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룬의 '픽사 스토리텔링'은 스토리텔링의 경계를 뛰어넘는 책으로, 전문가답고 지적인 시각으로 스토리텔링의 묘미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사려 깊은 교훈, 심오한 통찰력, 그리고 창의적인 기발함으로 가득 차 있어, 스토리텔러로서 꿈을 키우는 이들과 경험이 풍부한 작가 모두에게 시대를 초월한 고전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매튜 룬은 픽사에서의 경력으로 유명한 거장 스토리텔러이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심슨 가족 제작사에서 만화를 그리는 애니메이터로 커리어를 시작하였지만, 스토리텔링의 매력에 푹 빠져 스토리 제작자로 전향한 뒤 픽사에서 20년 동안 근무하였다. 그동안 토이 스토리 시리즈,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업, 카, 라따뚜이 등 픽사의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매튜 룬
이 책에서 그는 독자를 스토리텔링의 세계에 안내하며 자신의 이야기, 그가 얻은 교훈, 그리고 스토리텔링 기술을 아낌없이 푼다. 마치 다시는 이 업계에 발을 들이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는 지금도 왕성하게 할리우드에서 제작하는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고, 비즈니스 리더와 마케팅 전문가를 대상으로 스토리 제작법을 강의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며 첫 페이지부터 완전히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남다른 스토리텔링의 재능을 보였던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했던 말로 시작된다.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은 스토리텔러이다. 스토리텔러는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세대의 비전과 가치와 어젠다를 설정한다."
저자 역시 삶의 절반 이상을 픽사에서 일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스티브 잡스와 함께 일한 경험이라고 했다. 스티브 잡스는 정보를 전달하거나 픽사의 비전을 이야기할 때면 늘 스토리에 정보나 비전을 잘 연결시켜 전달했다.
토이스토리, ⓒ픽사
1995년 토이스토리가 세상에 나와 큰 성공을 거두었을 때 픽사 내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스티브 잡스는 이런 상황에서 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애플이 갓 시작한 무렵 저는 직원들과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 샌드위치 가게를 자주 갔어요. 매장의 규모는 작았지만 샌드위치 맛은 최고였죠. 그러나 장사가 번창하면서 그 가게는 커피와 페이스트리도 팔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는 예전의 샌드위치 맛을 찾을 수 없게 되었어요. 우리는 더 이상 그 가게에 가지 않게 되었고 몇 달 뒤, 가게는 문을 닫았죠. 노력과 정성을 잘게 쪼개서 쓰다가 사업을 접게 된 거죠."
이 메시지는 명확하게 픽사의 상황을 비유한 것이었다. '토이스토리'의 세계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자원과 노력을 여러 방향으로 흩뿌리다 보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였다. 변화의 시점에서 지혜를 깨우쳐주는 스토리를 활용한 것이다. 저자는 스티브잡스를 이처럼 뛰어난 스토리텔러로 기억했다.
무엇보다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함께 전개되는 책의 앞부분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구체적이고 서정적이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던 아버지가 생계로 꿈을 포기하고 할아버지의 장난감 가게에서 일하게 되었다. 대신, 아들인 저자와 늘 그림을 그렸고 학교에 아들이 아프다는 핑계로 조퇴시킨 뒤 영화관에 데려가기도 했다. 그가 훌륭한 스토리텔러로 성장하는 데 아버지의 영향과 역할이 매우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스토리가 어떻게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문화를 초월해 모든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인지 설명한다. 같은 정보라도 스토리나 사건을 결합해 전달하면 사람들은 그 정보를 오래 기억한다. 인지심리학자 제롬 브루너(Jerome Bruner)에 따르면, 사람은 스토리를 통해 정보를 접할 때 22배나 더 잘 기억한다고 한다. 또한, 스토리는 기억에 남을 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감정이라는 롤러코스터에 태운 후 가장 높은 곳과 가장 낮은 곳으로 오르락내리락하게 만든다. 이렇게 마음을 졸였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하면서 관객은 이야기에 매혹된다.
스토리텔링에 대한 룬의 애착은 모든 페이지에서 발산되며, 그의 전염성 있는 열정은 독자들의 마음에도 비슷한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힘들게 얻은 지혜를 솔직하게 공유하며 영화 산업에서 실행되는 스토리텔링의 내면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토이 스토리'와 '몬스터 주식회사'와 같은 상징적인 영화에 참여했던 픽사 시절의 일화는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애니메이션 영화의 장막 뒤에서 벌어지는 독특한 일화를 엿볼 수 있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는 스토리텔링에서 정서적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스토리는 단순한 줄거리 그 이상이며 사람과 감정에 관한 것이라며 재차 강조한다. 이 부분에서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스토리텔링이 다른 사람들과 연결하고 변화를 일으키며 지속적인 영향을 남길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이 책은 독자가 스토리텔링의 실제적인 적용과 창의적인 발전을 위해 다양한 실습과 과제를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픽사 스토리텔링’은 단순히 읽고 넘기는 책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의 원리와 기법을 체험하고 실습할 수 있는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독서모임에서 이 책에서 제시한 몇 가지 예제를 실제로 시도해 보았는데, 그 과정에서 스토리텔링의 작동 방식과 효과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그렇게 만든 스토리가 매우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이 책은 스토리텔링의 전문가로서 풍부한 경험과 통찰력을 갖춘 작가가 쓴 책이다. 작가는 스토리텔링의 핵심 요소와 구성 방법을 명확하고 쉽게 설명한다. 더불어, 픽사의 명작들이 어떻게 스토리텔링의 원칙과 기술을 활용하여 탄생했는지 그 과정과 배경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이 책은 작가, 영화 제작자, 마케터 뿐만 아니라 좋은 이야기를 즐기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스토리텔링의 마법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