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의 전제 조건으로서의 솔직함: 혁신과 성장의 역설적 동력
"우리는 지금 버블 속에 있습니다. 2000년의 닷컴 버블이 아닌, 고등교육의 버블입니다."
2011년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컨퍼런스. 페이팔 공동창업자이자 페이스북 첫 외부 투자자인 피터 틸의 발언에 청중들이 숨죽였다. 스탠포드 법대를 졸업한 실리콘밸리의 거물이 기존 교육 시스템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순간이었다. 틸은 냉철한 데이터를 제시하며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피터 틸의 도발적인 발언은 면밀한 관찰에 기반했다. 2011년 당시 미국의 학자금 대출 규모는 1조 달러를 돌파했고, 대학 졸업생의 평균 부채는 2만 5천 달러에 달했다. 연방준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대졸자의 45%가 전공과 무관한 직종에서 일하고 있었다.
전미대학교육협의회(National Review)와의 인터뷰에서 틸은 자신의 생각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혔다.
"고등교육은 전형적인 의미의 버블입니다. 모두가 그것이 가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비용을 지불하고,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더욱 가치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이죠. 역사적으로 모든 혁신은 기존 체제의 바깥에서 시작됐습니다."
틸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단순한 비판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실천에 나섰다. 23세 이하의 젊은이들이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에 도전하면 2년간 10만 달러를 지원하는 '틸 펠로우십'을 시작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장학금 프로그램이 아닌, 기존 교육 시스템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장이었다.
비탈릭 부테린(2014년 선정): 이더리움 창시자. 현재 시가총액 약 2000억 달러
에반 슈피겔(2012년 선정): 오픈스토리 창업. 현재 기업가치 20억 달러
루시 굿(2016년 선정): 크립토커런시 거래소 설립. 기업가치 15억 달러
2016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래리 멀로 CVS 전 CEO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매출을 포기했지만, 그 대신 신뢰를 얻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신뢰가 더 큰 사업 기회를 만들어냈죠."
나 역시 때로는 불편한 주제를 먼저 꺼내야 할 때가 있다.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더라도 말이다. 문제를 덮어두는 것이 평화로워 보일 순 있다. 하지만 암묵적 동의 속에 묻어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적은 없었다. 고름을 짜내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치유를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다.
미국에서의 학업 경험은 이러한 깨달음을 더욱 단단하게 해 주었다. 만장일치란 현실에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이상향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치열한 토론과 협의를 거쳐 대다수가 합리적이라고 믿는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현재의 상황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피터 틸과 CVS의 사례는 이러한 원칙을 실천으로 옮긴 대표적 예시다. 그들은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것'에 정면으로 도전했고, 그 솔직함으로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2014년 피터 틸이 그의 저서 'Zero to One'에 남긴 말을 되새겨본다.
"가장 큰 거짓말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혁신은 그 거짓말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교육도,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