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다시 만나면 하고 싶은 말들이 참 많을 줄 알았어, 그간의 비어있던 시간을 모두 채워야 할 것만 같았거든, 그렇게 밤이 깊어져도 내일이 없는 듯이 한참을 떠들 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막상 네 앞에 서니 가장 처음의 그때처럼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어버리더라, 나는 제법 어른이 된 줄 알았고 이제는 조금 성숙한 감정들로 누군가를 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나는 여전히 서툴렀고, 다듬어지지 않은 열일곱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
주변을 둘러싼 반짝이던 풍광이나 계절, 우연히 만나
걷게 되던 길의 달콤한 바람 냄새 같은 것도, 모든 순간이 기적 같았지, 가슴이 아려오도록 예쁜 네가 닿은 내 손 끝은 항상 빛났고, 네가 서있는 자리는 늘 환해 보였어.
첫눈이 내리던 날 밤은 별빛이 내리는 것 같았고, 봄이 오면 신학기를 맞은 새내기처럼 조금은 불안했지만 설렜던 것 같아.
맑개 개인 날의 거리에서 너를 기다리고, 네가 나를 향해 다가오던 그 순간을 나는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하겠지. 내가 얼마나 큰 행복을 끌어안고 너를 향해 달려갔는지, 언젠가는 알게 될 수 있을까.
나의 마음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다시 한번 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