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계절

by 노엘

걷다가 보면 주변에 같은 방향을 향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특별히 약속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가면 만날 수 있었다. 밤이 깊어 새벽이 되어도 그다지 피곤하지 않았다. 도란도란 둘러앉아 시답잖은 소리들을 하고, 꿈과 연애 이야기 같은 것들을 하다 보면 우리들의 밤은 매번 부족하기만 했다.


몇 번인가 기억나지 않는 계절들이 겹쳐지고 지났다. 나는 여전히 걷는다. 고백하자면 어디로 향하는지는 잘은 모르겠다. 가장 처음에 그랬듯이 막연하게 포근한 공기처럼 그런 형태 없는 무언가를 좇는 기분이다. 그게 잘 될지 어떨지는 정말이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다만 변한 것이 있다면 함께 하던 사람들이 이젠 대부분 모습을 감췄다. 주변을 둘러봐도 위화감 조차 남지 않은 텅 빈 공간만이 남았다. 아마도 어느 순간 우린 서로 갈림길에서 다른 방향을 향했고, 자연스레 멀어진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서글픈 일이다. 다들 나와 비슷할까 궁금할 때가 있다. 나만 이렇게 공허하고 고독한 순간을 사는 것일까, 거리의 사람들은 행복해 보이는데, 저들도 고독하고 힘겨울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얼마 전에 만난 j는 어서 올해가 지나고 내년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왜 그러냐는 내 질문에 새로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아마도 올해 마음에 안 드는 일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 말에 나는 더 말을 이어가지 않았지만 사실은 어떻게든 시간을 붙잡고 싶었다. 매일 밤이 되면 오늘 하루를 허투루 써버린 것 같은 실망감과 허무함이 너무 커서, 시간이 가는 것이 두렵고 서운하기만 하다. 하지만 시간은 절대적이면서도 상대적인 것이니까, 어느 쪽이 맞고 틀리거나 한 것은 아니다. 소중한 줄 알면서도 시간을 펑펑 써대면서 지내던 시기가 있었으니까. 물론 지금도 때때로.


어제 촬영을 하면서 새로운 세션을 만들다 새삼 놀랐다. 11월 5일이었다. 조금 더 나아지리라 다짐했고, 무언가 벌어지지 않을까 싶었던 올해가 이제 끝나간다. 나는 어딘가 변한 것이 있을까, 다가올 미래에 남아있는 설렘들은 어딘가 마중 나와 있을까.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까, 어떤 모양, 어떤 색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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