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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May 31. 2023

"네가 스탠포드 박사야? 뭘 안다고 기술에 투자해?"

미국에 벤처캐피탈을 만든 벤처캐피탈리스트 이은세의 이야기 (2)

벤처캐피탈 시리즈의 15번째이자 마지막 주자로 이은세 대표를 인터뷰했다. 그는 국내외에서 컨설팅펌, 벤처캐피탈 등 다양한 기업을 창업하고 테크스타즈 코리아의 초대 대표를 역임하였다. 이제는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미래지향적인 벤처투자의 비전을 541벤처스(541 Ventures)를 통해 세상에 알리고 있다. 


현재 한국 사무실에 잠시 체류 중인 이은세 대표는 미국 본사와의 시차를 맞추기 위해 새벽 3시에 사무실에서 일과를 시작한다. 나른한 오후 지칠 법도 한데 해외 벤처캐피탈의 현황과 국내 벤처캐피탈과의 격차에 대해 그만의 독창적이고 날카로운 시각을 유감없이 나눴다. 또한 국내에서의 투자만 의지한 체 글로벌 진출을 기대하는 스타트업들에 대해 현실적인 조언과 진단을 내렸다.


어려운 시장 상황으로 인해 모두 숨을 고르는 가운데 오직 미래만 보며 전진 또 전진을 외치는 그의 모습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그럼, 마지막 벤처캐피탈리스트 인터뷰를 시작한다.




Q. 테크스타즈 코리아의 초대 매니징 디렉터로 임기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 541 Ventures를 설립하였는데 그 과정은 어땠나요?

541벤처스의 펀드레이징 과정은 이전의 다른 펀드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이었어요. 저는 앞서 이노링크 캐피탈과 일레븐줄로 캐피탈에서 각각 1억 불과 1억 5천만 불의 펀드레이징을 진행했고, 테크스타즈에서도 작은 규모지만 LP를 유치하여 펀드레이징을 해봤어요. 하지만 541벤처스는 시드 펀드라는 특성상 펀드 규모가 작아서 목표로 하는 투자자들도 다르고, 아시안 창업자들에게 투자를 하겠다는 맨데이트(Mandate: 자산 풀이 어떻게 투자되어야 하는지를 규정하는 규칙)도 신선하다고 반응했어요. 그래서 잠재적인 투자자들과 미팅할 때는 조금 다른 접근과 설득 과정이 필요했죠.


저는 펀드를 만들 때 우리를 더 좋은 투자자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분들만 투자자로 모시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주로 기관 투자자들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그분들은 정말 프로페셔널하고 벤처캐피탈 펀드 투자에 대한 오랜 경험과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셨어요. 그중에는 정말 인상 깊고 존경스러운 분들도 많았지만, 가끔 이런 대화가 오가기도 했어요.


“우리는 이머징 마켓에 관심이 많아요.”


그럼, 제가 기대를 하고 묻죠.


“그래요? 어떤 이머징 마켓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들은 크게 고민하지 않고 말해요.


“그야 뭐.. 텍사스 오스틴이나 노스캐롤라이나의 샬럿 같은 곳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이분들의 지도에는 아시아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없었고 오로지 미국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죠.



미국에서 펀드레이징을 해본 한국계 GP(투자와 관련된 발굴과 심사 및 전반적인 펀드 운용을 맡는 주체로써 보통 투자사를 의미)들이라면 대부분 비슷한 감정을 느끼셨을 거예요. 미국 LP들은 미국 중심적으로 사고를 하기 때문에 그런 분들에게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생각의 방식을 바꾸게 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저는 해결책을 성룡의 영화배우로서의 철학에서 찾았어요.


성룡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제가 영화배우로 시작할 때는 다른 배우들이 다 브루스 리처럼 강인하고 무적인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들과 다르게 맞으면 아프고 구르고 넘어지는 코믹한 연기를 하기로 했어요.”


그게 바로 성룡만의 스타일이 되었죠. 저도 저만의 방식으로 LP들과의 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GP들이 LP에게 피치할 때는 대부분 비슷한 이야기를 하니까요. 우리가 얼마나 좋은 트랙 레코드를 가지고 있고 얼마나 좋은 딜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는지 등등 말이에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로는 LP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저는 느꼈어요.


