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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Mar 22. 2023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 대신 '덕후'의 길을 선택하다

대기업, 액셀러레이터, 증권사를 경험한 벤처캐피탈리스트 임영철의 이야기

인공지능 스타트업 퇴사 후 벤처캐피탈 관련 글쓰기에 집중하며 벤처캐피탈을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찾아뵙고 있다. 이번에는 일반인 기준에서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경력을 가진 분을 찾아뵈었다. 연봉에 가까운 성과급을 지급하며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직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 근무하는 분이었다. 그의 지난 행보를 카페구석 1열에서 육성으로 듣던 중 흥미로운 표현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다름 아닌 '덕후'였다. 삶과 일의 경계 없이 자기 일에 푹 빠진 그를 설명하는데 덕후라는 단어보다 더 적합한 표현은 없었다.




Q. 본인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여 현재 대성창업투자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영철이라고 합니다. 저는 벤처캐피탈 이외에도 액셀러레이터, 증권사를 경험하며 각각의 다른 시각에서 스타트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투자를 통해 성장을 지원하였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타트업의 흥망성쇠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보았는데 우리네 삶의 희로애락과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아요.


대성창업투자 임영철 이사,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제 인생 모토는 ‘Better life for the life’인데 단순히 금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쫓기보다 조금 더 이타적인 삶을 추구하고자 해요. 타인을 살피고 세상을 껴안고 염려하고 책임을 나눌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외로움이나 공허함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믿어요. 또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경계를 확장함으로써 폭넓은 관계를 가능하게 하죠. 고성장·고위험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며 고수익을 추구하는 벤처캐피탈에서 근무하는 사람치고 꽤 거창한가요?


Q. 중고등학교 시절은 어떻게 보냈나요?

중학교 때는 오로지 과학고를 목표로 공부만 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 과학지도 많이 접하며 과학자를 꿈꿨죠. 그래서 당시 과학고에 가지 못한 것이 인생의 첫 쓰라림으로 다가왔어요. 덕분에 고등학교 진학 후 더욱 학업에 정진하였죠.



제가 학교 성적이 좋으니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친구들이 저한테 시험에 나올만한 문제를 물어보곤 했어요. 당시 적중률이 70% 정도 되었던 것 같아요. 돌아보면 당시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평생 갈 친구들을 만나 오래 기억할 추억을 남겨야 하는 시기인데 제가 너무 학업에 치중한 나머지 심리적인 여유가 없었죠. 지금은 그런 부분을 만회하고자 주위의 사람들을 더 챙기고자 노력해요.


Q. 고려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였는데 전공에 대한 만족도는 어땠나요? 

어려서부터 과학반에서 실험을 자주 하고 과학경시대회에도 나갈 정도로 과학에 부쩍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제가 일찍이 특정한 색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색약이 있었어요. 그래서 색 구분이 중요할 수 있는 화학과는 포기하고 대신 물리학을 선택했어요. 물리학이 가장 까다로운 학문으로 꼽히는 만큼 여차하면 전과도 수월할 것 같았죠.



그런데 제가 졸업할 당시에 금융 위기가 있었어요. 여느 대학교 졸업생과 마찬가지로 졸업 후 가장 중요한 목표는 취업이었어요. 취업시장은 어려웠지만 당시 반도체 분야는 수요가 있어서 지원하게 되었죠. 면접을 보는데 질문의 답을 추론하는 게 어렵지 않았어요. 물리학은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원리와 이를 바탕으로 모든 자연 현상이나 응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자연과학이에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의 원인을 알아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그 원인과 결과를 하나의 이론으로 일반화시키는 과정이 익숙하죠. 이러한 물리학적 사고를 활용하면 어떠한 질문에도 답변을 논리적으로 과학적으로 전개할 수 있어요.


Q.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였는데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면접까지 통과했지만, 색약으로 인해 신체검사에서 낙방했어요. 반면, 삼성전자 반도체는 색약을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제약사항으로 보지 않았어요. 제가 물리학 전공이라는 이유로 인사팀에서 제가 광학 분야에 적합하다고 판단을 한 건지 광학 분야 연구 개발자로 배치되었어요. 그 후 주로 새로운 기술 분야에 대한 기술 연구를 주로 하였어요.



연구개발이라면 보통 기초연구와 응용화 연구 그리고 연구성과를 기초로 제품화하는 개발업무를 말해요. 그런데 고도화하는 과정에는 반복 작업이 많은데 고민이 되었어요.


‘과연 내가 앞으로 10년 동안 이런 반복 작업을 한다면 행복할까?’


처음에는 마치 벽에 미세한 균열처럼 작았던 고민이 금세 벽 전체로 퍼졌어요. 한동안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었고 결국 반도체에서 벗어나 뭔가 제 시야를 넓혀줄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그래서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결심하고 MBA 진학을 결정하였죠.


