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by 노엘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최근 입던 평소의 옷차림으로 잠깐 나갔을 뿐인데 계절은 거짓말처럼 어제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새삼 날짜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리고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겨울에 정리했던 트리와 전구들은 옷방과 창고에 나누어 두었다. 사실 이번에 만들 때는 혼자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보다 겨울이 빠르게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새벽녘에 문득 오랜 친구로부터 갑자기 너무 외롭다는 연락이 왔다. 돌려줄 수 있는 말은 나도 그렇다는 말 뿐이었다. 그러고는 바로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돌아왔다. 이 좋은 날들에 우리는 왜 이래야 하는 걸까, 라는 말에서 더는 나아갈 수 없었다.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다. 우리는 그저 조금 더 관심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었을 것이리라. 무뚝뚝한 성격에 상냥한 말들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 항상 단단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늘 채워지지 않는 고독한 여백이 있다. 어쩌면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망설임 끝에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버려서, 스스로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먼저 말을 걸어오기 힘든 걸 알면서도, 상냥한 말 한마디에 빙하기 같았던 마음이 녹는다. 진심이었든 아니었든,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이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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