LP들은 GP에게 여러 가지 조건을 바라겠지만 결국에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신뢰라는 건 숫자로 증명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신뢰는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마음이 맞아야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LP들과 만날 때 처음 몇 번은 자료도 안 가지고 갔어요. 그냥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것에 집중했어요. 저와 LP들이 서로 잘 맞으면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그렇게 해도 처음에는 모든 LP들이 다 거절했지만요.


Q. 그렇게 투자자로부터 전부 거절을 당했다면 도대체 어떻게 펀드를 조성할 수 있었나요?

당시에는 너무 단호하게 거절당했었어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들도 어쩔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왜냐하면 이제 GP들은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드라이 파우더(Dry powder: 투자의 목적으로 모금되었으나 실제 투자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은 미투자 자금)를 가지고 있었는데 LP들은 드라이 파우더가 없거든요. 그들은 단지 언콜드 캐피탈(Uncalled capital: 미불입 자본)이라고 해서 이미 투자를 결정했지만, 아직 집행하지 않은 자금만 보유하고 있어요. 그래서 새로운 펀드에 투자하고 싶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그럴 수 없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와 관계를 맺은 분들 중에서 저와 잘 어울리는 새로운 맨데이트를 가진 분들이나 새롭게 만들고 계신 분들이 저를 먼저 찾아주시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해외에 있는 LP 분들은 한국에 있는 LP 분들과는 성향이 많이 달라요. 특히 기대치가 다른 데 미국 LP들은 기대치가 훨씬 높아요. 예를 들어 제가 투자금 대비 5배수 수익이 우리의 최소 목표라고 말하면 해외 LP들은 이렇게 말해요.


“은세, 너 목표가 너무 겸손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래서 기대치가 좀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죠. 또한, 미국 LP들은 GP 개개인의 슈퍼파워가 무엇인지를 되게 유심히 보고 높은 비중을 둬요. 근데 한국의 경우에는 그냥 LP의 전략을 잘 수행할 수 있는 GP를 선택하는 것 같아요. 어느 방식이 더 나은지를 떠나 접근 방식 자체가 아예 다르죠.


저희가 기술 기반 회사에 주로 투자하겠다고 하니 이런 질문을 하는 미국 LP들도 있었죠.


“근데 네가 스탠포드 박사출신도 아닌데 어떻게 네가 그걸 다 이해하고 투자를 한다는 거야?”


처음 몇 번 그 질문을 들을 때엔 솔직히 당황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주 자신 있게 대답해요.


ⓒ541벤처스


“전략에 기반을 두고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장을 찾는 것이 541벤처스만의 수퍼파워에요.”


미래에 어떤 시장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하고, 그 변화에 맞춰 투자하는 것이 저희의 투자 철학이거든요. 시장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인 투자자로서, 저희는 그 부분에서는 거의 틀리지 않는다고 자부해요.


저희가 지금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처음부터 엄청난 실력을 갖춘 기관 투자자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해요. 이분들은 저희에게 정말 높은 기준을 요구하였고, 그 기준에 맞추기 위해 저희도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고 답변했어요. 그 과정에서 저희는 빠르게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어느새 저희도 어떤 투자자를 만나도 자신감 있게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어요.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이제 저희가 해야 할 일은 이런 좋은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는 창의적이고 기술력 있는 창업자분들을 찾아서 지원하는 것이에요.


Q. 한국과 미국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창업자들이 특히 유의해야 하는 사항이 있나요?

첫 번째로 알아야 할 건 미국 벤처캐피탈들은 투자 대상의 기대 수익률이 매우 높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그냥 우리가 흔히 아는 미국 탑티어 벤처캐피탈 있잖아요. 미팅 들어가면 이렇게 얘기할 거예요.


“우리는 100억 달러 컴퍼니만 투자할 거야.”


100억 달러면 원화로 약 12조잖아요. 근데 솔직히 한국에서 그 정도로 회사를 성장시키겠다는 분들이 많지 않아요. 혹은 그 지점까지 보지 않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까 대부분 회사 성장 경로 자체가 비교적 저지점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미국 벤처캐피탈의 기대 수준이 훨씬 높다는 것을 처음부터 고려하셔야 해요.


