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간 조금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실 그래 봤자 큰 마감 없이 연일로 이틀 정도 쉬는 건데 너무 한동안 쉬지 않고 있었던 탓인지 금세 불안함이 찾아온다.
일주일 넘게 펼쳐져 있던 빨래 건조대에서 세탁물을 걷어 정리하고 거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불필요한 물건들을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가습기를 새로 교체해서 사용하던 것을 중고 시장에 내놨고, 옷방에 켜져 있던 제습기는 물통을 비우고 전원을 껐다.
약간의 긴장감이 풀렸다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감기에 걸렸었다. 목감기와 코감기가 번갈아 찾아왔고, 약국의 약으로 도저히 떨어지질 않아서 병원을 찾아 처방약을 받고 나서야 겨우 제자리로 돌아왔다. 열이 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수영은 결국 강제로 상급으로 올라가게 됐다. 강사님이 올라가라고 하는 걸 지금까지 열 번은 넘게 고사했던 것 같은데, 새로 들어오는 회원들이 많아지면서 어쩔 수 없었다. 기본 운동량이 많아져서 초반엔 힘들다. 무엇보다 거의 쉬지 않고 레인을 도는데, 수경에 습기가 차는 걸 참을 수 없는 나는 이걸 고쳐 쓸 타이밍도 없이 도는 게 가장 불편하다. 앞이 안 보인다고요. 그리고 평영을 왕복으로 하는 건 정말 피하고 싶은데, 반드시 누군가에게 차이거나 차거나 하는 일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영법으로 가질 못 한다. 생각만 해도 울적한 일이다. 강도 높게 운동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에겐 별로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냥 중급의 템포로 계속하고 싶었다. 강습보다 자유수영을 하는 날이 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새로 간 가습기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실내 습도를 % 단위로 조절할 수 있는 점이 무엇보다 좋다. 예전에 사용하던 건 건조하다 싶어서 강하게 켜 두면 실내에 안개가 낀 것처럼 되기도 하고 습도가 너무 올라 오히려 불편하기도 했었는데, 인지 가능한 단위로 조절이 가능한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다.
차량 시승을 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이대론 안 되겠다 싶은 기분이 들었고, A7 -> CLS -> E쿠페 - E400 - V60 - 3 투어링을 타봤고 이 순서가 마음의 랭킹이었는데, 계약 직전에 그만두기로 했다. 이걸로 내가 과연 일상의 행복함이 올라갈까의 반복된 질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은 답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너무 큰 기대들을 했던 탓인지 랭킹은 매겼지만, 상상했던 것처럼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점이 없었다. 메르세데스엔 오히려 꽤 실망했다. 3 투어링은 가솔린이나 M340i를 타보고 싶었는데 시승 모델이 어쩔 수 없이 디젤이었다. 어휴 이걸 탈 바에는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사실 그래서 랭킹이 낮은 것 같기도 하다. 일단은 반도체 이슈가 끝날 때 까지는 지금의 차를 더 탈 것 같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다른 차들을 잔뜩 타고 돌아오니 새삼 지금 차에 대한 애정 비슷한 게 생긴 것 같았다.
인스타는 이미 훌륭한 메타버스가 아닐까. 사명도 메타! 정제된 것들만이 올라오고 그 안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하고, 늘 성취하고, 고민 같은 건 없어 보인다. 멍하니 보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비교하게 되고, 뒤쳐져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조바심도 느껴진다. 멀리 갈 것도, 더 깊이 들어갈 필요도 없이 이미 충분히 가상의 공간이다. 나만해도 그렇게 사용한다. 상냥한 웃는 얼굴의 이면엔 알고 싶지 않은 그런 얼굴도 있는 것이다.
12월이다. 그것도 벌써 2일, 지긋지긋한 팬데믹 때문에 2년째 연말이라는 게 실감 나지 않지만, 어떻게든 시간은 흘렀다. 의미 있는 일들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올해도 이제 얼마만큼 남았네 생각하면서 무언가를 향해 달려온 것 같은데, 돌아보니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겨울이 추워서 다행이다. 현관문을 열고 나서서 깊은 호흡을 하면 아주 잠시 동안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나는 살아있고, 아직 이 거리에서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