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매 순간 스스로를 의심해야 한다
언젠가 한 창업가가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강력한 성장 비결로 치열한 사내 경쟁을 언급하는 것을 보았다. 넷플릭스의 빈번한 해고와 구글의 '10X'와 같은 강도 높은 조직 운영법을 말이다. 창업가 입장에서 직원들이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기업 성장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욕심이다.
하지만 그 갈망이 정당하려면, 리더는 매 순간 스스로를 의심해야 한다. 당신이 탐하는 것이 그들의 혁신적 문화인지, 아니면 그 시스템을 방패 삼아 리더로서의 고통스러운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편의성'인지 말이다.
많은 리더가 경영 철학을 노션에 정리하고 핵심 가치를 벽에 붙이면 사무실이 실리콘밸리로 변할 것이라 착각한다. 그러나 고전은 경고한다. 춘추시대의 패자 제나라 환공은 천재 전략가 관중(管仲)과 함께 완벽한 국가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관중이 죽고 리더의 눈이 흐려지자 그 정교한 시스템은 간신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 결국 환공은 자신이 만든 시스템 안에서 굶어 죽었다.
시스템은 리더의 철학을 거드는 도구일 뿐, 결코 리더의 부재를 대신할 수 없다. 넷플릭스의 성과를 원하면서 리드 헤이스팅스만큼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가. 최고의 팀을 갈망하기에 앞서, 레리 페이지나 에릭 슈미트처럼 구성원을 설득할 수 있는 기질을 갖추었는지 물어야 한다. 비전 제시에는 게으르고 보상에는 인색하면서 시스템의 효율성 뒤에 숨어 희생만을 바란다면, 그것은 경영이 아니라 리더의 비겁한 이기심일 뿐이다.
조직이 표류하는 이유는 대개 리더가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이나 오만에 빠질 때 발생한다. 초한지의 승자 유방은 스스로 "나는 장량처럼 전략을 짜지도, 소하처럼 보급을 챙기지도, 한신처럼 군대를 지휘하지도 못한다"라고 고백했다. 리더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할 때, 비로소 구성원들은 자신의 '역할'을 찾고 몰입하기 시작한다.
현대의 마이크로소프트를 부활시킨 사티아 나델라 역시 같은 길을 걸었다. 그는 부서 간의 극심한 이기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리더 스스로가 '모든 것을 아는 자(Know-it-all)'에서 '모든 것을 배우는 자(Learn-it-all)'로 변화할 것을 선언했다. 그는 매주 금요일 자신의 실수와 배움을 투명하게 공유하며 구성원을 설득했다. 리더가 먼저 낮은 곳으로 내려가 자신의 '빈 공간'을 보여줄 때, 죽어가던 공룡 기업은 다시 혁신의 엔진을 돌리기 시작했다.
맹자(孟子)는 "군주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이다.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는다"라고 했다. 리더가 몸소 체화하지 않은 가치는 결코 구성원에게 닿지 않는다.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는 초기 성장 단계에서 직접 첫 300명의 직원을 면접 보며 브랜드 철학을 전파하는 데 미친 듯이 몰입했다. 그는 투자자로부터 "조직 문화를 망치지 마라"는 조언을 들은 후, 단순히 규정을 만드는 대신 자신이 직접 '문화의 수호자'가 되어 비전을 행동으로 증명했다.
최상의 환경을 제공해도 불평하는 구성원은 존재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열정이 식는 이유는 처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업무가 어떤 가치를 만드는지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구성원의 모든 요구를 수용할 수는 없으나, 기업의 비전과 개인의 역할을 정교하게 일치시킬 의무가 있다. 이 견고한 연결고리는 세련된 사내 복지가 아니라, 리더의 진정성 있는 '설득'에서 나온다.
진정한 조직 문화는 리더가 그 철학에 대해 스스로 확신을 갖고 온몸으로 체화했을 때 비로소 전파된다. 행동하지 않는 의지는 망상이고, 움직이지 않는 몸은 시체와 다를 바 없다. 단순히 성공한 기업들의 인센티브 제도를 베껴 온다고 해서 똑같은 성과가 뒤따르지 않는 이유는, 그 제도 아래 흐르는 '리더의 숨결'을 베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경영자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 구성원에게 높은 수준의 역량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들을 이끌 자격이 있는 경영자인지부터 입증해야 한다.
"당신은 인재들이 기꺼이 자신의 인생을 걸 만한 가치가 있는 리더인가?"
빛을 쫓기만 하는 리더는 늘 그림자에 먹힌다. 스스로를 태워 타인을 비추는 빛이 되어야 한다. 리더라는 그릇이 맑고 단단해질 때, 그 안에 담긴 구성원이라는 물 역시 비로소 맑은 빛을 낼 수 있다. 리더가 스스로를 먼저 가장 차갑고 날카롭게 해부할 때, 조직은 비로소 그 서슬 퍼런 진정성을 따라 함께 밝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