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식당으로 향하는 길, 인파 속에서 한 장면이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20개월 남짓한 아이를 안고 가던 엄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는 분주한 걸음으로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걸어가고 있었고, 아이는 엄마의 목에 팔을 두르고 있었다.
갑자기 아이가 장난스럽게 팔을 뻗어 엄마의 얼굴을 향해 손바닥을 펴더니, 엄마의 뺨을 내리쳤다. 그 순간 엄마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눈썹을 찌푸렸다. 화가 난 듯 입술을 꽉 다문 채, 엄마는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찰싹'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주변의 소음을 뚫고 울려 퍼졌다. 엄마가 아이의 손등을 매우 세게 내려친 것이다. 그 소리가 너무나 커서 나는 물론이고 주변의 몇몇 사람들도 놀라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그 자리에 아이가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엄마가 하지 말라고 했지?!" 엄마의 목소리에는 짜증과 분노가 가득했다. 아이는 손등이 아팠는지, 혹은 엄마의 반응에 놀랐는지 울음을 터뜨렸다.
이 장면을 목격한 나는 그 자리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 역시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이런 상황에서의 적절한 대응과 훈육의 경계에 대해 늘 고민하는데 순간 감정 이입이 되었다.
물론 아이가 부모의 얼굴을 때리는 행동은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과연 아이의 손등을 세게 때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2002년 미국 심리학회(APA) 저널에 실린 메타 분석 연구에 따르면, 체벌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격성 증가, 반사회적 행동, 정신 건강 문제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동시에, 우리는 부모가 모든 것을 무조건 참아내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이의 발달 단계와 이해 수준에 맞는 적절한 훈육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그 방법과 강도, 그리고 시기의 적절성이다.
관계학 전문 심리학자인 존 가트맨(John Gottman) 박사와 그의 동료들이 1996년 Journal of Family Psychology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감정 코칭' 방식의 훈육이 아이의 정서 지능과 자기 조절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방법은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서는 명확한 경계를 설정한다. 즉, "네가 화가 난 것을 알겠어. 하지만 다른 사람을 때리는 것은 옳지 않아."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 코칭' 접근법은 단순히 행동을 교정하는 것을 넘어,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장기적으로 아이의 정서적, 사회적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훈육은 감정의 산물이 아닌 지혜의 결실이어야 한다.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체벌보다는 지속적인 이해와 소통, 그리고 명확한 경계 설정이 필요하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순종하는 아이가 아니라,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인격체로 성장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부모로서 우리는 항상 최선의 방법을 찾아 고민해야 한다. 때로는 실수할 수도 있고, 때로는 지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도 함께 성장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폭력 없는 훈육,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부모의 모습, 그리고 상호 존중에 기반한 가족 관계.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아닐까?
약속 시간에 쫓겨 그 자리를 떠나야 했지만, 아이의 울음소리는 여전히 내 귓가에 맴돌았다. 그 소리는 단순한 아픔의 표현이 아닌, 우리 모든 부모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의 울림처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