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어났을 때 낯설 만큼 마음이 불안했다.
방 안에 번지던 오후의 햇살은 엎질러진 술잔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몇 번이나 밤잠에서 깨었던 탓인지 낮을 조각조각 나누어 쪽잠을 잤다. 해가질 무렵에서야 겨우 정신이 맑아졌다. 무채색의 하루가 어느새 저물었다.
생각보다 긴 시간의 대화였다. 밤은 짧았고, 제법 먼 곳까지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기와 냄비를 살 수는 없었지만, 테이블 위엔 희미하게 웃는 표정과 온기가 있었다.
도심의 가장자리엔 낙엽이 마른 겨울 냄새가 가득했다. 마음은 얼마간 위태로운 촛불처럼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