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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May 22. 2023

아무리 어려워도 스타트업은 연구개발을 중단하면 안 돼요

밀도 있는 성장이 간절한 벤처캐피탈리스트 김윤호의 이야기 (2)

카이스트에서 공학을 전공한 김윤호 심사역은 스타트업의 세계에 푹 빠져있다. 대학 시절부터 휴학을 여러 번 하면서 스타트업에 취업하거나 창업을 도전했던 그는 졸업 후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에서 파운드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반도체 산업에 열정이 컸지만, 그의 성장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대기업은 적합하지 못했다. 그는 유한한 인생에서 무엇인가에 전력으로 몰입했을 때만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는 현재 IMM인베스트먼트에서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이나 로봇 같은 첨단 기술이 인류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그런 기술을 실현할 수 있는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하지만 그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번아웃을 경험하는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번아웃을 극복했는지, 그리고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의 자신만의 철학과 비전은 무엇인지 알려준다.


김윤호 심사역은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투자하지만, 기술이 인간의 본질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 중심의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 과학기술이 더욱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거침없이 들려주는 그의 도전과 투자관, 그리고 그가 상상하는 미래에 대해 함께 들어보자.




Q. IMM인베스먼트에서는 주로 어떤 스타트업에 투자하셨나요?

저는 반도체 산업에 관심이 많아서 3개의 기업에 투자했는데요. 그중에는 시스템 반도체 기업도 있어요. 시스템 반도체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고, 성장률도 높은 분야인데요. 국내에서는 이 분야의 경쟁력이 아주 부족했어요. 우리나라 시스템 반도체 설계 시장 점유율은 1%가 안 되고, 성장 속도는 매우 느렸어요.


이런 상황에서 최근 ‘퓨리오사에이아이’나 ‘리벨리온’과 같은 국내 스타트업들이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마침 해외에서 기술력 측면에서 앞선 연구소 및 선도기업 출신들이 귀국하여 창업하기 시작했어요. 정부에서도 시스템 반도체는 국가적 차원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반드시 확보해야 분야로 보고 있어요. 그래서 투자 유치도 원활하게 되고, 우수한 인재들이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었죠.


저는 ‘리벨리온’에 투자했어요. 이 회사는 AI 전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회사예요. 최근 챗GPT가 크게 주목받고 있지만 일 년 전을 돌이켜보면 사실 대중들은 아무도 몰랐어요. 현재 AI(인공지능) 연산을 도와주는 반도체로 엔비디아 GPU가 있지만 GPU의 한계는 명확해요. 이제 더욱 성능이 우수한 AI 전용 반도체가 필요한 상황이기에 ‘리벨리온’에 투자하게 되었어요.


ⓒ리벨리온


그리고 ‘EUV 솔루션’의 줄임말인 이솔(ESOL)이라는 회사가 있어요. 이 회사는 EUV(극초단파자외선) 검사 장비를 만드는 회사예요. EUV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고성능 칩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노광 기술 중 하나인데요. EUV 노광은 기존의 노광 기술보다 더 짧은 파장을 사용해서 반도체 칩을 더 작게 만들 수 있어요. 이렇게 하면 반도체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거죠.


네덜란드의 ASML은 EUV 노광 기술을 개발하고 현재까지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노광 장비를 상용화하고 있는 기업이에요. 그런데 이 공정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품질 검사를 하는 장비가 꼭 필요해요. 전 세계 몇몇 기업이 EUV 관련 측정 및 검사장비를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 그 성능이나 비용 문제로 테스트 적용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이솔(ESOL)


반면 이솔은 시스템 정확도부터 시작해 안정성, 자동화는 물론 실제 생산 현장에서 느끼던 고충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한 만큼 양산성 등을 두루 확보했다고 볼 수 있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고 판단되어 투자하였어요. 보시면 당장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미래의 성장이 크게 기대되는 스타트업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저는 또한 ‘니어스랩’이라는 산업용 드론 스타트업과 ‘퀀텀 유니버스’라는 AR, VR 관련된 회사에도 투자를 집행했어요. 이들은 각각 다른 분야의 혁신을 이끄는 기업들이에요. ‘니어스랩’은 산업 현장에서 드론을 활용하여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예요. ‘퀀텀 유니버스’는 AR, VR 기술을 활용하여 가상현실과 현실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예요. 이들은 모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라고 할 수 있죠.