Q. 이후 LG전자와 위니아만도에서 근무하였는데 이곳으로 이직을 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성균관대에서 글로벌 MBA를 수료했는데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고 MIT 슬론 경영대학원과 제휴되어 있어서 커리큘럼이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당시는 야간반이 없어서 풀타임으로 1년 반이라는 시간을 MBA에 쏟았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어요.


졸업 후에는 LG전자와 위니아만도에서 기획업무를 담당하였어요. 보통 기획은 전략기획과 경영기획으로 나뉘어요. 업무 난이도가 높아서 보통 신입보다는 경력직들이 배치돼요.



먼저 전략기획은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부서로 중장기 발전 계획, 투자 관리 등을 담당하죠. 즉, 회사의 미래를 예측하고 방향을 설정해 앞으로 우리 회사가 몇 년 뒤 어떻게 될 것이며, 어떤 수익모델로 생존하고 성장할 것인지 기획하는 업무라 보시면 돼요.


경영기획은 흔히 관리회계라고도 하는데 과거, 현재의 재정상태를 살펴서 각 사업에 대한 평가를 통해 내년도 계획 수립 및 각 사업의 존폐 여부를 판단하죠. 저는 아무래도 이공계 출신이다 보니 기획업무가 쉽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고자 배움의 기회를 찾아 LG전자와 위니아만도와 같은 대기업에서 근무하였죠.


Q.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인 본투글로벌센터에서는 어떤 업무를 담당하셨나요? 당시 주로 어떤 스타트업과 인연이 있었나요?

본투글로벌센터는 매년 성장잠재력이 뛰어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유망 스타트업을 선발하여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전문 컨설팅·글로벌 역량강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요. 2013년 설립 이후 2천9백여 개가 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1만 6천여 건 이상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했고 현재까지 1천여 건이 넘는 해외 특허출원, 800여 건에 달하는 해외 계약 및 제휴, 118건의 해외법인설립을 지원했죠.


본투글로벌센터 근무 당시,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본투글로벌센터에서는 지원대상 스타트업을 선별을 담당하였는데 4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검토했어요.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국내 스타트업 창업가들과 국외로 나가 해외 벤처캐피탈에 소개하기도 했죠. 당시 담당했던 스타트업 중 두 곳이 유독 기억에 남는데 공교롭게도 초성이 같아요. 북팔이라는 곳과 바풀이라는 기업이에요.


북팔은 웹소설을 서비스하는 스토리 콘텐츠 기업이에요. 초창기 일찍이 애플 앱스토어에서 앱을 선보일 정도로 시작이 빨랐어요. 유료 연재가 활성화되어서 작가들 사이에서는 인지도가 높았어요. 한때 카테고리를 확장했다가 지금은 다시 웹소설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타플랫폼들은 작품을 무분별하게 쏟아낸다면 이곳은 조금 더 작가를 배려하고 신진작가를 육성하려는 노력을 많이 해요. 덕분에 가치를 인정받아 2022년 2월 예스24에 인수되었죠.


Ⓒ북팔, 바풀


바풀은 공통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이 모여 함께 공부하는 에듀테크 솔루션으로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기만 하면 `바풀러`들이 실시간으로 문제를 푼 후 해답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거나 S펜이나 손가락으로 앱 내 화면에서 바로 풀이해주는 서비스에요. 바로풀기는 별다른 마케팅 활동 없이 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과 선생님 추천을 통해 대표적인 학습 앱으로 자리 잡았죠. 2011년 시작한 바풀은 2016년 라인플러스에 합병되었어요.


두 스타트업이 엑시트되는 과정을 보면서 제가 기업을 보는 눈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경험이 축적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단순히 지원을 넘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 업에도 도전할 수 있었어요.


Q. 문화콘텐츠 전문 창업투자회사 캐피탈원으로 옮기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벤처캐피탈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계속 업계 문을 두드렸지만 쉽지 않았어요. 그때 유일하게 제게 손을 내밀어준 곳이 캐피탈원이었죠. 캐피탈원은 2009년에 설립된 창업투자회사로 문화콘텐츠 투자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에요. 올해로 13년 차를 맞이한 캐피탈원은 쇼박스, iMBC, 뉴(NEW) 등 외부 방송 콘텐츠 회사뿐 아니라 롯데쇼핑, 오리온 등 상장사들과 협업 관계를 구축하면서 문화콘텐츠 투자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냈어요.


ⓒ캐피탈원


캐피탈원은 문화콘텐츠 외에도 다양한 섹터로 투자영역을 넓혀가고자 했고 마침 제가 그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어요. 덕분에 에너지 저장장치(ESS)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인 데스틴 파워에 투자하는 등 산업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기업을 검토할 수 있었죠.


