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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Oct 25. 2024

직원 1900명을 해고하고도 기업가치가 3배 오른 기업

위기 상황에서 리더의 취약성 표현과 결단력이 기업 회복탄력성에 미치는 영

2020년 3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관광산업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각국이 빗장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전 세계 항공편의 60% 이상이 취소되었고, 호텔들은 문을 닫았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사무실. 브라이언 체스키 CEO의 모니터에는 충격적인 숫자들이 가득했다. 에어비앤비(Airbnb)의 예약은 73% 급감했고, 기업 가치는 310억 달러에서 180억 달러로 폭락했다. 12년간 쌓아온 모든 것이 8주 만에 무너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습니다."


체스키는 즉시 행동에 나섰다. 먼저 글로벌 테크 투자의 거물인 실버 레이크(테슬라, 트위터 등 주요 기술기업 투자로 유명한 사모펀드)와 식스스 스트리트(1천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10억 달러의 채권 투자와 추가 10억 달러의 대출을 유치했다. 연 10%의 높은 이자와 주식 워런트(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는 다소 불리한 조건이었지만, 체스키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매주 수억 달러씩 현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체스키는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보고서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았다. 호텔 사업 확장을 위해 준비 중이던 프로젝트들, 도쿄 올림픽 특별 마케팅 예산, 럭셔리 숙박 플랫폼 개발... 모든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했다.


더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다. 체스키는 경영진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실의 긴장감은 이전과 달랐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제 뼈를 깎는 구조조정만이 회사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세 기업의 엇갈린 운명


같은 시기, 여행과 홈퍼니싱 산업의 주요 기업들이 모두 유사한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각 기업의 대응은 달랐고, 그 결과도 극명하게 갈렸다.


에어비앤비는 2020년 5월, 전체 인력의 25%인 1,900명의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체스키는 전 직원들과의 화상 미팅에서 회사의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더 중요한 것은 구조조정 이후의 지원이었다. 떠나는 직원들에게 회사 노트북을 제공하고, 1년 치 의료보험을 보장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들의 재취업을 돕기 위한 전용 채용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다.



반면 홈퍼니싱 기업 웨이페어는 다른 길을 택했다. 그들은 2020년 내내 구조조정을 미루다가 2022년 1월, 갑자기 1만 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 방식이었다. 직원들은 아침에 도착한 이메일 한 통으로 해고 사실을 통보받았다. 주가는 90% 폭락했고, 분노한 직원들의 SNS 폭로는 회사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부킹닷컴도 비슷한 실수를 반복했다. 2020년 8월 4,000명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불투명한 커뮤니케이션과 체계적이지 못한 프로세스로 직원들의 신뢰를 잃었다. 이는 핵심 인재들의 대량 이탈로 이어졌다.



에어비앤비의 전략적 변신


체스키의 결정은 단순한 인원 감축이 아닌, 회사의 근본적인 재구조화였다. 그는 호텔 사업 등 부가 사업을 과감히 중단하고, 회사의 모든 역량을 핵심 사업인 숙박 중개 플랫폼에 집중했다.


시장의 변화도 정확히 포착했다. 도시 중심의 단기 숙박에서 교외와 시골 지역의 장기 숙박으로 초점을 옮겼다. 해외여행이 줄어드는 대신 국내 여행에 집중했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곧 결실을 맺었다.



2020년 여름부터 예약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12월의 IPO는 이러한 변화의 정점이었다. 상장 첫날 주가는 68달러에서 144.71달러로 급등했고, 시가총액은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위기 속에서 이뤄낸 극적인 반전이었다.



리더십의 과학: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나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는 이러한 차이의 핵심을 '심리적 안전성(Psychological Safet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1999년 의료팀 연구에서 처음 이 개념을 발표한 그녀는, 2018년 저서 "The Fearless Organization"에서 이를 비즈니스 환경에 적용했다.


The Fearless Organization by Amy Edmondson


에드먼슨 교수의 25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심리적 안전성이 높은 조직은 위기 상황에서 더 빠른 회복력을 보인다. 특히 2019년 발표한 "The Right Kind of Failure" 연구에서 그녀는 206개 기업을 분석해 흥미로운 결과를 도출했다. 리더가 자신의 불확실성과 고민을 공유하는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위기 대처 속도가 평균 1.7배 빨랐다.


"진정성 있는 취약성 표현은 역설적으로 리더십을 강화합니다."


2021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인터뷰에서 에드먼슨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명확한 비전 제시, 신속한 실행, 그리고 구체적인 해결책이 그것입니다."


에드먼슨 교수는 특히 위기 상황에서의 신속한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녀의 2022년 연구 "Leadership in Turbulent Times"에서는 팬데믹 기간 동안의 기업 대응을 분석했다. 구조조정 결정을 3개월 이상 미룬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더 큰 규모의 인력 감축을 진행해야 했고, 기업 가치 하락폭도 더 컸다. 웨이페어와 부킹닷컴의 사례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입증하는 전형적인 예시다.



현대 리더십의 세 가지 핵심


이들 사례는 현대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는 리더십의 세 가지 핵심 요소를 보여준다:   


1. 신속한 결단력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빠르게 결정하기

어려운 결정을 미루지 않는 용기

전략적 우선순위의 명확한 설정


2. 진정성 있는 소통

상황의 심각성을 숨기지 않기

결정의 배경과 향후 계획 공유

감정적 공감대 형성


3. 철저한 실행력

약속한 지원의 신속한 이행

지속적인 후속 관리

새로운 전략의 일관된 실천




미래를 위한 교훈: 데이터가 증명하는 리더십의 힘


에어비앤비의 사례는 위기 속 리더십의 중요성을 수치로 증명했다. 체스키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리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잃지 않았고, 이는 곧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2021년 1분기에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2022년에는 창사 이래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하며 매출 83억 달러, 순이익 19억 달러를 기록했다.


ⓒ에어비앤비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전략적 방향 전환의 성공이다. 도시 중심에서 교외 및 장기 숙박으로의 전환은 시장 변화를 정확히 읽은 결정이었다. 2022년 에어비앤비 예약의 50% 이상이 7일 이상의 장기 숙박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반면 경쟁사들의 지연된 대응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 웨이페어는 2023년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45% 감소했고, 부킹닷컴은 2020년 8월의 늦은 구조조정 이후 시장 점유율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론: 수치로 입증된 진정성과 결단력의 가치


이러한 성과의 차이는 리더십 스타일의 중요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체스키는 위기 상황에서 두 가지 중요한 균형을 이뤄냈다. 하나는 신속한 결단과 인간적 배려의 균형이고, 다른 하나는 비용 절감과 미래 투자의 균형이다.


ⓒ에어비앤비


그 결과는 주가에도 반영되었다. 2020년 12월 68달러로 시작한 에어비앤비의 주가는 2023년 140달러를 상회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웨이페어의 주가는 같은 기간 300달러대에서 50달러대로 급락했다.


당신의 조직이 다음 위기를 맞닥뜨렸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체스키처럼 신속하고 인간적인 대응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결정을 미루다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인가?


진정한 리더십은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한다. 그리고 그 빛의 강도는 진정성과 결단력이라는 두 요소의 균형에 의해 결정된다. 에어비앤비의 성과는 이러한 균형 잡힌 리더십이 만들어내는 실질적 가치를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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