Q. 제품과 시장의 정합성을 맞춘 이후, 스타트업의 성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관건은 무엇인가요?

스타트업이 PMF(제품과 시장의 정합성)를 찾고 급격하게 성장한다는 말을 자주 들어보셨을 거예요. 하지만 이 말은 순수한 기술 기반 스타트업보다는 IT서비스나 플랫폼 회사에 더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IT서비스나 플랫폼은 PMF를 찾았다고 해도 빨리 성장하지 않으면 다른 경쟁자들에게 밀려날 수 있거든요.



반면, 테크 기업은 PMF를 찾는 것 자체가 성공의 절반을 달성한 것과 같아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자신들만의 기술력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많은 실패를 겪게 되는데요.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그 기술력이 바로 경쟁력이 되고, 시장 진입 장벽이 되기도 해요.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특허로 자신들의 기술을 보호하고, R&D를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시장을 선도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Q.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재무, 인사, 법무, 마케팅, 홍보, IR 등 각 부문에서 유능해야 합니다. 국내 스타트업은 어떤 부문을 상대적으로 소홀하며 이로 인한 피해는 어떻게 보시나요?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제품 개발만큼 인재 유치와 유지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은 조직이 작고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사내 정치나 내부 균열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 쉬워요. 그래서 창업자는 인재의 가치를 잘 알고 계셔야 하고, 인사 전문가를 두어서 인재 관리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셔야 해요.



또한 초기 기술 기업은 재무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이기도 해요. 대부분의 기술 기업들은 기술 중심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재무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거나 재무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쉬워요. 특히 초기에 큰 투자를 받았다고 해도 투자금을 기술 개발이나 제품 출시에만 쏟아붓고, 수익 창출은 나중으로 미루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하면 안 돼요. 현금흐름을 예측하고, 지출과 수입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현금 보유 기간을 최대한 늘려서 runway를 늘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은 재무관리의 필요성을 깨우치고 재무적 안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Q. 조직이 커지면 업무를 분산하기 위해 조직 구조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기술기업은 어떠한 조직 구조를 추천하나요?

기술 기업이라고 하면 IT기업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 반도체나 하드웨어 같은 분야도 기술 기업이에요. 그러니까 R&D가 정말 중요하다는 거죠. 기술력이 없으면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도 없어요. 반대로 말하면 기술력이 있으면 다른 부분들도 잘 풀릴 수 있어요. 그래서 기술 조직을 어떻게 구성하고 유지하는지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기술 조직의 최고 책임자는 CTO예요. CTO는 CEO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제품 개발에 대한 기술적인 측면을 책임지고 있어요. CTO는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파악하고 적용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역량도 필요해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기술 인재를 어떻게 채용하고, 팀을 관리하는 능력이에요. 혼자서 할 수 있는 개발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력 있는 개발자들을 잘 이끌고 협업할 수 있는 CTO가 되어야 해요.



엔지니어들은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적인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CTO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해요. 엔지니어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CTO라면 더욱 좋은 팀워크를 이룰 수 있죠. 종합하면, 바람직한 CTO의 모습은 기술적인 역량과 경험을 갖추고, 명확하고 일관된 비전을 제시하며, 개발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용하며, 지속적인 기술 학습과 개발을 장려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그런 분을 찾기도 어렵고, 채용하기도 어렵고, 유지하기도 어려워요. 그래서 실력 있고 신뢰받는 CTO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죠.


Q. 창업자들은 종종 번아웃에 빠진다. 벤처캐피탈 심사역들 역시 번아웃을 겪는다면 주로 어떠한 이유로 겪게 되고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심사역은 다들 비슷할 거로 생각해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여하여 준비한 투자 건이 성사되지 않을 때 일시적인 좌절감 혹은 허무함이 커요. 투자를 준비하면서 기업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믿고 적극적으로 준비하며 스타트업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구체적인 계획 수립을 하게 돼요. 그런데 이후 투자가 성사되지 않았을 경우, 이 모든 노력이 헛수고였다는 실망감과 상실감이 파도처럼 밀려오죠.


성사되지 않은 투자에 대한 실망을 극복하려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얻은 교훈을 활용하여 다음 투자에 대한 접근 방식을 개선하고 발전시켜야 해요. 더 뛰어난 회사를 발굴하여 투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극복 방법인 것 같아요.