제가 당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유아 콘텐츠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을 찾다가 캐리소프트라는 곳을 알게 되어 투자를 집행한 적이 있어요. 이곳은 어린이와 가족IP 기반의 미디어 콘텐츠 전문 기업으로 완구, 테마파크, 보드게임, 동화책 및 놀이책 등을 취급하였어요. 각각의 개성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분야별로 리뷰하는 것이 특징이었어요. 캐리소프트는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통해 201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었죠.


Q. 벤처캐피탈에서 근무 후 증권사인 유진투자증권으로 옮기셨는데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요?

벤처캐피탈에서 근무하던 중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에서 합류 제안을 받았어요. 자산운용사가 매력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지만 한 번쯤은 증권사와 같은 유통시장을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마침 유진투자증권이 대형 증권사들이 독식하고 있는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을 때였어요. 2013년부터 해외기업 IPO를 꾸준히 진행했는데 2013년 미국 의약 제품 제조업체인 엑세스바이오를 시작으로 2016년 중국 화장품 제조사 오가닉티코스메틱, 2018년 중국 식품가공 업체 윙입푸드 등의 국내 상장을 주관했어요.


ⓒ유진투자증권


당시 유진투자증권은 종합 금융투자사로의 도약을 목표로 2016년 취득한 신기술사업금융업 라이선스를 활용한 성장발판을 모색하고 있을 때였어요. IB 본부 아래에 있던 IPO실은 IPO본부로 격상되며 IPO팀과 신기술투자팀으로 나뉘어졌어요. 저는 유진투자증권 신기술투자팀에 있었는데 IPO팀과 긴밀하게 협업하였어요. 그래서 IPO팀과 기업탐방도 같이 가며 자주 소통한 덕분에 미약하게나마 IPO 관점에서 기업 가치평가를 하며 시야를 초기 스타트업에서 성장단계의 스타트업까지 확대한 계기가 되었죠.


하지만 증권사에서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과 제가 추구하는 가치관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기업의 성장성을 보고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하는 것을 선호한다면 증권사에서는 조금 더 안정성과 회수 가능성에 더 높은 비중을 두는 것 같았죠. 고민 끝에 저에게 더 맞는 옷은 증권사가 아닌 벤처캐피탈이라는 결론에 다다랐고 벤처캐피탈로 복귀를 결심하였어요.


Q. 현재 근무 중인 대성창업투자는 이전의 벤처캐피탈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대성창업투자(주)는 1987년 설립된 전통 있는 벤처캐피탈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문화·콘텐츠 분야 투자를 기반으로 성장했고 최근 바이오·ICT·커머스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이뤘죠. 오래전에 합류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아쉽게도 타이밍과 여건이 맞지 않아 불발되었어요. 업계를 돌고 돌아 지난 해 드디어 대성창업투자의 일원이 되었어요. 저는 이곳에서 주로 소재, 부품, 장비, 에너지, 인프라, 모빌리티 분야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어요.


ⓒ대성창업투자


현재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 초기 스타트업은 아니고 IPO를 앞둔 Pre-IPO 성격의 투자라고 할 수 있어요. 이곳은 소형 엑스레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기업이에요. 투자를 진행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에요.


첫 번째는 인공지능이 폭넓게 적용되면서 의료 분야에서 영상분석 인공지능(AI)이 주목받고 있어요. AI가 자기공명영상(MRI),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해 암이나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렸는지 판독을 하는 거죠. 루닛의 경우,  AI 영상분석의 진단을 넘어 항암제 개발 등 치료 영역까지 확대하고자 해요. 이런 기업들이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데이터인데 그중 엑스레이 장치를 생산하는 기업이 AI 영상분석의 저변 확대에 따라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번째는 소형화된 휴대용이다 보니 구급차 같은 공간 제약이 있는 곳에서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어요. 또한 동남아시아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도 비교적 부담이 적어 조금 더 폭넓게 보급될 수 있는 의료 장비라고 판단되었어요.


Q.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 증권사 등 투자 단계가 각각 다른 곳을 전부 경험한 전문투자자로서 각각 단계 별로 투자 검토 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나요?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탈 그리고 증권사 모두 재무적 투자자로서 기업의 자금 유치를 돕고 직접투자를 하는 데 중점을 두어요.


액셀러레이터의 법제상 명칭은 창업기획자이에요. 초기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해 기업 경영과 사업 확장 등 생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고 할 수 있어요. 주로 시드에서 시리즈A 단계의 초기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해요.


반면, 벤처캐피탈은 기반이 잡힌 벤처·스타트업이 제이커브 혹은 급격한 성장을 실현할 수 있도록 대규모 자본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주로 중후기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죠.


