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란 건 좋네요. 여자가 말했다.
큐슈쪽에 갔던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부터 이동할 사가현은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후쿠오카에서 특급 열차를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시의 모습은 사라졌고 넓은 평원지대가 이어졌다.
만나는 것이 매번 오랜만이라 약간 긴장이 됐지만, 얼굴을 보자마자 안심이 됐다.
역 근처의 버스터미널에 앉아서 목적지로 향할 버스를 기다렸다. 배차 간격은 한 시간에 두 대 정도인 제법 인적이 드문 경로의 노선이었다.
버스는 구불구불 좁은 길들을 지나, 사가의 시내에서 꽤 떨어진 곳의 병원에서 회차하듯 방향을 돌려, 다시 더 깊은 곳으로 달렸다.
목적지가 다가올 즈음 돌로 포장된 도로가 나왔고, 그곳에서 내렸다.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건 사가까지의 목적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 이후의 목적지 같은 건 그녀에게 모두 맡겨서 지명 같은 것이 여전히 백지상태이다.
가려고 한 장소는 정해져 있었다. 오래된 고민가를 개조해서 도서관으로 만든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것에 호기심이 생겨서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다.
마을에 도착해서 도서관을 찾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손으로 그려진 지도가 있었지만 적당한 이정표 같은 것이 없어서, 가끔 힌트처럼 숨겨져 있는 무릎보다 낮은 높이의 작은 그림을(유카타를 입고 책을 읽는 소년의 그림) 발견하고는 이 근처인 것 같아! 정도만 예측해서 마을을 빙글빙글 돌았다.
계절은 마침 봄이었고 헤매던 도중에 작은 강줄기 옆에 있던 벚나무길도 걸을 수 있었다. 길을 따라 올라오다 보니 동네 아이들이 이미 오랫동안 사용해 온 것처럼 보이는 작은 야구장도 있었다. 점수판은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빛이 바래져 있었고, 펜스에서도 시간을 감지할 수 있었다.
도서관은 생각보다 작았다. 아마도 내 머릿속에 있는 고정된 도서관의 이미지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이리라.
2층짜리 목조주택으로 된 아카츠키(새벽)는 다다미 방에 낮은 테이블과 함께 곳곳에 책이 놓여 있었다. 아주 많은 서적들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분류된 카테고리가 좋았다.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오면서 영감을 받았던 책들을 기증하거나 추천한 것이 방구석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건축가, 디자이너, 사진가, 음악가 등등. 내가 모르는 사람의 인생을 조금은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봄이었지만 아직은 조금 추워서 코타츠가 준비돼 있었다. 홍차를 주문하고, 놓인 책들 앞의 사람들을 프로필을 읽은 뒤에 제목들을 한 번 둘러보고, 흐음- 이 사람은 이런 것을 읽고 자랐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궁금한 것을 하나 둘 꺼내 읽었다.
손님은 우리 둘 밖에 없었고, 열려있는 창 너머로 벚꽃 잎이 흔들리며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바람에선 달콤한 냄새가 났고, 코타츠 아래에선 이따금 발끝이 닿았다.
정적 속에서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이 세상의 중심에 있었고,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얼마간 시간이 흘렀고, 먼 곳에서 라디오 체조 소리가 들려왔다. 책에서만 읽었던 라디오 체조라니, 역사 속의 유명 가수 노래를 처음으로 듣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 소리는 너무 평화로워서 마치 전쟁마저 끝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을을 빠져나오는 마지막 버스를 타고 돌아 나오는 길은 이상할 정도로 빠르기만 했다. 도서관에 관해, 마을에 관해, 하루의 감상들을 늘어놓으며 우리의 도전을 칭찬하며 뿌듯해했다.
처음이란 건 좋네요. 여자가 말했고, 나도 뭔가 그럴듯한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망설이는 틈에 시간은 흘러서, 언제나처럼 역에서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