두 번째로는 한국 벤처캐피탈들은 대부분 제널리스트라는 거예요. 어떤 분야든 투자하잖아요. 근데 미국 벤처캐피탈들은 다르거든요. 이건 저도 정부에 계속 말씀드리는 부분인데요. 정부에서 스타트업 대표단을 꾸려서 미국에 가서 테크크런치 같은 곳에서 홍보를 하잖아요.


"그런데 왜 성과가 저조한지 아세요?"


미국 벤처캐피탈들은 제네럴리스트(Generalist)가 아니라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라서요. 각자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만 투자해요. 예를 들어 저희는 프런티어 테크 분야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이잖아요. 그런데 B2C 스타트업이 저희한테 미팅을 요청하면 솔직히 말하면 저희는 그냥 패스할 가능성이 아주 커요. B2C는 잘 모르기도 하고요. 게다가 LP 들도 아마 ‘은세, 너 도대체 뭐하는 거야?” 라고 말할 거고요. 그래서 한국 스타트업들은 해외 벤처캐피탈들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 벤처캐피탈들은 어차피 제널리스트니까 어느 정도 설득이 될 텐데, 미국 벤처캐피탈들은 그런 게 안 통해요. 각각의 스타트업이 혁신하고자 하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을 찾아야 해요. 예를 들어 B2B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라면 SaaS에 전문화된 벤처캐피탈을 찾아보세요. 바이오 스타트업이라면 바이오에 전문화된 벤처캐피탈을 찾아보시고요. 이렇게 하면 스타트업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날 수 있어요.


ⓒ541벤처스


세 번째로는 한국에서 투자받으면 미국에서 투자받기가 훨씬 어렵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한국에서 초기에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아직 아무것도 안 한 상태거든요. 그러면 미국 벤처캐피탈들은 이 회사가 A라운드에 있다고 해도, 혹은 B라운드에 있다고 해도 결국 이걸 시드 단계라고 볼 거예요. 그런데 한국에서 시드 투자를 받으면 이미 미국의 시드 단계 스타트업보다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높아요. 그러면 미국에서 시드 투자를 다시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실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올리지 않고 투자를 유치하는 플랫라운드(Flat Round)도 힘들고 오히려 회사의 가치를 내려 다운 라운드를 받아야 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한국에서 먼저 투자받은 다음에 그 성과를 가지고 미국에 가겠다는 생각은 좀 위험하다고 봐요.


그런데 예외는 있어요. 한국에서 특정 시장을 완전이 장악한 경우죠. 미국에 있는 벤처캐피탈들 중에서도 이제 한국 시장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이런 투자사들은 벤처캐피탈들은 기업의 한국 시장에서의 성과만 보고 충분히 투자할거예요. 다만 그 단계가 초기는 아니겠죠.


정리하자면 세 가지 포인트가 돼요. 첫 번째는 미국 벤처캐피탈들은 투자 대상의 기준이 높으니까, 처음부터 원대한 비전을 가져야 해요. 두 번째는 미국 벤처캐피탈들은 대부분 스페셜리스트니까 각각의 스타트업과 잘 맞는 곳을 찾는 게 중요해요. 세 번째는 한국에서 투자받고 미국에 가겠다는 계획은 실제로 작동하는 경우는 저는 거의 본 적이 없어서 되도록 피해야 해요. 이 세 가지를 잘 기억해 주시면 좋겠어요.


Q. 앞으로 투자하고 싶은 스타트업 혹은 분야가 무엇인가요?

저희는 우스개스런 표현으로 ABC라고 하는데요. Anything but Crypto의 줄임말이에요. 암호화폐 관련 분야를 제외하고는 어떤 분야든 저희는 관심이 있어요.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어떤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날지를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현재 6개 분야를 눈여겨보고 있어요.


