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만, 할 말이 있어

by 노엘

사진가로서의 나와, 취미 사진을 하는 나와, 집에 돌아온 모습의 나는 무척이나 다른 사람이다.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카테고리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가끔 미팅 후에 촬영에 들어가면 놀라는 클라이언트도 있다. 갑자기 인격이 바뀌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사실 나로서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 순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던져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좋아해 줄 만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것들을 하나 둘 꺼내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펼쳐내 본다. 물론 잘 될 때도 있지만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크게 실패하는 일은 없다. 아마도 그 지점이 직업과 취미의 경계선일 것이리라.


취미 사진을 하는 나는 말수가 몹시 적어진다. 온몸에 힘을 빼고, 가장 처음 사진을 시작했던 스무 살 무렵의 과거처럼, 그저 좋아하는 순간들을 시선과 마음 가득 기억하려고 한다. 카메라 뒤에 숨은 채 부끄러움을 넘어 세상을 본다. 사진보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들이 더 좋을 때도 있다. 한편으로 우리는 그렇게 서로 이용하고 이용당한다. 한때는 이 지점이 무어라 말할 수 없을 만큼 서글펐지만, 그런 일도 있고, 그럴 수도 있다. 마음이 닿는 국경은 매끄러울 수 없다.


혼자 있을 때의 스스로는 쉽게 정의할 수 없다. 몇 마디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허우적거리다 두꺼운 현관문을 나서면서 하루가 리셋되며 현실로 돌아온다. 가끔 일기 같은 이 글들을 때문에 실제로도 울적한 사람인 줄 아는 분들이 있는데 실제로 그런 모습을 보는 건 쉽지 않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거짓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그런 지점이 있고, 나는 그 부분들을 간단하게나마 이렇게 던져 놓음으로써 일정 부분 해소가 된다. 모두 그런 모습이 있다. 가까이 다가서면 그동안 몰랐던 누군가의 삶의 역사가 보이듯이 나 또한 보통의 사람이다.


채워지지 않는 수많은 세계로부터 늘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것 같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온기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이들을 손꼽을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따뜻한 삶의 원동력이 된다.


잠이 온다. 기분으로는 깊은 새벽 같은데 밤 아홉 시도 되지 않았다. 지금 자면 새벽 1시엔 잠이 깰 텐데, 이대로 잠들 수 없다. 밤은 생각보다 길고, 우리의 시간보다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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