점점 짧아진다.
요약하면, 일하는 단계를 줄이기 위해 유사한 작업들을 모으고, 각 단계별로 그 작업들을 몰아서 처리하면 훨씬 빠르게 할 수 있다. 멀티태스킹 Multitasking을 하면 얼핏 일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생산성을 좀 먹는다.
/ 직장인 업무 기본서, 업무전과
*커버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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