첫 번째는 빅데이터예요. 사실 우리는 아직 빅데이터를 제대로 본 적이 없어요. 현재 빅데이터라고 말하는 건 거의 다 그냥 마케팅이예요. 반도체 생산라인처럼 컴퓨터에 로딩도 안 되는 정도의 데이터가 있는 곳은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 이제 우리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진짜 빅데이터를 보기 시작했어요. 과연 이 빅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하고 잘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이 분야는 엄청난 기회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지속 가능한 초고성능 컴퓨팅이에요. 지금 우리가 컴퓨팅을 하는 방식은 데이터센터라는 곳에 12인치짜리 GPU를 3만 개나 꽂아놓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게 과연 지속 가능할까요? 컴퓨팅에 대한 니즈는 계속 늘어날 텐데 현재 방식의 데이터센터로는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지속 가능한 컴퓨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저희가 찾고 있어요.


세 번째는 휴먼 디바이스 인터페이스예요. 우리가 디바이스를 사용하고 소통하는 방법이 점점 바뀌고 있잖아요. 지금은 손가락으로 하거나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앞으로는 더 다양하고 편리한 방법이 나올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음성 인식이나 생체 인식 같은 거죠. 이 분야에서도 많은 혁신이 일어날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541벤처스


네 번째는 사이버 시큐리티예요. 휴먼 디바이스 인터페이스와 관련해서 사이버 시큐리티는 너무 중요한 문제예요. 우리의 개인 정보나 데이터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유심히 보고 있어요.


다섯 번째는 인프라스트럭처예요. 최근에 에너지 솔루션이 자주 언급이 되었죠. 에너지 솔루션 자체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에너지를 도입하려면 인프라스트럭처도 바꿔야 해요. 예를 들면 서울 같은 도시에서는 새로운 에너지를 생성하고 관리하기 위한 인프라스트럭처를 도입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죠. 그러면 이런 인프라스트럭처의 혁신도 필요하겠죠. 이 분야도 저희가 놓치지 않고 보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B2B 솔루션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솔루션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 기업의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매우 엄격한 기준으로 솔루션을 검토하고 있어요.


저희가 기본적으로 관심 있는 분야가 이렇게 6가지예요. 그렇다고 해서 다른 분야에는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에요. 다른 분야보다 저희 541벤처스가 잘 이해하고 있는 분야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어요. 암호화폐만 아니면 다 열려 있으니까요. 저희는 언제든 창업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어요.


Q. 이은세 대표님의 투자관 혹은 투자 기준은 무엇인가요?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저희는 저희의 선구안을 믿는다는 거예요.


벤처캐피탈은 보통 수천 개의 스타트업을 검토하고 그중에 몇 개만 투자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요. 이건 한국이든 미국이든 똑같아요.


“우리는 지난 분기에 5천 개의 회사를 봤는데 그중에 두 곳만 투자했어!”


그런데 541벤처스는 이런 방식을 좋아하지 않아요. 투자한 회사들에게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려고 하는데, 그것만 해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거든요. 투자할 가능성이 없는 4,998개의 회사를 보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매우 촘촘한 선구안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도 그런 저희의 선구안에 들어오는 창업자들에게만 집중하고 싶어요.



그리고 나면 중요하게 보는 것이 창업자가 가진 비전의 크기예요. 저희뿐만 아니라 여러 벤처캐피탈도 각자 큰 노력을 들여 창업자들께 도움을 드리려고 해요. 하지만 그런데도 딱 한 가지 저희가 도움을 드릴 수 없는 것이 바로 그 창업자가 가진 비전의 크기예요.


예를 들어보죠. 한 창업가를 만났어요. 그 창업가가 이렇게 말해요.


“저희 스타트업이 이런 식으로 사업을 전개하면 5천억짜리 시장이 될 것 같아요.”


저는 때때로 이렇게 제안해요.


“대표님, 이런 방법도 생각해 보세요. 이렇게 하면 5천억 시장이 아니라 5조 정도는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이렇게 대답하시죠.


“오, 정말 그럴 수 있겠네요! 한번 생각해 볼게요.”


그런데 2주 뒤에 다시 만나보면 여전히 5천억짜리 시장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이게 바로 창업자가 가진 비전의 크기라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꿈이 큰 창업자분들을 정말 좋아해요.


