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꺾이는 일이 지나고 얼마간 시간이 흘렀다. 돌이켜 보면 후회할 만한 순간들도 사실 그 순간에는 그것이 최선이었던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었다.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을 것이다.
여전히 수영을 하고 있다. 다시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났고 얼마 전 3개월치 추가 등록을 했다. 강습은 점점 맞지 않아서, 자유 수영을 하기로 했다. 힘을 쓰는 것보다 최대한 바른 자세에 집중한다. 두 달 전부터는 수영장에 가지 않는 날이면 근력 위주의 홈트레이닝을 함께 하고 있다. 체중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다시 운동을 시작하던 날과 비교하면 거울 속 모습은 제법 변했다. 스스로의 모습에 책임을 져야 할 나이가 된 것 같아서 운동만큼은 어지간한 일정이 아니고서는 꼭 챙겨서 한다.
지난 연말부터 준비하던 GU 촬영이 마무리됐다. 너무 고생해준 많은 스태프 분들과 힘든 일정에도 열심히 해준 로켓펀치 소녀들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다. 하나의 꿈에 가까워졌고, 만일 다음이란 것이 있다면 더 잘 해내고 싶다.
겨울이 다 지나고 나서야 강원도에 제대로 된 눈이 내린다고 한다. 그토록 기다렸건만 바람은 항상 어긋나기 마련이다.
다시 자꾸만 차를 보고 있다. 물질로 마음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손쉬운 일에 눈길이 간다. 이것이야 말로 보복성 소비가 될까 걱정된다. 참아야 한다.
한가하던 연말연시가 지나고 내심 불안했던 날들이 무색하게 일정들에 숨 쉴 틈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럴 거면 한가한 날들에 마음이라도 편하게 쉴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얼마 전 처음으로 출판단지 쪽을 여유롭게 다니게 됐다. 햇살은 따뜻했고, 곳곳에 촬영팀들이 보였다. 바람이 불어도 춥지 않았고, 봄은 그 자리에 부드러운 모양을 하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