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by 노엘

스스로가 부족한 모습을 감지할 때마다 한 없이 어두운 구덩이에 빠져든다. 촬영을 마치고 힘겹게 장비를 정비하고 차에 오르니 가느다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밤 시간이라 정체는 없었다. 강변북로를 따라 서쪽으로 향하는 길에 강 건너의 도시가 애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반짝이고 예쁜데, 왜 이렇게 서글픈 걸까.


이런 순간이면 늘 도망치고 싶다. 그리고 어김없이 스물아홉의 순간들이 떠오른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깊은 밤의 순간들, 그때의 나는 대기가 흐르는 소리마저 감지할 수 있었다. 회색의 도시 아래 입가에 번지는 차가운 입김은 영혼이 부서지는 연기 같았다.


나의 말들은 바람이 부는 언덕 위의 속삭임 같아서, 좀처럼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고, 그럼에도 매일 필사적으로 어딘가를 향해서 달렸다. 무언가에라도 매달리지 않으면 이대로 영원히 사라질 것만 같았다. 어떻게든 나의 존재를 느끼고 싶었다. 살아있다는 확신이 필요했다.


매일매일 계절을 쓰고 버렸고,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남아 있는 건 텅 빈 영혼뿐이었다.


도망칠 곳이 없다는 건, 어제의 일을 되돌릴 수 없는 사실을 아는 것만큼이나 슬픈 일이다. 몰래 숨어서 엉엉 울 장소가, 사람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사람들은 다들 나이를 먹는 만큼 단단해지는 것만 같은데, 나만 그렇지 않은 모양을 한 사람 같아서 한편으로 부끄럽고, 한편으로 부럽다.


언제쯤이면, 다시 한번 매일 밤을 향해 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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