두 번째로 저는 논리적인 분들을 좋아해요. 사람이 항상 맞을 수는 없지만 항상 논리적일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충분한 논리를 가지고 무엇인가를 진행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 그 논리를 반복하면 되고, 나쁜 결과가 나왔다면 복기해서 잘못된 부분을 고치면 되죠. 그런데 논리가 없으면 복기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성립이 안 되고 개선하기도 어려워요.


세 번째로 저희 프런티어 테크를 택하는 사람들한테 가장 중요한 건 페인 포인트를 잘 파악하는 거예요. 저는 페인 포인트라는 말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의 페인 포인트가 내가 그에 대응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졌을 때도 여전히 존재할까요?”


그건 아닐 가능성이 너무나 크거든요. 그래서 저는 오늘의 페인 포인트 말고 미래의 페인 포인트를 예측하고 해결하려는 분들을 선호해요.


저희는 그런 분들을 종종 타임 트래블러(시간 여행자) 파운더라고도 불러요. 이분들은 인사이트나 경험이 있어서 3년이나 5년 후에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논리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에요. 이분들이 보는 미래가 유니크하고 논리적이면 오히려 저희가 더 이분들을 파트너로 모시고 싶어 하죠.


결론적으로, 저희에겐 세 가지가 중요해요. 바로 커다란 비전과 논리적 사고능력, 그리고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예요.


Q. 541 Ventures에서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고민하지 마시고 편하게 연락주시면 돼요. 저희 프런티어 테크에 관심 있는 창업자분들은 대부분 어떤 변화의 여정을 거치시는지 아세요? 바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다가서는 것이에요. 이것은 저희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대부분의 프론티어테크 창업자들도 처음에는 기존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하시죠. 그런데 그 과정에서 주변에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그러면 어떻게 하시나요? 그 방향으로 계속 가시나요? 아니면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어떤 특정한 기술적 난제에 부딪힐 것을 예상하고 이를 해결하려고 하시나요?


어떤 창업자들은 후자를 선택하시고, 그 난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죠. 물론 어렵겠지만 그 문제만 해결하면 그 모든 다른 사람들이 고객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바로 여기에서 핵심 기술을 만드는 분들로 바뀌시는 거예요.


ⓒ541벤처스


제가 아는 모든 프런티어 테크 창업자분들은 이런 변화를 다 겪으셨어요. 그래서 저희는 기술적인 창업자들과 관계를 맺고 여러 피드백을 통해 핵심 기술을 만드는 방향으로 변화하시는 것도 고려해 보시도록 도와드리고 싶어요. 따라서 저희에게 너무 이른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앞서 말씀드린 저희 선구안에만 들어오시면 오히려 저희는 충분히 시간을 투자하고 싶은 회사예요. 실제로 그런 변화가 발생할 때 저희 541벤처스가 첫 번째 투자사로 들어갈 수 있으면 저희로서는 너무 행복하죠.


Q. 벤처캐피탈에서 전문투자자를 꿈꾸는 분들에게 커리어 관련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분야의 전문성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한 가지를 충분히 오래 하면 그 분야에 있어서 근육이 생겨요. 벤처캐피탈도 마찬가지예요.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 투자하면 그 분야의 근육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고, 그러면 그 분야의 좋은 스타트업을 잘 알아보고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거예요. 이건 벤처 투자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커리어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제 멘토였던 분께서 저에게 한 말씀이 있어요.


“네가 무엇을 하는지보다 그걸 얼마나 오래 하는지가 중요해.”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건 단순히 시간을 버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관심사와 열정에 따라 선택한 분야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시각과 철학을 갖게 되는 것이에요. 이것이 바로 근육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최근에 이런 사례를 많이 보게 되는데, 어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로 합류해서 운 좋게 이 스타트업이 매각되었다고 해보세요. 그러면 이제 어느 정도 돈도 벌었고, 경험도 쌓았겠지만, 이런 분들 중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벤처캐피탈이 재밌어 보이고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벤처캐피탈로 전향하는 분들이 꽤 많아지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벤처캐피탈은 커리어의 간이역이 아니라 종착역이라고 생각하셔야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왜냐하면 벤처캐피탈 펀드의 수명이 한국에서는 8년, 미국에서는 10년 정도인데요. 즉, 최소한 8년 동안 펀드에 대한 책임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런 펀드를 여러 개 운영한다면 수십 년 동안 펀드에 대한 책임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거죠. 이걸 절대 가볍게 생각하시면 안돼요.


