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바뀜에 대한 예민한 감각
귀뚜라미 소리가 들릴 무렵이 되면
가을이 문득 나를 스치어 지나 갑니다.
햇살은 여전히 따사롭지만 그 끝이 어렴풋이 무딘 것 같습니다.
뒷덜미로 흐르는 땀방울도 서늘한 무렵이 있습니다.
가는 길을 멈추어 소리를 듣습니다.
순간 이 세상에 멈추어 선 것은 저 뿐이겠지요.
그렇게 흘러갑니다.
짧은 계절을 스쳐가는 벌레가 어리석게도 부러웠나 봅니다.
무성한 풀 숲에 살고 싶었습니다.
귀뚜라미 소리가 들릴 무렵이 되면
덤불 속에서 흰 머리를 셉니다.
무심하게, 올 여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