벤처캐피탈의 본질은 결국 수익을 내는 것이에요. 저평가되었거나 미래의 성장력이 기대되는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미래에 수익 실현을 하는 거죠. 그래서 아무리 좋은 스타트업 혹은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한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수익 실현을 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은 벤처캐피탈리스트의 본분을 벗어나는 결정이죠. 굉장히 이상적이고 순수한 마음에서 투자하고 싶은 마음과는 별개로, 투자자라면 수익률이 중요하다는 것을 계속 스스로 상기시킬 필요가 있어요. 왜냐면 벤처캐피탈은 자기 돈이 아니라 타인의 돈을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달성해야 할 책임이 있거든요.


Q. 최근 스타트업계에 한파가 불고 있는데 이러한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생존하기 위해 꼭 갖춰야 할 사항들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로 회사의 재무 상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자금 관리와 현금 흐름 관리가 필요해요. 비용을 낮추는 측면에서 인건비를 줄이고 필요하면 급여 동결을 고려하거나 최악의 경우, 구조조정을 해야 할 수 있어요. 비용을 줄이는 것 외에도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는 선에서 자금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노력도 필요해요. 시장이 좋을 때는 수익이 없어도 성장 지표를 제시하면 투자 유치가 수월했어요. 다르게 얘기하면 과거에는 스타트업에 벤처캐피탈의 투자에 의존하여 성장하는 것이 가능했죠. 그런데 지금은 수익이 없는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가 쉽지 않아요. 결국에는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하여 운영비용을 충당해야 하죠.


두 번째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에요. 스타트업은 기술적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이에요. 상황이 어렵더라도 꾸준히 기존 기술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요. 기술 개발이 미흡하다면 제품 품질이 낮아지거나 경쟁 업체에 밀리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그나마 발생하던 매출도 감소할 수 있죠. 게다가 나중에 시장이 좋아져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힘들어지죠. 따라서 스타트업은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결코 기술 개발을 놓아서는 안 돼요.


Q. 앞으로 투자하고 싶은 스타트업 혹은 분야는 무엇인가요?

저는 현재 투자 포트폴리오 중에서 반도체 설계 기업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어요. 앞으로도 이 분야는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계획이에요. 대한민국에서는 삼성을 비롯한 소수의 기업만이 경쟁력 있는 반도체 설계 기술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앞으로도 크게 성장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칩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시스템 반도체 설계를 잘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대기업 못지않게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해요.


또한 로봇 분야도 성장의 기회가 많은 분야라고 보고 있어요. 현재 청소 로봇이나 길안내 로봇, 커피 만드는 로봇 등 우리의 일상에 점점 로봇이 자리 잡고 있어요. AI(인공지능)라는 기술도 결국 로봇에 적용될 것이고, 거기에 인간과 비슷한 인식 기능이나 운동기능을 추가한다면 인간의 형태와 지능을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SoftBank Robotics (formerly Aldebaran Robotics)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들은 정밀한 제어를 통해 놀라운 로봇들을 만들고 있어요. 그런데 그것보다 더 발전된 AI를 탑재한다면 인류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어떤 사람은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어떤 사람은 AI 로봇이 인간의 존재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하죠. 기술의 진화에 따라 윤리적인 문제나 보안상의 문제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연구와 논의가 필요해요. AI는 국가를 넘나드는 현상이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의 협력은 물론 국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AI 기술의 발전을 더욱 지속 가능하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김윤호 심사역의 투자관 혹은 투자 기준은 무엇인가요?

제가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시장과 팀이에요. 시장은 충분히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이 좋아요. 하지만 성숙한 시장이라고 할지라도 새로운 스타트업 혹은 기술이 기존 시장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봐요. 예를 들면, 자동차 시장은 이미 성숙했는데 테슬라가 전기차라는 완전히 새로운 무기를 갖고 와서 기존 플레이어들의 점유율을 뺏으며 더욱 진보한 시장을 만들어 냈어요. 이처럼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존 시장에서 큰 파이를 먹거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회사를 좋아해요.


이다음은 팀이에요. 그중에서도 의사결정을 하는 창업자 혹은 대표이사가 굉장히 중요하죠.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라면 CEO와 CTO가 모두 우수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해요. 학력과 이력은 굉장히 객관적인 척도일 수 있지만 신뢰라는 것은 주관적인 요소가 많아요. 저는 잦은 소통을 통해 창업자가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지, 비전과 가치관이 맞는지를 판단하려고 해요. 이건 저만의 기준이 아니라 다른 벤처캐피탈리스트들도 비슷하게 생각할 거예요. 신뢰하기 어려운 창업자에게 투자하기는 쉽지 않아요.



