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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Jan 24. 2022

"호칭을 어떻게 할까요? 대표님? 기자님?"

'작가'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요즘 스타트업들을 포함하여 스타트업에 투자를 검토하고 집행하는 벤처캐피털 등 다양한 직군에 계신 분들과 자주 미팅을 갖고 있다.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끊임없이 즐거운 대화를 나누다가 유독 한 가지 질문만 나오면 유독 나는 즉각적으로 답을 하지 못한다.


"직함 혹은 호칭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기업에 속하였을 때는 과장, 팀장, 매니저 등 기업에서 정해준 직함을 사용하였는데 막상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보니 이름 외 특정 단어가 나를 대변하는 상황이 상당히 어색했다. 평소 가족과 지인들이 부르는 이름 외 나를 정의하는 단어가 딱히 없다. 


이전에 잠시 창업을 하였을 때도 '대표'라는 타이틀이 상당히 부담스러웠고 어색하였는데 이제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마당에 '대표'라는 타이틀은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말 그대로 한 조직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 분야에서 대표적인 경력을 쌓은 것도 아니다. '대표이사'는 상법 상의 용어이다. 상법 상 회사의 의사결정은 이사회가 하고 그 대표가 바로 대표이사이다. 계약을 한다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대표라는 것이다. 1인 회사라고 우기며 대표라고 스스로를 대표로 임명할 수 있겠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창업진흥원 기자단 명함


비교적 최근에는 '기자'라는 호칭이 빈자리를 대신했는데 이 역시도 사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친 느낌이다. 아마도 내가 창업진흥원의 외부 기자로 활동하며 건넨 명함에 기자라고 친절하게 명시되어 있어서 그렇게 부르시는 것 같다. 사실 기자는 사회 각지에서 일어나는 일을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리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그리고 통상 언론 매체에 속해 취재활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런데 사실 난 기자로서의 전문성도 없고 그러한 경험도 소속도 없기에 그렇게 불리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


그런데 최근 기고하게 돼 한 매체에서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하신다. 긴 시간 고민 후 그나마 브런치를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니 '작가'가 그나마 가장 근접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작가라는 직업이 결코 진입장벽이 낮거나 만만해 보여서는 아니다. 사실 작가는 기대수명이 제일 낮은 직업 중 하나라고 한다. 직업군이 받는 창작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 젊은 시절의 창작력과 창작 욕구가 줄어들며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우울증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의 삶을 '작가'로 정의하기로 하였다. 작가는 창작에 가장 깊게 관여하는 직업이다. 그리고 창작의 핵심은 스토리의 구성이다. 그 아무리 화려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가득한 작품일지라도 그것을 기획한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없다면 독자에게는 그저 요란한 빈 수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장력과 묘사의 수준이 미흡하더라도 스토리가 흥미롭고 쉽게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다면 그것은 어쩌면 내가 추구하는 글일 것이다. 


나의 모든 만남과 대화의 중심에는 '콘텐츠 제작'에 대한 욕구가 있다. 어떻게 하면 지금의 이 대화를 더 정돈되고 읽기 쉬운 텍스트로 전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최근 가장 많이 한다. 비록 문장력이 뛰어나지도 않고 인지도 역시 없지만 '작가'라는 타이틀에 자부심을 갖고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좋은 글감을 내려달라고 주문을 외워본다.


출처=동아비즈니스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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