그나마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탈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기업의 성장성과 비전을 보고 투자를 해요. 쉽게 말하면 창업자의 꿈과 희망에 공감을 표한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증권사는 철저히 숫자만 신뢰하고 의존하죠. 장부에 기재된 숫자들이 기업의 가치를 산정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짓는다고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증권사들은 PER(주가와 주당순이익을 비교하는 시장가치비율, Price Earning Ratio)뿐만 아니라 EBITDA라고 해서 이자 비용(Interest), 세금(Tax), 감가상각비 (Depreciation & Amortization) 등을 차감하기 전 순이익도 중요하게 봐요. 기업의 실제 현금 창출력을 추측하는 지표로 참고하죠. 그런데 대부분 스타트업들이 매출은 일으키지만 이익까지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PER나 EBITDA로 평가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제 생각에는 상장하였거나 상장이 임박한 기업들은 기존의 높은 수익성 평가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아직 성장단계의 스타트업에 같은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지 않나 싶어요.


Q. 앞으로 투자하고 싶은 스타트업 혹은 분야가 무엇인가요?

저의 관심 분야는 광범위해요. 모빌리티와 반도체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활발하게 검토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어릴 적부터 과학자를 동경해온 것인 영향이 있는지 우주 분야도 관심이 많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생명 연장의 꿈인 바이오 분야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어요. 앞으로 이러한 분야에 투자할 기회가 온다면 적극적으로 투자 검토를 진행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Q. 대성창업투자에서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제가 투자자로서 스타트업을 단계별로 다 겪어보니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조언을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왜냐면 이게 다 케이스마다 다르거든요. 그런데 제가 특정 스타트업에만 해당하는 조언을 했다가 상황이 다른 스타트업들이 섣불리 적용하다 역효과가 날 수 있어서 조심스럽네요.


다만, 창업자가 요청하시면 티타임은 제가 언제든지 응할 수 있어요. 다만 제가 외부 일정으로 자리를 비울 수 있으니 사전에 약속을 잡고 찾아오시면 시간이 금인 창업가분들의 귀한 시간 헛되지 않을 것 같아요. 커피는 제가 대접할 테니 언제든지 찾아주세요.


Q. 벤처캐피탈에서 전문투자자를 꿈꾸는 분들에게 커리어 관련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인생에서 커리어에서 어떤 걸 중요시하고 추구하는지가 중요할 것 같아요. 수익이 최우선일지 아니면 워라밸이 중요한지 충분히 고민을 해보셔야 해요. 사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벤처캐피탈 리스트들이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해요. 저 같은 경우, 어린 딸을 둔 덕분에 유아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어 관련 스타트업을 검토하고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아내가 장을 보러 가면 장바구니에 무엇을 담는지 유심히 살피고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매사 항상 관찰하고 탐구하는 자세로 임하게 돼요.


이외에도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 중요해요. 벤처캐피탈에 종사하다 보면 잠재적인 투자처와도 가깝게 지내지만 동료심사역들과 잘 지내야 해요. 투자 건을 직접 발굴하기도 하지만 벤처캐피탈리스트들끼리 서로 투자 건들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LP라고 하는 VC 펀드에 투자하는 출자자들과도 자주 소통해야 해요. 출자해준 자금을 잘 운용하는 게 벤처캐피탈리스트이 기본적인 역할이고 소명인 만큼 리스크 관리를 충실하게 하고 투명한 소통을 할 필요가 있죠.


대성창업투자 임영철 이사,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마지막으로 약간의 덕후 기질이 필요해요. 왜냐면 그 분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이해 수준이 깊고 관심이 커야 그 시장을 꾸준히 주시하게 돼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분야의 핵심 인물은 물론 시장 분위기까지 인지하게 되죠. 그래서 제가 복잡미묘하지만, 삶과 일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말씀드렸던 거예요. 이러한 환경을 스트레스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일하는데 적어도 회의감은 없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임영철 이사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우선 펀드를 잘 조성해서 꾸준히 투자하고 정해진 운용 기간 내 회수 전략대로 투자 기업을 성장시켜 수익을 내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세계를 무대로 해외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것이 저의 최종목표이자 꿈이에요.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주위의 사람들을 조금 살피고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해요. 그래서 후배들 혹은 앞으로 성장할 친구들과 더 많은 접점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 인터뷰 요청에 응한 것도 그러한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죠.


대성창업투자 임영철 이사,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또한 저의 일상 범위에서 벗어나 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제하며 삶의 도달 범위를 넓혀보고 싶어요. 최근 와인을 공부하고 바리스타 과정도 들으며 새로운 경험에 저를 꾸준히 노출하고 있어요. 그게 곧 저의 성장이자 벤처캐피탈리스로서의 저의 쓰임이 더욱 용이해지고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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