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뇌의 이야기] 돌아온 한강

by Extraordinary

비에 젖어 길바닥을 굴러다니는 신문 한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ㅇㅇ한강공원 개방 - 한강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강이 돌아왔다

한강의 기적은 이제

한강의 절망으로

우리의 품에 돌아왔다

한강 가자(가즈아)는 말은 어느덧 우리 세대들의 자조가 되었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는 어느 시의 구절은

귀퉁이가 다 닳아 없어진 지 오래

아찔하게 솟은 아파트들이 도미노처럼

철조망을 두르듯 강변을 휘감는다


그것들이 온 강변을 둘러치고 나면

강에 뛰어드는 이들의 외마디 비명조차 잘 들리지 않겠지


헤엄쳐 건너기엔 아득하게 넓은 거리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검푸른 물의 일렁임

지평선을 겨누며 셀 수 없이 이어지는 웅장한 다리들


그것들의 기세는

나의 고개를 수면까지 떨구게 한다


강 어귀의 빛나던 모래들과

갈잎이 지저귀던 노래들은

이미 쓸려 내려간지 오래다


아무리 주변을 서성거려도

눈이 멀고 등이 굽은 붕어를 낚는 낚시꾼들조차

이젠 눈길을 주지 않는다


드디어 한강이 우리의 품으로 돌아왔다

뜨거운 기적은

먼 바다로 갔는지 바닥 깊이 잠겼는지

자취를 잃어 보이지 않는다


그저 무심히 갈 길을 오가는 인파들과 쇳덩어리들,

하늘을 향해 층을 더해가는

바벨탑들의 행렬 뿐


눅눅하고 차가운 절망의 품에 안겨 있다

절망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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