그러니까 이 커미트먼트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국내에서는 담당 심사역이 자주 바뀌기도 한다고 들었는데요. 미국의 벤처캐피탈 파트너들은 펀드를 결성하고 자신이 가진 펀드를 투자하고 관리하죠. 그래서 투자받은 스타트업들과도 오랜 기간 동안 관계를 유지하고 지원해 줄 수 있어요. 특히 기관 투자자들에게 투자받으려면 이 커미트먼트에 대한 확신을 줘야 하기 때문에 파트너가 쉽게 바뀌지 않아요.


반면에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얘기를 해볼게요. 한국의 어떤 큰 벤처캐피탈에서 투자를 받는다고 가정해 보죠. 창업자는 결국 투자를 담당하는 심사역이나 대표펀드 매니저 같은 분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분들이 어느 날 갑자기 퇴사하고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사실 스타트업이 한 번 투자받고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팔로우업도 필요하고, 회사가 잘 되든 안 되든 다음에도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투자를 담당한 사람이 커미트먼트를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가볍게 생각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저는 이건 그 누구보다 창업자한테 치명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숙명인 커미트먼트를 진지하게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Q.  이은세 대표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저희 투자자들에게 항상 하는 얘기가 있어요.


“We don’t just want to be a great investor. We want to be an iconic investor for deeply technical Asian founders.”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공대에서 박사과정을 하는 25살 학생이 창업을 고민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투자사가 541벤처스였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죠. 그래서 저희는 그런 장기적인 커미트먼트를 갖고 벤처캐피탈에 임하고 있어요. 그런 이유에서 저희 회사의 모든 포지션에는 추후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는 분들만 모시고 있어요. 물론 중간에 직접 창업에 뛰어든다거나 하실 수는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경험으로  잠깐 스쳐 지나가실 분들은 저희랑은 안 맞는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투자하는 스타트업은 최소한 아시안 공동창업자가 한 명은 꼭 있어야 해요. 이건 저희만의 엣지라고 생각해요. 미국 시장에서 상징적인 투자자가 되려면 잠재력이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다른 벤처캐피탈사와 경쟁하는 것보다 그런 스타트업이 저희에게 먼저 오도록 하는 게 필수적이니까요.


앞으로 아시아에 있는 스타트업들 중에서도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야망과 기술이 있다면 아시아태평양 지역도 좋지만, 미국으로 오시는 것도 추천해요. 왜냐하면 미국 시장은 아시아 시장보다 더 크고 다양하니까요. 현재 미국과 한국 이외에도 일본, 대만, 중국, 싱가포르까지 저희의 잠재적인 전쟁터로 보고 훌륭한 창업자들을 만나 뵙고 있어요. 저희가 한국에 사무실을 연 것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스타트업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예요. 앞으로 한국 사무실에 좋은 분들을 많이 모셔서 541벤처스가 정말 아이코닉한 벤처캐피탈이 되는 목표를 실현할 거예요.


실리콘밸리의 살아 있는 신화로 불리는 벤처캐피탈 앤드리슨호로위츠의 공동창업자인 벤 호로위츠가 그의 저서 ‘하드씽’에서 흥미로운 경험을 공유했어요. 그는 성공한 CEO를 만날 때마다 물었다고 해요.


“어떻게 현재의 성공에 이를 수 있었나요?”


보통 수준의 CEO들은 자신의 뛰어난 전략적 조치나 직관적인 사업 감각, 또는 여타의 다양한 자기만족적인 설명을 늘어놓았다고 해요. 그런데 정말 위대한 업적을 남긴 CEO들은 놀라울 정도로 대답이 일치했다고 해요. 그들은 모두 이렇게 말했어요.


“그만두지 않았을 뿐입니다.”


541벤처스 역시 아이코닉한 벤처캐피탈이 되기 위한 노력과 시도를 그만두지 않을 거예요.


ⓒ541벤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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