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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Jan 13. 2024

스토리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리사 크론의 '스토리만이 살길'

스토리텔링 관련한 독서모임을 위해 책을 고르던 중, 한 권의 책이 눈길을 끌었다. 원서의 제목이 '스토리가 아니면 죽음’이었다. 이는 너무도 강렬하고 충격적인 제목이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책을 내려놓을 수 없는 흥미로움이 생겼다. 희미하게 느꼈던 스토리텔링에 대한 생각들을 사례와 근거로 증명을 해주니 결코 혼자만의 근심이 아닌 것 같아 한편으로는 위로를 느끼고 다른 한편으로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리사 크론은 인간의 인지와 커뮤니케이션에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작품은 종종 스토리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우리 두뇌가 정보를 이해하고 처리하고 기억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녀의 이전 저서인 "Wired for Story"에서는 스토리텔링이 인간의 본성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효과적인 소통과 연결을 위한 필수적인 도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스토리만이 살길(Story or Die)'은 비즈니스, 사회, 개인적 목적에 관계없이 스토리의 힘을 이용해 청중을 설득하고, 참여시키고, 영감을 주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은 인간의 뇌는 스토리를 받아들이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스토리는 정보를 전달하고 저항을 극복하며 행동을 이끌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우리 뇌에 장착된 스토리 본능을 살펴본다. 뇌가 수신한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그리고 왜 사실을 서사로 바꿔서 그 서사를 목숨처럼 지키려고 하는지 알아본다. 2부에서는 상대방이 품은 저항감의 실체를 파악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첫째, 우리가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는 상대방은 누구인가? 둘째, 우리가 그 상대방에게 요청하는 것은 무엇인가? 마지막 3부에서는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어야 상대가 기존의 관점을 바꾸고 저항감을 극복해 우리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함께 알아본다.



1부: 스토리 본능

우리 뇌는 수많은 정보를 매 순간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와 관련 없는 정보는 걸러내고 버린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인지적 무의식이다. 우리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 데이터는 뇌의 문지기에 의해 차단된다. 그러나 스토리에는 늘 특혜가 주어 지기에, 스토리에 담긴 정보는 장기 기억으로 쉽게 전환된다.


우리 뇌는 정보를 거르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 원칙은 '이 정보가 내 동기와 부합하는가?'이다. 특정 정보가 이득도 해도 되지 않으면 백색 소음이다. 이렇게 한번 걸러진 정보는 기억하기는커녕 두 번 다시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스토리는 생존을 위한 수단이다. 스토리로 인해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상상하고, 앞날의 위험과 고난에 대비할 수 있다. 그러므로 스토리는 뇌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최근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가 진화한 목적은 추상적 사고를 촉진시키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함이 크다고 한다. 그 이유는 집단 내에서 유대감을 형성하고, 바보 같은 실수로 인해 배척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사실에 호소해 주장을 펴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느낀다. 사실은 확실하고 안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들의 마음과 행동을 바꾸려고 할 때 단지 사실을 열거하면, 상대방은 그것을 무시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거나 공격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스토리는 사실을 인격화해 주므로 듣는 사람이 그 결과를 직접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다.


주의력이라는 것은 희소한 신경 자원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사실이 뭔가 수량화할 수 있는 결과를 우리에게 당장 일으킬 것이 확실할 때만 그 사실에 관심을 기울인다. 물리적 사실이든, 사회적 사실이든, 심리적 사실이든 마찬가지다.


우리는 남들도 내가 아는 것을 알고, 나와 내가 속한 집단이 믿는 것을 믿고, 나와 똑같이 세상을 바라보리라고 짐작하곤 한다. 이런 뇌의 편향성 때문에 우리는 오해하기 쉽다. 사실을 드러내기만 하면 상대방이 우리의 말을 이해하고 행동을 바꾸리라고 기대한다.


우리는 한 번 무언가를 옳다고 믿게 되면 그 믿음을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로 만든다. 그래서 누군가 그 믿음에 반대하면 자신에게 도전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우리 뇌는 신체적 위협과 신념 체계에 대한 위협을 구분하지 못한다. 스토리는 우리 뇌가 새로운 정보를 거부하는 방어 기제를 우회하고, 뇌가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도록 도와준다.


감정은 스토리의 원동력이자 인간의 원동력이다. 감정은 심리학이나 사회학 같은 '소프트 사이언스’의 개념이 아니라 생물학의 법칙이다. 인간이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감정 덕분이다. 삶과 스토리에서 감정이 하는 역할을 이해하면 청중을 사로잡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고, 사실만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감정은 사소하거나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다. 감정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다. 감정은 단순한 분류로 정의할 수 없다. 감정은 복잡하고 다양하고 항상 존재한다. 감정과 이성은 적대 관계가 아니다.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정을 내리는 것은 감정이다.


어떤 정보가 장기 기억에 심어질지 결정하는 것은 감정이다. 그 기준은 ‘이걸 기억하면 앞날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까?’다. 감정이 진화한 이유는 어떤 기억을 보존해야 하고 어떤 기억을 버려도 좋은지 우리에게 알려 주기 위해서이므로, 감정이 짙게 밴 기억은 훨씬 더 선명하고 안정적이며 오래 남는다.


