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없는 침식

by 노엘

며칠째 책상 앞에 앉아도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한동안 무너져 있던 감정들이 모두 파도에 휩쓸려 사라진 것처럼 그 자리엔 거친 모양으로 침식된 해안가만이 남았다. 그다지 아름답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


형용하기 어려운 따뜻한 공기덩어리 같은 그리움만 마음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다. 이따금 고개를 내밀어 눈을 마주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다.


맑은 날이 이어지다 이따금 비가 내렸다. 기온은 착실하게 조금씩 내려갔다. 손수건을 꺼내지 않고도 생활을 할 수 있는 날씨가 되었고, 밤은 한 뼘 정도 길어졌다.


무척이나 바쁜 일정들이 지났고, 10월 초에서 20일 무렵까지 다시 일정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그 사이에 오늘을 포함한 며칠간의 짧은 휴식시간이 있는데, 워낙 갑작스럽기도 하지만 미묘한 건강상의 문제로 어떤 일정도 잡지 못했다. 이대로 일을 하다 보면 10월 말이 되고 말 텐데, 생각만 해도 서글픈 일이다.


최근에야 알게 되었고,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낭만] 이란 말은 [Roman]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일본어로 낭만(浪漫)이란 단어는 ろうまん(로망:浪漫)이라고 읽힌다. 언어들이 주고받는 관계와 형태는 알고 보면 재미있는 경우가 많다. YOASOBI의 大正浪漫에 관해 검색해 보다 우연히 알게 됐다.


다시 돌아와 다른 이야기가 되지만, 사소한 것이라도 시간이나 일정 약속에 관한 건 상당히 잘 기억하고 메모해 두는 편이다. 그래서 그걸 받은 상대방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중복되는 일정이 잡혀 있거나 하면 크고 작은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는 슬금슬금 관계를 피하게 된다. 용기와 마음을 쓰는 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다.


시간을 앞에 앉혀두고 제발 서두르지 말라고 설득이라도 하고 싶다. 수영장 갱신 등록을 했다. 제법 오래 한 줄 알았는데 두 달 하고 일주일 정도 수영장을 다녔다. 주 4일 이상은 꾸준히 다녔던 것 같은데 체중의 변화는 없다. 오히려 1-2kg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거울을 보면 조금은 달라졌다. 다음 등록까지 마치면 봄이 올 무렵에 가까워진다. 그때의 나는 무얼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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