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기위해 하는 것들. 나의 기억 장수 프로젝트
가을의 꼬리가 길었다. 긴 여름과, 찰나같은 가을, 그리고 또 긴 겨울이라고 생각했는데.
올해 가을은 비가 많이 내렸다. 덕분에 여름에 시끄러웠던 강릉의 가뭄은 단숨에 해결되었다.
맑은 가을 주말이 흔치 않았고, 나는 이파리들이 농익지 못하고 때이른 낙엽으로 떨어질까 노심초사 하였다.
나에게 또한 그러하다.
서서히 나이가 들고, 떨어지는 것을 염려하는 본능적인 몸서리침이다.
그래도 뒷심 있던 가을 덕분에 올해는 만추를 조금 더 누린 느낌이다.
삶도 그렇게 뒷심이 있는게 더 의미가 있겠지 싶다.
일터에서는 여러 변동이 있는 모양이다.
나 또한 변동이 있을 것 같다.
올해 여러모로 느낀 점도 많고, 나의 한계 또한 체감한 것 같다.
무언가 명쾌하게 나아지지 않는 점이, 답답할 따름이다.
가을 끝무렵에 태어난 나는 곳간에 곡식을 쌓아두고 몰아치는 칼바람을 걱정한다.
건조한 겨울 바람에 풍족한 듯 하여도 늘 불안한 운명인 듯 하다.
그 불안감이 나를 성장시키고, 나를 갉아먹기도 한다.
이번 주부터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지고, 심지어 어제는 소낙눈까지 내렸다.
'이제 정말 겨울이니까 더 이상 소란 피우지 마' 라고 선언하는 것 같다.
약 3개월 가량, 남쪽 바다에서 꽃이 피어오를 때 까지
찬 바람에 부대끼며 버텨낼 구석을 찾아야겠다.
아,
시지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