이러한 맥락에서 스타트업 혹은 창업자 입장에서는 제가 앞서 언급한 투자관 및 생각들과 결이 맞지 않으면 투자유치가 어렵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제가 전체 벤처캐피탈리스트를 대변하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벤처투자회사마다 각자의 방향성과 비전이 다르고 그 벤처투자회사 내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소속되어 있어요. 창업자와 벤처캐피탈리스트의 관계는 단순한 자금 지원이 아니라, 서로 협력해야 하는 파트너십이에요. 따라서 창업자는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여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벤처캐피탈리스트를 만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Q. 벤처캐피탈리스트라는 직업을 고민하는 분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몇 년 전 ‘스타트업’이라는 드라마에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등장하며 많은 분들이 이 업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어디서나 존경받고 화려한 삶을 살고 있다고 보여주니까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는 것도 쉽지 않고, 되어도 그렇게 즐겁고 편한 일만 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일은 단순히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서 투자하는 것뿐만이 아니에요. 투자한 스타트업에 대해 최소 5년에서 8년 동안 사후관리를 해줘야 하고, 펀드를 청산할 때까지 책임을 져야 하죠. 펀드는 외부의 자금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정기적으로 보고를 해야 하고, 새로운 펀드를 만들기 위해서도 계속 자금을 모집해야 해요. 그리고 투자한 회사들의 성장을 돕기 위한 컨설팅, 인재 매칭, 후속 투자 유치 등의 업무를 수행해야 해요.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중 하나가 네트워킹이라고 생각해요. 벤처캐피탈리스트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연결되어 있어야 해요. 좋은 스타트업을 발견하더라도 모든 것을 혼자 판단할 수는 없으니까요. 산업계나 학계의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구하거나 다른 스타트업과 협력할 기회를 찾아야 해요. 거기다가 스타트업 창업자에 대한 레퍼런스까지 꼼꼼하게 체크하려면 정말 많은 사람과 닿아있는 것이 중요하죠.


Q. 김윤호 심사역이 바라보는 기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저는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에서 파운드리 공정 선행개발을 담당했었어요. 파운드리 사업부는 당시 세계 4위였고, 메모리 사업부에 비해 규모도 작고 처우도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 저는 파운드리 사업부를 선택했을까요? 그건 반도체 회로를 더욱 작게 만들 수 있어서 성능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EUV라는 새로운 기술로 반도체의 미래를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그 도전의 과정에 참여하고 싶었고, 결국 삼성 파운드리가 압도적인 세계 2위를 달성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죠.


저는 새로운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항상 궁금하고 관심이 있었어요. 그리고 저도 그런 변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저는 반도체의 미래를 함께 만들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어요. 저는 더 많은 분야에서 인류의 미래를 함께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벤처캐피탈리스트라는 새로운 도전을 했어요.

 

이 직업을 통해 저는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면 새로운 사회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예를 들면 인공지능은 의료, 교육,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역량을 보완하고 확장할 수 있으며, 로봇은 위험하거나 고된 작업을 대신해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도체의 발전이 계속된다면 더욱 개선된 기능과 성능을 가진 기기들이 나올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기술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기술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기술을 만들고 쓰는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성향, 사회적 환경 등이 기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인간의 삶과 의사결정은 단순한 논리나 계산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인간의 심리나 감정, 문화나 역사 같은 인문학적인 요소들이 중요하죠.


저는 기술은 인간의 본질을 대신할 수 없다고 확신해요. 오히려 인간의 가치를 무시하는 기술 발전은 인간의 삶을 더 위험하고 불평등하게 만들 수 있어요. 저는 인간 중심의, 인류애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과학기술이 필요하다고 믿어요. 딥마인드의 알파폴드와 같은 기술은 단백질 구조 예측 문제를 해결하여 질병 치료와 약물 개발에 기여할 수 있으며, 테슬라의 자율주행차는 교통사고와 탄소 배출을 줄이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이러한 과학기술은 인간의 심정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낼 수 있어요. 저는 그런 사람들이 지속가능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혁신적인 기술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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