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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Jan 22. 2024

소비자의 감성은 우연이 아닌 섬세한 설계의 결과이다

전 나이키 CMO 그레그 호프먼의 '영혼의 설계자'

이 책은 나이키에서 27년 동안 인턴부터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 Chief Marketing Officer)까지 역임한 그레그 호프만의 창의적인 리더십 경험을 담은 책이다. 책을 통해 저자는 나이키의 브랜드 정체성과 목소리를 스토리텔링을 통해 구축하고 전달한 과정을 공유한다. 또한 소비자와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기 위해 창의성을 발휘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저자 그레그 호프먼은 브랜드가 문화의 일부가 되면서 더 큰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브랜드는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면서도 세상을 바꾸는 순간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 순간 브랜드가 전하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고 행동을 변화시킨다. 마케터라면 혹은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시야를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브랜드가 더 위대한 업적의 일부가 되고 지속가능성이 높은 유산을 남길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Nike


이 책은 9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장은 저자의 창의성 철학과 전략을 다룬다. 나이키에서 진행한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캠페인들의 제작 과정을 들려준다. 여기에는 "Just Do It" 슬로건, 콜린 캐퍼닉이 출연한 "Dream Crazy" 광고, 러닝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에게 2시간 마라톤의 벽을 깨는 데 도전한 "Breaking2" 프로젝트 등이 포함된다. 이 캠페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저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용기 있는 실행의 중요성을 드러낸다.


책의 시작은 저자가 졸업을 앞두고 커리어를 고민하던 시절이다. 저자는 나이키가 처음에는 그의 최우선 선택지가 아니었다고 밝힌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와 경쟁에 열정을 느꼈던 그에게 나이키는 매력적인 기회가 되었다. 그가 나이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윙스’ 포스터였다. 조던이 양팔을 뻗고 한 손으로 농구공을 쥔 사진 밑에 ‘스스로 날개짓하지 않는다면 어떤 새도 높이 날 수 없다’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명언이 적힌 포스터이다.


ⓒNike


1992년 나이키는 스포츠와 문화의 교차점에 있었다. 단순히 문화의 흐름에 편승하는 것이 아닌 선두에서 문화를 만들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나이키는 스포츠의 정의를 트랙, 코트, 그리고 뛰어난 선수들, 그 이상으로 확장하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레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시대의 서막이었다. 나이키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열정과 스포츠의 융합이 막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그는 목격하였다.


책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는 브랜드 마케터의 역할이 대중에게 새롭고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고객과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고, 그 과정에서 브랜드의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브랜드 마케터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타인 중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브랜드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저자는 나이키가 브라질 축구 대표팀과 함께 월드 투어를 하며 어떻게 브라질 문화와 축구의 융합을 통해 창의적인 경기 스타일을 만들어내었는지 설명한다. 브라질은 징가라 불리는 특유의 축구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브라질 전통 무술과 삼바 등의 문화적 특징이 축구에 스며들어 있는 결과이다. 이로 인해 브라질 대표팀은 선수들의 다양성과 각 개인의 개성을 결합하여 흥미진진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경기 스타일을 형성하였다.


ⓒSoccerbible


또한, 창조적인 영감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그는 호기심이 창조의 원동력이라고 하며, 영감이 호기심을 가진 사람에게 찾아온다고 설명한다. 영감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태도로는 혹독한 창작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강조하며, 나이키가 끊임없이 상상력에 연료를 공급하고 창조를 이끄는 호기심의 문화를 어떻게 구축했는지를 소개한다.


나이키 에어 밑창은 이러한 문화의 산물이다. 자칫 나이키와 나사(NASA) 사이에 별다른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둘 사이에는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나사 헬멧의 충격 흡수 기술에서 영감을 받아 최초의 나이키 에어 밑창이 탄생했다. 이처럼 창조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


ⓒJDsports


인간의 신체에서 창의적인 영감을 얻는 경우도 있다. 세계에서 장거리 달리기를 가장 잘하는 케냐인들이 맨발로 생활하는 것을 보고 발가락 사이가 갈라진 에어 리프트 특유의 모양을 개발했다. 케냐의 그레이트 리프트(Great Rift) 계곡에서 이름을 차용한 이 운동화는 달릴 때 첫 번째와 두 번째 발가락 사이의 관절이 더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하는 디자인을 구현하였다.


‘승리를 위한 플레이’의 원칙에 대해 저자는 확신을 갖고 말한다.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며,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크고 혁신적인 시도를 하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명예의 전당에 오른 메이저리그 타자의 평균 타율을 예로 들며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열악한 환경이 창의성을 저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예산이나 시간이 부족하다면, 그것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Go get your game face on!"


선수들은 경기장에 들어설 때의 게임 페이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승리라는 목표를 향해 집중력, 결단력, 추진력을 발휘할 때, 그들의 얼굴에는 감정의 파동이 느껴진다. 이처럼 경기에 나서기 위해 선수들은 준비하고, 노력하고, 경쟁한다. 브랜드 역시 다르지 않다.


결국, 세상이 브랜드를 어떻게 보는가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애착을 결정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애착이 가는 브랜드를 위해 시각적 표현이 중요하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견고히 하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만들어낸 모든 것에 브랜드 특유의 흔적을 남겨야 한다.

이 책은 나이키의 마케팅 역사뿐만 아니라 제품과 고객 간의 감정적 연결을 강조하는 방법을 배우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한 실용적인 가이드이다. 저자 그레그 호프먼은 창의성, 협업, 용기를 통해 감정을 자극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기억에 남는 메시지를 제공하며, 브랜드에 대한 비전과 목적, 유산을 갖는 중요성을 강조한다.


“영혼의 설계자”는 브랜딩, 마케팅, 디자인 또는 크리에이티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은 자신의 브랜드와 자신이 사랑하는 브랜드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게 해 줄 것이다. 디자인을 통해 감성을 창조하는 데 영감을 제공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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