스토리란 내적 변화가 외적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인공은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고, 이를 극복해야만 한다. 이 과정은 청중이 우리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이다. 주인공은 스토리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에 의해 피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잘못된 믿음을 인정하고 바꾸어야 한다.



2부: 스토리 핵심

이 파트에서는 스토리를 통해 타겟 고객의 숨겨진 저항을 극복하고, 그들에게 핵심 가치를 전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인지 신경 과학자 탈리 샤롯은 “우리는 남들에게 영향을 주고자 할 때, 자신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상대방의 행동과 믿음을 바꾸려면,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뇌가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저자는 ‘만인’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면, 결국 아무도 설득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만인’이란 개념은 허구일 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각자의 관심사와 믿음을 공유하고, 물리적·사회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협력하는 개인들이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목표 청중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그들에게 어떤 행동을 요구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제안을 수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상상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청중이 더욱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느껴진다.


청중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외부적인 변화가 아니라, 내부적인 변화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그들이 포기해야 할 것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정체성과 관련된 것일 수 있다. 이런 경우, 가장 큰 장애물은 청중이 외부적 변화에 부여하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어떤 믿음이 공략 가능한지는 물론, 어떤 믿음이 공략 불가능한지도 파악해야 한다.


저자는 설득의 가장 큰 난제는 정보 부족이 아니라 숨겨진 저항이라고 강조한다. 저항이란 "우리가 현재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도전하는 어떤 것에 대한 무의식적이고 비합리적인 감정적 반응"이라고 정의한다. 스토리는 ‘청중의’ 주관적 논리를 활용하여 잘못된 믿음을 깨트려야 한다. 그러면 스토리의 핵심 메시지가 청중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고, 청중은 자신의 믿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스토리의 핵심 메시지는 바로 그 ‘감동’이다. 사실이나 숫자가 아니다. 심지어 스토리 속에서 명시적으로 언급되지도 않는다.


현실에 만족하고 있던 청중을 즉각 행동하게 하는 것은 바로 ‘감정’이다. 나이키의 슬로건 ‘Just Do It’은 들을 때마다 내면의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스토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명확하고 구체적인 핵심 메시지를 향해 일관되게 전개된다. 스토리는 트로이의 목마와 같다. 스토리가 특정한 감정을 유발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그 메시지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사회 심리학자 조너선 화이트는 “인간의 정신은 논리 처리 장치가 아니라 스토리 처리 장치다”라고 말했다.



3부: 스토리 창작

이 파트에서 저자는 청중의 저항을 극복하고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설득하는 스토리를 쓰는 법을 알려준다. 그녀는 다양한 분야와 장르에서 성공적으로 적용된 스토리의 사례를 들어가며, 정서적으로 호소하면서 논리적으로 타당한 스토리를 구성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한다.


그녀는 스토리텔러가 청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변화의 메시지, 즉 스토리의 핵심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스토리의 주인공을 선정하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주인공은 청중과 동일한 문제나 저항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강렬한 목표를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고 한다. 또한 스토리의 적대자를 설정하는 방법도 소개하는데, 적대자는 악의적인 존재가 아니라 주인공의 세계관에 도전하고 현 상황을 유지하려는 힘을 대표하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한다.


그 후에는 스토리의 구조를 설계하는 방법을 다룬다. 그녀는 고전적인 3막 구조, 즉 설정, 대립, 해결로 스토리를 나누고, 주인공의 행동과 결정이 결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인과적인 사건 연쇄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더불어 갈등, 개연성, 반전 등을 활용하여 스토리에 다양성을 더하고 청중의 흥미를 유지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스토리에서 주인공이 각성하는 순간은 정말 짜릿하다. 이 순간은 스토리의 정점이자 청중의 감동이다. 주인공의 깨달음에 개연성이 있으려면 그 이면의 내적 논리를 청중이 납득해야 한다. 청중이 알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주인공은 왜 자신의 잘못된 믿음이 틀렸다는 자각에 이르렀을까? 무엇 때문에 진실에 눈이 뜨인걸까?


이 순간이 청중에게 설득력 있고 효과적으로 다가가려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번째, 이 순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그야말로 최후의 순간에 일어나야 한다. 두번째, 주인공 스스로가 깨달아야 한다. 다른 인물의 도움이나 간섭이 없어야 한다. 세번째, 선명해야 한다. 청중은 주인공이 어떤 논리와 감정을 거쳐서 깨달음에 이르렀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 사건과 감정의 흐름이 명확하게 드러나야 읽는 청중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 네번째, 해방감을 주어야 한다. 주인공은 자신을 구속해온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유를 얻어야 한다. 이는 독자에게 긍정적인 전환을 제공하며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든다.


이 책은 스토리의 힘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실용적이고 통찰력 있는 가이드이다. 리사 크론은 스토리텔링의 전문가이자 열정적인 실천자로서, 독자들이 그녀가 가르치는 원리와 기술을 실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스토리를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강력한 변화의 도구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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